[날씨 이슈] 황사와 연무, 뭐가 더 위험할까

연무가 더 위험... 초미세먼지 연무 '폐 깊숙이 침투'

등록 2013.03.13 11:57수정 2013.03.13 19:52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주말(9일) 서울 낮 기온 23.8℃, 전주 28.2℃까지 오르며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봄기운이 완연했지만 하늘은 뿌옇기만 했다. '화창(?)한 봄날씨'라고 표현하기엔 다소 부족했다. 바로 연무(煙霧) 현상 때문이었다. 

연무란 가정의 난방과 취사, 자동차 운행, 공장에서의 연료 사용, 산불, 화전 경작 등으로 발생한 미세입자가 시정을 악화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상대습도 75% 미만인 상태에서 습기나 먼지 등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기상 현상을 가리키며 시정은 1~10km다.

연무는 대개 습도가 낮은 가운데 대기 중 연기·먼지 등 건조하고 미세한 입자가 떠 있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기 중에 떠 있는 미세입자가 햇빛을 흡수하거나 산란시켜 시정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최근 중국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연료 사용량이 많아져 우리나라에 연무 피해를 주고 있으며, 러시아의 대규모 산불이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처럼 연무는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하늘을 뿌옇게 만든다. 하지만 대기 중 수증기 때문에 생기는 안개와는 달리 아주 작은 고체 입자가 그 원인이다. 조선시대 기상관측서적인 <서운관지>(1818년·성주덕 저)에서도 연기에 의한 현상인 연무와 안개를 구분지었다.

a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보이는 '연무' ⓒ 플리커


과거 우리나라의 연무 기록을 살펴보면 <조선왕조실록>(숙종 28년·1702년)에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열기가 가득한 변고가 함경도 부령부, 경성부에 있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특히 '조금 저문 후에 연무의 기운이 갑자기 북서쪽에서 몰려오면서 천지가 어두워지더니 재가 마치 눈처럼 흩어져 내려 한 치(한 자(1尺)의 10분의 1길에 해당하는 단위) 남짓이나 쌓였는데 주워보니 모두 나무껍질이 타고 남은 것이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백두산 화산분출에 관한 기록 중 하나로 함경도 부령부와 경성부는 백두산 천지에서 15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또한 지난 1930년 10월 21일 <동아일보>는 '연무가 해를 가려…'라는 제목으로 '함경남도 갑산지역의 화전민들이 산에 불을 놓았는데 심한 가뭄과 겹쳐 산불이 다른 해보다 더 크게 번지게 됐다. 그로 인해 연기가 햇빛을 가렸는데 심지어 앞에 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라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동부·한국·일본, 산업 활동으로 미세먼지 비율 높아


국립기상연구소 최근 자료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대기혼탁도는 중국의 건조지역 및 내몽골고원과 중국 동부지역 등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미세먼지 비율은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건조지역 및 내몽골고원에서는 토양으로부터 생긴 큰 입자가 많아 미세먼지 비율이 낮다. 반면 중국 동부지역을 비롯한 한국, 일본에서는 활발한 산업 활동으로 배출된 작은 미세입자들이 많아 미세먼지 비율이 높다.

▣ 연무, 황사와는 어떻게 다르나
연무와 황사는 먼지에 의해 시정(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이 약화되며 그 원인 물질이 멀리 이동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연무 입자는 그 직경이 1μm(마이크로미터=m의 백만분의 1) 이하로 황사보다 훨씬 작으며 주로 봄철에 집중되는 황사와 달리 일 년 내내 발생된다. 또한 연무는 황산, 질산 등 인간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물질이 많지만 황사는 칼슘, 마그네슘 등 토양 성분이 더 많다.

▣ 연중 발생되는 연무, 어떻게 관측할까
지상에서는 PM10, PM2.5 등의 미세먼지 농도와 에어러솔(대기 중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입자) 크기를 측정하며 라이더를 이용해 고도별 에어러솔 분포를 관측하기도 한다. 위성 자료를 통해 연무와 산불 발생, 대기의 혼탁도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비행기를 이용해 에어러솔의 3차원 분포를 조사하기도 한다. 한편 여기서 언급되는 PM은 Particulate Matter의 약자로 '입자'를 뜻한다. PM10은 입자 직경이 10μm 이하로 머리카락 한 올 크기의 7분의 1 정도에 해당되며, PM2.5은 직경이 2.5μm 이하인 입자를 의미한다.

▣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했던 연무 사례
▶런던과 로스엔젤레스
1952년 불과 수일 만에 4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던 주범은 바로 런던스모그였다. 석탄이 타면서 생기는 검댕과 황화합물이 원인이었다. 특히 이 스모그는 런던에서 자주 발생하는 안개와 뒤섞여 피해가 더 컸다. 지난 1991년에는 스모그 때문에 평소보다 사망률이 10%나 증가한 적도 있었다.

