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벚꽃터널을 달려 푸른 바다에 이르다

[길에서 쓰는 편지 36] 봄철 명소 부산 남천동 벚꽃거리

등록 2013.04.01 11:31수정 2013.04.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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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개한 벚꽃 ⓒ 이명주


눈앞에 없는데 눈앞에 훤합니다. 봄 햇살처럼 환한 연분홍 꽃들이 터널을 이루며 바다를 향해 길을 냅니다. 머릿속엔 온통 꽃물결입니다. 조금 전까지 실컷 보고 온 벚꽃 이야기입니다. 전날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온 남천동 벚꽃거리에 다시 갔습니다. 언제 그리 활짝 피었나 놀랍고 대견했는데 오전에 잠시 비바람이 불어 걱정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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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개해야 볼 수 있는 벚꽃터널 ⓒ 이명주


봄철 부산 명소 중 한 곳인 남천동 벚꽃길 풍경이 절정입니다.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가는 두 개 큰 도로에 꽃들이 만개해 말 그대로 꽃 터널이 장관을 이뤘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작은 인근 거리도 신부 옆 들러리처럼 화사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다행히 꽃들은 쌩쌩했고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인도, 차도 할 것 없이 구경 나온 인파로 붐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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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로 가득한 벚꽃거리 ⓒ 이명주


마을버스를 타고 해변 입구에 도착, 근처 자전거무료대여소로 갔습니다. 지난번 얘기 드린 바 있지요? 사는 곳에 상관없이 신분증만 제시하면 2시간 동안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습니다. 운 좋게 하나 남은 자전거를 차지했습니다. 안장에 올라 페달을 힘껏 밟으며 다시금 꽃 터널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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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해수욕장 초입 자전거 무료 대여소. ⓒ 이명주


저도 모르게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흥얼거리며 어릴 때 좋아한 만화 <빨강머린 앤>을 떠올렸습니다. '초록지붕' 집 가는 길에 이처럼 아름답던 벚꽃 숲, 하얀 벚꽃잎들에 매달려 날던 벌거벗은 요정들, 어린 앤의 사랑스러운 표정…. 간간이, 벌써 꽃 지고 초록잎 돋은 나뭇가지를 보면 성장하는 앤을 볼 때처럼 서운한 맘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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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쌓인 벚꽃눈 ⓒ 이명주


집 나서기 전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억 속 어느 때고 이 길은 항상 이런 모습이었거든요. 매년 봄 감탄하며 좋아만 했는데 누가, 언제 이 꽃길을 만들었는지 처음으로 궁금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1979년, 지금 벚꽃거리 양옆의 '삼익비치아파트' 주민들이 녹화사업 일환으로 단지 전역에 1100여 그루 벚나무를 심었다 합니다.

벚나무 수명이 평균 20년이라 하니 벌써 한 번의 세대교체가 있었겠지요. 올해 이곳 꽃들은 지난해보다 한 주 빨리 개화해 지난 달 27일에 만개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오는 4월 5일을 절정으로 예상하던데 글쎄요. 오늘만도 휘몰아친 눈꽃들이 길가에 많이도 쌓였습니다. 갑작스레 비가 올 수도 있으니 꽃을 보시려거든 서두르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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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벚꽃길을 달리는 쾌감 ⓒ 이명주


꽃구경 원 없이 하고 다시 자전거 빌린 해변으로 돌아갔습니다. 벚꽃의 시린 하얀색에 이어 넓은 바다의 맑은 푸른빛이 심신을 밝게 했습니다. 아직 추운 봄인데 바다엔 수상스키 타는 사람, 모래사장에서 뛰놀고 연 날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봄 곁에 여름마저 살포시 같이 앉은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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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벚꽃길 끝에서 만나는 푸른 바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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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복희 님의 '소원돌'입니다. ⓒ 이명주


소원돌 신청 방법 : gaegosang@naver.com, 오마이뉴스 쪽지, 페이스북(/2012activist) 메시지를 통해 간절한 소원 하나, 사는 곳과 나이, 이름을 알려주세요. 소원돌 인증샷을 받을 연락처도 함께.

마음의 힘을 믿고 세상 모든 것이 연결돼 있음을 알고 당신의 착한 소원에 간절한 마음 하나 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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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변한 추억 속 떡볶이집 ⓒ 이명주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수영로 464번길을 따라 걷다 우연히 다시 찾은 '다리집'. 예전엔 작은 실외 포장마차 분식점이었다. 밖에서 보면 손님들 다리만 보인다 해서 '다리집'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지금은 번창해 많이 변한 모습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서른다섯 살이던 지난해 '진짜로 원하는 삶'을 살고자 결심하고, 현재는 고향에서 작은 여행자의 집을 운영하며 생계형 알바, 여행,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facebook /2012activist)
#벚꽃축제 #남천동 벚꽃거리 #광안리 #삼익비치아파트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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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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