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위층 국정원 사건 축소 은폐 지시" 폭로

수사 관여 경찰 "서울경찰청이 지속적 부당 개입" 주장

등록 2013.04.19 09:27수정 2013.04.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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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상민 기자)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초기 경찰 상부에서 수사 축소와 은폐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18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건을 검찰에 넘겼으나 경찰 윗선의 부당한 수사개입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경찰 수사결과가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조짐이다.

이 사건의 수사실무책임자였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현 송파서 수사과장)은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작년 12월 민주통합당이 수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수사 내내 서울경찰청에서 지속적으로 부당한 개입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수서경찰서는 작년 12월 13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의 컴퓨터 2대(노트북·PC)를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에 분석해 달라고 의뢰했다.

권 과장은 "수서경찰서가 김씨의 혐의와 관련한 78개의 키워드를 선정해 서울청에 분석을 의뢰했으나 그쪽(서울청)에서 이러면 신속한 수사가 어렵다며 수를 줄여서 다시 건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분석 의뢰된 키워드는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등 단어 4개로 축소됐고 서울청은 분석에 들어간 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댓글 흔적이 없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수서경찰서는 이 분석결과를 토대로 대선을 사흘 앞둔 16일 밤 기습적으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권 과장은 "애초 제출하려 했던 78개 키워드로는 그렇게 빨리 중간수사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며 "수사팀은 그제야 속았다는 느낌에 망연자실했다"고 토로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주요 키워드는 당시 김씨의 주요 혐의를 밝힐 수 있는 핵심 증거였다는 점에서 상급기관인 서울청이 초기부터 수사에 개입한 정황을 방증한다고 그는 전했다.


그러면서 키워드 제출과 관련한 당시 상황은 서울청 공식 문건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울청은 김씨의 컴퓨터에서 나온 문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일이 김씨에게 허락을 맡고 파일을 들춰 본 것으로 알려졌다.

임의제출한 증거자료인 이상 김씨의 사생활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자료가 너무 방대해 선별작업이 필요했다는 게 당시 서울청의 입장이었다고 권 과장은 전했다.

하지만 김씨는 당시 피의자 신분이라 사실상 압수수색과 다름없던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서경찰서는 복원과정에 참여했던 사이버팀장을 결국 현장에서 철수시켰다.

서울청은 증거물품인 김씨의 컴퓨터 2대도 수서경찰서 수사팀의 강한 항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과장은 "우리의 잇따른 요청에도 서울청에선 그들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며 "압수한 증거품은 형사소송법상 자체 폐기를 하든 본인에게 돌려주든 수사 주체인 수서경찰서가 판단할 내용이라며 적극 항의하자 마지못해 넘겨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대한 분석을 책임졌던 서울청 관계자는 "자리를 옮긴 지 오래됐다"며 관련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김씨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수사 은폐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권 과장은 "경찰 상부에서 김씨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떠올리게 하는 용어를 언론에 흘리지 말라는 지침이 알게 모르게 있었다"고 강조했다.

권 과장은 김씨의 대선 관련 인터넷 게시글에서 '특정 정당과 관련한 패턴(경향성)'이 엿보인다고 언론에 밝혔다가 윗선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권 과장이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전보발령된 것도 이 사건을 대하는 경찰 상부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청은 이날 오후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서울청은 수서서에서 애초 의뢰한 키워드는 78개가 아닌 100개였다고 주장했다.

100개의 단어 가운데는 '호구' '위선적' '네이버' 등 대선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 대다수여서 핵심 키워드 4개만 선정했다며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디지털증거 분석 과정에서 일일이 김씨에게 허락을 맡고 파일을 열어 보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씨는 분석과정에 일체 참여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수사결과 발표시점인 지난 18일 오후 국회 행안위 소속 진선미 의원에게 사건의 축소·은폐 의혹과 관련한 대면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에 참석한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고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는 전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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