한편 런던 스모그가 발생했던 2년 뒤인 1954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는 도시가 커지면서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자외선이 만나 오존과 질산화합물이 대량으로 발생해 도시와 이웃 산림에 큰 피해를 줬다. 인체와 식물 등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줬다.

▶인도네시아
매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산불로 연무가 발생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주변 국가까지 피해를 주면서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수마트라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산불은 특히 1970년대 이후 더욱 증가했다. 가뭄과 같은 기상조건 뿐만 아니라 인구 증가, 벌목 등 인간 활동과 연관되며, 특히 농민들이 산에 불을 놓은 뒤 경작하는 야자유 농장이 많아진 것과도 관련성이 깊다.

▣ 연무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시정 장애
연무는 햇빛을 흡수하거나 산란시켜 시야를 흐리게 한다. 심하면 비행기의 이·착륙이 늦어지거나 결항의 원인이 된다.

▶호흡기질환 급증
연무에 주로 나타나는 입자는 1μm보다 작다. 그렇기 때문에 폐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어 호흡기나 심장 질환자에게 매우 위험하다. 연무현상이 나타나면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는 외출을 삼가고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식물 성장 방해
연무는 햇빛을 차단해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광합성을 방해한다. 또 연무 속에 포함된 산성 물질은 식물 세포를 직접적으로 파괴하기도 한다.

a

연무 발생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산불 ⓒ 산림청 제공


a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장 ⓒ 온케이웨더


최근 자주 발생하는 연무 현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장을 만났다.

전 과장은 "최근 중국에서는 스모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도 방심해서는 금물"이라는 지적부터 했다. "스모그 같은 경우 중국 산둥반도를 눈여겨 봐야 한다. 대부분의 석탄 등에 의해 배출되는 오염원들이 이곳에 집중됐다. 이곳에는 공업단지가 어마어마한 규모로 조성돼 있다. 산둥반도에서 배출되는 스모그는 중국에서도 가장 양이 많으며 우리나라와도 상당히 가까운 지역이어서 이곳이 무척 중요한 곳이다. 바로 대기 오염물질이 최단거리로, 직격탄으로 우리에게 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에 스모그가 발생했을 때 또 하나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주변의 기압배치다. 동서로 넓게 고기압이 형성되면 한반도가 고기압권 내에 든다. 이때는 대기 흐름이 정체되면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렇듯 동서고압대가 만들어지는 경우 스모그 현상이 열흘 이상 이어지는 등 장시간 계속된다. 이런 경우가 가장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스모그라는 단어는 과거 영국의 신문기자가 만든 단어로 신문 기사에서 처음 등장했다. 기상용어에는 스모그라는 단어가 없다. 하지만 대기 환경 분야에서는 광화학 스모그, 런던 스모그 등 '스모그'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연무는 스모크(smoke)와 안개(fog)가 합쳐진 말이다. 때문에  대도시인 서울에서 연무가 나타난다면 대부분 스모그로 보면 된다. 봄철 불청객 황사는 황사 발원지에서 입자가 상승해서 상층의 바람을 타고 이동한 다음 또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연무는 가까운 곳에서 직접적으로 온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전 과장은 또 "황사보다 더 유해한 것이 바로 연무다. 황사는 미세먼지인 PM10 농도가 증가하지만 연무는 이보다 입자가 더 작은 PM2.5, PM1.0(일명 초미세먼지, 극미세먼지) 등의 입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PM10의 농도를 가지고 황사특보를 내리고 있다. 지난 2월 중국에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했을 때의 부유먼지 입자들은 PM10이 아닌 PM2.5, PM1.0 등으로 400~800μm를 기록했다. 초미세먼지의 경우는 입자가 작기 때문에 기관지를 통해 우리 몸속에서 더욱 잘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현재 PM2.5, PM1.0 등 농도를 가지고 특보를 발효하는 기준이 없다. 연무주의보, 연무경보라는 단어도 없으며 정의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연무에 대한 예보를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다. 정성적으로는 하고 있지만 정량적으로는 시행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량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중국 서해안 지역의 농도 값들이 있어야 한다. 그 관측값 없이는 할 수 없다. 중국의 실시간 황사자료와 같은 미세먼지 농도 자료가 있어야 예보가 정량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황사보다 입자가 더 미세한 연무는 빗방울이 먼지를 붙잡아야만 씻어낼 수 있다. 이렇듯 연무를 발생시키는 초미세먼지는 비가 오지 않는 이상 대기 중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연무 #미세먼지 #황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내최초 날씨전문 매체 <온케이웨더>: 기상뉴스,기후변화,녹색성장,환경·에너지,재난·재해,날씨경영 관련 뉴스·정보를 제공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서양에선 없어서 못 먹는 한국 간식, 바로 이것
  2. 2 생생하게 부활한 노무현의 진면모...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3. 3 2030년, 한국도 국토의 5.8% 잠긴다... 과연 과장일까?
  4. 4 "알리·테무에선 티셔츠 5천원, 운동화 2만원... 서민들 왜 화났겠나"
  5. 5 최저임금도 못 준다? 편의점 일이 만만합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