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대골목 아래에서 올려다 본 '망대'.
성낙선
춘천은 매우 느리게 변하는 도시 중에 하나다. 춘천은 서울 춘천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서울 상봉역에서 춘천을 오가는 복선전철이 깔린 이후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하지만 춘천의 옛 도심에 속하는 교동이나 효자동, 약사동과 같은 동네는 여전히 60~70년대에 생겨난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때때로 교동이나 효자동의 좁을 길을 걷고 있다 보면, 이곳에서 60~70년대에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찍어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낮은 언덕 위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택들, 그 주택가에 시멘트 블록을 쌓아올린 담벼락들, 사자머리 모양을 한 문고리에 검게 녹이 슨 낡은 철문들에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곳에 가면 내가 마치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이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허름한 주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골목은 또 왜 그렇게 좁던지, 더러는 사람 하나 온전히 지나가기 힘든 곳도 있다. 그런 좁디좁은 골목길을 지나가다 보면, 세월이 유독 이곳에서만 더디게 흐르고 있는 이유가 무언지 궁금할 때도 있다.
춘천에서는 강물조차 매우 더디게 흐르는 곳이다. 춘천호나 의암호 같은 호수로 흘러들어간 물은 또 얼마나 오랜 세월은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지…. '봄내'라 불리는 춘천(春川)은 분명 매우 더디게 흐르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춘천을 낭만적인 도시로 부르는 데는 춘천이 가진 그런 특성도 한몫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