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불발, 정부 탓?"... 삼성생명 1224억 승소

1심 "삼성생명이 상장 저울질하다 포기"→항소심과 대법원 "부당한 제도 때문"

등록 2013.03.13 16:24수정 2013.03.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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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시한 최종 상장기한까지 주식 상장을 하지 못한 (주)삼성생명보험에 1244억 원의 세금을 부과한 세무당국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삼성생명보험이 상장기한까지 상장하지 못한 건 정부가 부당한 제도적 장애를 해결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생명보험업을 하는 비상장법인인 (주)삼성생명보험은 1990년 2월 주식 상장을 목적으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후 재평가차액 3017억 원을 재평가적립금으로 적립하고 과세관청에 재평가차액에 대한 재평가세 약 90억 원만 납부했다. 상장이 연기되면서 재평가 차익에 대한 1989년도분 법인세 등을 감면받았다.

원래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법인은 재평가 차익의 34%를 법인세로 내야 하지만, 당시 조세감면규제법에 따라 상장이 전제되면 차익의 3%만 재평가세로 부담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후 증시안정을 위해 기업공개요건이 강화되는 등 기업공개 여건이 어려웠던 점, 증시침체, IMF 등을 감안해 몇 차례에 걸쳐 조세감면규제법 시행령을 개정해 상장시한을 재평가일로부터 5년(1990년)→8년(1993년)→10년(1996년)→11년(1998년)→13년(2000년)으로 늘렸다.

그런데 1999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삼성자동차의 부채처리와 관련해 삼성생명보험 발행 주식 400만주를 상장(2000년)을 전제로 '1주당 70만원'으로 산정해 출연하기로 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삼성생명보험의 상장이익이 보험계약자에게 주식배당 형태로 배분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장이익 배분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입장이 대립됐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금융감독원은 2000년 12월 주식시장의 침체 등을 이유로 상장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생명보험회사의 상장문제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그러다 정부는 삼성생명보험과 교보생명보험의 건의에 따라 2001년 12월 경기부진에 따른 주식시장의 침체 및 생명보험회사들의 상장이익 배분문제 등을 감안,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상장시한을 2003년 12월31일까지로 최종 연장했다.


재정경제부는 2003년 10월에는 "자산재평가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받은 기업은 2003년 12월31일까지 상장하지 않을 경우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규정에 따라 법인세가 부과되고, 상장시한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삼성생명보험은 최종 상장시한까지 주식상장을 하지 않았다. 이에 2004년 1월 남대문세무서는 삼성생명보험의 재평가를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가 아닌 임의재평가로 간주해, 앞서 삼성생명이 납부했던 재평가세를 돌려주는 대신 법인세 995억6400만 원과 방위세 248억9100만 원 등 1224억5500만 원을 부과했다. 이에 삼성생명보험은 소송을 냈다.

1심 서울행정법원, 남대문세무서 세금부과 정당... 삼성생명보험 패소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이경구 부장판사)는 2009년 4월 (주)삼성생명보험이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삼성생명보험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재정경제부가 2003년 10월 상장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후, '정부가 상장시한을 2003년 12월 31일 이후로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및 '만약 상장시한까지 주식을 상장하지 않으면 재평가차액에 대해 법인세·방위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상장시기를 저울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상장이행 시의 제반이득 및 정부 방침에 따라 보험계약자에 대해 상장이익을 배분하는 등의 사유로 기존 주주들이 입게 될 제반손실과 상장미이행 시 재평가차액에 대해 법인세·방위세가 부과됨으로써 기존 주주들이 입게 될 제반손실, 경영여건의 변화 등을 비교형량 한 끝에 비록 순전히 자발적인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스스로 주식을 상장하지 않기로 선택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부도 생명보험사의 상장이익의 배분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해 상장을 원활하게 하지 못한 측면이 있더라도, 상장시한이 수회에 걸쳐 14년 가까이 연장돼 왔고, 원고도 자산재평가의 특례를 받고도 최종 상장시한까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스스로 주식을 상장하지 않기로 선택한 측면이 있다고 보이는 점에 비춰 원고가 주장하는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법과 대법원 "삼성생명보험이 최종 상장시한 못 지킨 건 제도적 장애 때문"

이에 삼성생명보험이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6행정부(재판장 임종헌 부장판사)는 2011년 9월 1심 판결을 깨고, "남대문세무서장이 2004년 1월 삼성생명보험에 한 1989년도 귀속 법인세 995억6400만 원 및 방위세 248억9100만 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한다"며 삼성생명보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남대문세무서)는 삼성생명보험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문제 등으로 상장하려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에 최종 상장시한까지 상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피고가 제출한 모든 증거들을 종합해 보더라도, 원고에게 최종 상장시한까지 상장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특히 "부당한 제도적 장애 때문에 원고의 최종 상장시한까지 상장이 불가능했던 이상, 설령 원고의 경영권 문제 등으로 인해 최종 상장시한까지 상장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로 상장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남대문세무서장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삼성생명보험이 서울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가 감독하는 한국증권거래소는 생명보험회사의 주식 상장을 제한하기 위해 한국증권거래소의 유가증권상장규정에 '생명보험회사가 상장하기 위해서는 상장이익을 보험계약자에게 배분함으로써 상호회사적 성격을 해소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상장요건규정을 두었고, 그 결과 2007년 4월까지는 생명보험회사의 주식 상장에 제도적 장애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 상장요건규정은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으므로 정부와 한국증권거래소는 생명보험회사도 다른 주식회사와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을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요건규정을 개정함으로써 제도적 장애를 제거했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최종 상장시한까지 주식을 상장하지 못한 것은 그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정당한 사유에서 비롯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원고에 대한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리고 원고가 당초 납부한 재평가세를 환급받은 것은, 원고의 주식 미상장으로 인해 재평가에 해당하지 않게 됐음을 이유로 피고가 부과처분을 하면서 원고가 당초 납부한 재평가세는 과세의 근거가 사라졌다고 보고 이를 환급한데 따른 것이므로, 원고가 당초 납부한 재평가세를 수령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부과처분을 다투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삼성생명보험 #상장 #남대문세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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