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들의 공연대한문 시민음악회에선 성악가들의 멋진 공연이 펼쳐졌다.
강선일
약 150여 명의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서 성악가들의 공연은 마무리됐다. 이어서 8시경부터 사실상 이날 집회의 '본판'인, 민주노총 주최 투쟁문화제가 시작됐다. 이 자리엔 최근 3주째 파업 중인 KBS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각지의 여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KBS 비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최저임금(2013년 4860원)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는 사회자의 소개가 있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양성윤 위원장 직무대행의 발언을 마저 소개해야겠다. 그는 "민중의 지팡이를 민중에 대한 몽둥이로 쓰면서 이곳(소도)에 침투하고 있는 경찰들은 이곳에 들어와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서 "노동자들을 침탈 및 연행하고 따돌렸던 경찰들은 오래 못 살 것이다. 그만큼 이곳은 신성한 지역이다"란 발언을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이곳 대한문 앞이 우리 사회의 수많은 모순이 응축된 곳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곳이 "정치 무능, 사회적 갈등을 치유할 사회적 장치의 부재, 노사관계의 실종, 이 모든 것들이 모인 곳"이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이 정신 차리고 힘있게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힘과 함께, 정치권이 조속히 쌍용차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양동규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쌍용차에서 노동자들을 몰아내는)과정에서의 문제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회계조작, 먹튀자본(쌍용차를 인수한 후 단 한 푼의 투자도 없이 기술만 빼가고 발을 뺀 상하이자동차를 일컬음)의 기술유출, 그리고 고의부도를 내고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등을 문제의 예시로서 들었다. 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당시 내걸었던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노래패 '꽃다지'의 공연이 있고 난 다음, 집회 참가자들은 지난 4일의 분향소 철거 이후 처음으로, 다시금 분향소를 설치하고자 했다. 그 순간, 경찰 측이 즉각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경찰의 검거 지시 방송이 떨어진 데 이어, 대한문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약 80여명의 경찰 병력이 순식간에 집회 장소로 몰려들었다.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분향소 천막 설치가 이루어진지 단 3분 만에 경찰 및 중구청 공무원 구사대들은 분향소를 다시 철거했다. '소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시민들은 분향소 설치를 가로막은 경찰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다. 집회 참가자 중 천막 철거를 막고자 했던 3~4명이 연행됐다.
그럼에도 집회는 중단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의 발언이 있었다. 김 지부장은 평소보다 더 결기 어린 목소리로 남대문경찰서와 중구청 측의 침탈 행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6일 김 지부장이 중구청 직원들의 쌍용차 범국민대책위원회 물품 수집을 막은 것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 및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내세우며 연행해갔다. 그러나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 의해 김 지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으로써 김 지부장은 석방됐다. 지난 며칠간 있었던 수많은 시련 때문인가, 김 지부장의 발언은 더욱 분노가 응축되고 단단해져 있었다. 김 지부장의 결의발언을 끝으로 우여곡절 많았던 이날 집회는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