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는다" 의자 던지고 책상 뒤엎은 대학 교직원

동아대 '학교 비판' 학생들에 "좋게 이야기할 때 정리해라" 위협

등록 2013.04.10 16:00수정 2013.04.1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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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복지과 직원이 동아리방을 뒤엎은 현장
학생복지과 직원이 동아리방을 뒤엎은 현장배성민

대학교 교직원이 학생들의 자치공간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9일 오전 9시 30분경 동아대학교(부산 사하구) 학생복지과 직원 L씨는 '카르마'라는 동아리의 동아리방에서 폭언을 하며 의자를 던지고 책상을 뒤엎었다. 사건은 동아대 학생들이 '학내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반격'(이하 반격)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는 중에 발생했다. 기자는 동아대 졸업생으로 반격 모임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반격 모임은 파면된 조관홍, 강대우 교수의 복직 이행과 서정대 학우의 퇴학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모임이다. 2010년 부산지법은 조관홍, 강대우 교수에게 동아학숙의 비리를 허위로 퍼트렸다는 죄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이에 동아대학교 재단인 동아학숙은 2011년 이들을 파면했다.

하지만 부산지법은 교수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에서 '교수 파면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냈고 교육과학기술부 또한 '학교법인 동아학숙은 두 교수에 대한 파면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결정에도 불구하고 현재 조관홍, 강대우 교수는 강의를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학본부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스포츠과학대 P 교수에 대해 퇴진운동을 벌인 경찰무도학과 서정대씨를 퇴학 처분을 내렸다. 대학본부는 교수 퇴진운동과 별개로 서정대씨가 후배와 다툰 것을 퇴학의 이유로 삼았다. 반격은 후배와의 개인 다툼에 퇴학 조치를 내리는 것은 학교의 잘못된 일을 고발한 학생의 입을 막는 표적 징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저히 열 받아서 안 되겠다"... 반말과 폭언도

반격은 위의 두 가지 사건에 대해 4월 초부터 매일 아침, 점심, 저녁 동아대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다. 9일 오전 8시 30분에도 반격 모임 소속 학생 3명과 기자가 아침 캠페인에 참석하였다.

학생복지과 소속 직원 L씨는 캠페인에 참가한 학생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기자가 사진을 찍는 것을 거부했다. L씨는 기자에게 욕설을 하며 "내 할 일을 해야 하니 신경 끄고 졸업생이면 학내 사건 개입 하지 마라"라고 말하였다. 기자가 계속 유인물을 돌리자 L씨는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며 캠페인을 하는 학생들을 위협했다.


이후 캠페인이 종료되고 반격 모임 학생들은 오전 9시 30분 카르마 동아리방으로 자리를 옮겨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교직원 L씨가 들어와서 "좋게 이야기할 때 상황 정리하자"라는 말로 캠페인을 그만둘 것을 종용하고 나갔다.

하지만 다시 들어와서 "도저히 열 받아서 안 되겠다"라고 말하며 동아리방 의자를 던지고 책상을 뒤집었다. 그리고 반격 모임 학생 김진만씨가 L씨의 발언을 휴대전화로 녹음하려 하자 L씨는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고 그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L씨는 김진만씨의 뒷목을 잡고 "좋은 말로 할 때 끝내자"라는 위협적인 말을 하고 동아리방을 떠났다.


학생복지과 "개인 사과로 충분... 부서 서면사과는 무리"

 동아대 민주주의 투쟁 '반격' 학생들
동아대 민주주의 투쟁 '반격' 학생들배성민

반격 모임 학생들은 사건 직후 학생복지과를 항의방문 했다. 학생복지과에서 사건 조사 후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말하며 학생들과 추후 만날 것을 약속했다. 이후 오전 10시 30분경 인문대 학생회실에서 학생복지과 관계자와 사건 당사자 L씨, 반격 모임 학생들이 면담을 했다.

면담을 통해서 L씨는 "개인적인 감정이 격해져서 이런 행동까지 하게 되었다. 미안하다"라는 말로 사과하였다. 하지만 반격 모임 학생들은 "개인 사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학생들의 자치적 활동을 이렇게 묵살하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냐? 반격 모임과 카르마 동아리를 대상으로 학생복지과가 서면 사과문을 작성하여 게시를 부탁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학생복지과 관계자는 "이런 사건으로 서면 사과문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L씨가 아직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이 서툴렀던 것뿐이다"라고 말하며 서면 사과 요구를 거부하였다. 이후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L씨가 개인 차원으로 구두 사과를 하고 동아리방을 학생복지과 관계자와 L씨가 청소를 하는 것으로 면담은 끝나고 말았다.

반격 모임과 카르마 동아리는 학내 게시판에 입장을 밝히고 학생 자치권을 위협한 폭력 행위에 대해서 학생복지과에 서면 사과문을 요청하고 있다. 그리고 12일 오전 10시 동아대 정문에서 학생복지과의 서면사과와 파면교수 복직 이행 및 서정대씨 표적징계 철회에 대한 '동아대 민주주의 장례식'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동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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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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