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갯벌, '개평선'이 따로 없네

국내유일 도립공원인 무안갯벌 그리고 도리포

등록 2013.03.15 14:44수정 2013.03.1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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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무안갯벌. 무안생태갯벌센터 앞 바다에 물이 빠지면서 갯벌이 드러났다. ⓒ 이돈삼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로 갯벌습지 보호지역 제1호로 지정돼 있다. 국제적으로 보존협약이 맺어진 람사르 습지로도 등록돼 있다. 또 있다.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갯벌도립공원이다.'

위에 나열된 설명은 '무안갯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무안갯벌에는 153종의 저서 및 무척추 동물과 29종의 물새가 살고 있다. 염생식물도 45종이나 서식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조사 결과다. 면적도 넓다. 자그마치 147.8㎢(4477만 평)나 된다. '개평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고소하면서도 달보드레한 맛의 세발낙지도 여기서 많이 잡힌다.


지난 13일, 무안갯벌을 만나러 갔다. 비 갠 뒤 흐린 날씨지만 한낮의 바람결에서 새봄이 묻어난다. 얼굴에 와 닿는 감촉이 보드랍다. 들녘의 황토 빛깔은 더 짙어졌다. 그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도 잔잔하다.

도리포에서 만난 갯벌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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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생태갯벌센터 앞 풍경. 밀물 때여서 바닷물이 가득 차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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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생태탐방로. 무안생태갯벌센터 앞에 설치돼 있다. ⓒ 이돈삼


무안갯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무안생태갯벌센터다. 갯벌 탐방로를 따라 체험장이 만들어져 있다. 여름이면 날마다 수백 명씩 찾아와 갯벌체험을 하는 곳이다. 지금은 캠핑 트레일러(카라반)에서 하룻밤 묵을 사람들 빼면 찾는 발길이 많지 않다.

갯벌도 보이지 않는다. 바닷물이 센터 앞에까지 들어와 있다. 뭍과 달리 바람도 차갑다. 자연스레 옷깃이 여미어진다.

자동차를 타고 곧장 도리포로 간다. 포구에 차를 두고 갯벌센터까지 걸을 생각에서다. 거리는 7km 남짓 된다. 그때쯤이면 바닷물이 빠지고 갯벌의 속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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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도리포항 풍경. 방파제 끝에 낙지등대가 설치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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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 때의 도리포항 풍경. 바닷물이 가득 차 있어 바다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 이돈삼


도리포는 사적(제395호)으로 지정돼 있다. 인근 바다에서 14세기 것으로 보이는 고려청자 수백 점이 건져 올려졌다. 해넘이와 해돋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함평 쪽에서 해가 뜨고 칠산 쪽으로 떨어진다. 서해에선 보기 드문 곳이다.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손맛 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방파제 끝자락에 등대가 서 있다. 낙지 모양을 하고 있다. 포구에는 작은 어선들이 어깨를 맞댄 채고 쉬고 있다. 배에서 밧줄을 풀고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이 보인다. 인사를 건네며 어디 가는지 물었다. 김양식장에 나간단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 지주식 김양식장이 아스라이 보인다.


동행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허락해 준다. 김양식을 하는 마을주민 김양한(58)씨였다. 김씨는 30여 년 타향살이를 끝내고 고향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포구를 떠난 배는 10여 분 만에 김양식장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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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포구에서 만난 김양한씨. 앞바다에서 지주식 김양식을 하고 있다. ⓒ 이돈삼


오랜만에 보는 옛 방식의 김양식장이었다. 김씨는 기다란 대를 세워 만든 지주 사이로 배를 댔다. 그리고 김발을 하나씩 끄집어 올려 살폈다. 바닷물이 빠지면 햇빛에 몸을 드러내는 김발이었다. 바닷물과 햇빛을 번갈아 볼 수 있도록 지주식으로 키운 김이 더 맛있는 이유다.

"보시다시피 청정해역에서 키운 친환경 명품 김입니다. 작황도 좋아라, 올해 가격도 괜찮고. 근데 판로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게 힘들어요. 수협 같은 데서 판매를 책임져주면 얼마나 좋겠소만. 어민들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게."

그의 말끝에서 긴 한숨이 배어난다. 김씨의 배를 타고 나와 다시 포구에 섰다. 갯벌센터 쪽으로 해안을 따라 이어진 도로가 멋스럽다.

"바닷가가 좋은 것 같아요... 서로 돕고 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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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포 방파제에서 바라본 해안도로. 바다를 따라 무안생태갯벌센터로 이어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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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구를 손질하고 있는 박금규씨.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무안으로 내려와 살고 있다. ⓒ 이돈삼


발품을 팔아 야트막한 고개 하나를 넘었다. 신풍마을이다. 도로변에서 주민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숭어나 농어·민어 같은 큰 고기를 잡는 이각망이다. 보강작업이 끝나면 바로 바다로 갖고 나가 쳐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물을 손질하던 이는 박금수(64)씨. 지난해 대처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왔다고 했다. 고향(영광 염산) 가까이에서 살고 싶었단다.

"바닷가가 좋은 것 같아요. 서로 돕고 살거든요. 그물을 치고 또 거둬들이는 것도 혼자서 못하잖아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이웃이 제일이죠. 어민들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공동체도 살아있고."

그의 말에서 어촌마을 사람들의 서로 돕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박씨와 얘기를 나누는 사이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물빠짐이 눈에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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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갯벌을 따라가는 갯길. 갯벌 옆으로 마늘밭이 펼쳐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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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생태갯벌센터 전경. 무안갯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걸음을 서둘렀다. 해안선과 구릉이 아름답다. 밭에는 푸른색이 완연하다. 마늘과 양파의 순이 제법 올라왔다. 물을 뿌려 마른 땅을 적시는 스프링클러가 분주하다. 주변에 양배추 밭도 지천이다. 겉보기에 양배추가 시든 것 같처럼 보이는데 속은 진녹색으로 튼실하다.

노문래마을에 오니 저만치 갯벌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갯벌이 속살을 드러냈다. 한나절 사이에 천지개벽이라도 한 것 같다. 말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개평선'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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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무안갯벌. 무안생태갯벌센터 앞 갯벌 모습이다. 센터 앞으로는 캠핑용 카라반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이돈삼


캠핑트레일러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던 여행객들도 밖으로 나왔다. 해질 무렵이 되면서 바닷바람이 더 차가워졌지만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모두들 자연의 신비에 탄성을 토해내고 있다. 아이들은 갯벌 탐방로를 따라 뛰어다니며 신이 났다. 연인들의 발걸음은 더 가까워졌다.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남긴 갯골도 깊게 파였다. 예술작품이 따로 없다. 이리저리 이어진 갯골이 오랫동안 시선을 붙들어 놓는다. 그 사이 갯골이 벌겋게 물들더니 금세 달그림자가 살포시 내려앉는다. 여기서 두런두런 별바라기 하는 것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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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빠져 드러난 무안갯벌. 연인이 갯벌 탐방로를 따라 걷고 있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서해안 고속국도를 타고 북무안 나들목으로 나가 해제·지도방면 24번 국도를 탄다. 이 길로 현경교차로와 현경삼거리를 지나 수암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무안생태갯벌센터에 닿는다. 계속 직진하면 도리포까지 이어진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려면 ‘무안군 해제면 용산길140(유월리 1-1)’을 입력하면 된다.
#무안갯벌 #갯벌도립공원 #무안생태갯벌센터 #도리포 #무안갯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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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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