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털남2-328회]만화가, '비루한 청춘'을 그리다 '100℃' '습지생태보고서' 등을 통해 한국사회와 청춘들의 삶을 그려온 작가 최규석. 그의 상상력에서 나온 현실은 무엇일까. 최규석 작가의 만화적, 정치적 상상력을 '보이는 팟캐스트'에서 들어본다. ⓒ 이종호
만화가 최규석의 상상력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묘사로 한국사회를 관통한다는 것에 있다. 최규석 작가를 단번에 주목받게 한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는 성인으로 성장한 둘리와 친구들의 처참한 현실을 담아냈으며, <습지생태보고서>는 반지하 자취방에서 살아가는 20대의 리얼한 생활상을 그려냈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최규석 작가의 만화적·정치적 상상력을 19일 금요일 특별판 '보이는 팟캐스트'를 통해 들어보았다. 최 작가는 <습지생태보고서>에서의 '습지'는, 반지하로 표현되는 20대의 현실인 동시에 그 속에서 느끼는 이름 없는 소소한 감성들이라고 정의했다. 조율되지 않는 세분화된 욕망, 현실은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며 그 속에서 '습지적인 감정'을 끊임없이 느낀다는 것이다.
아래는 최 작가의 주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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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는 현실에서 전혀 보호 못 받는 착한 인간"
"(만화시장이 급변한 이유에 대해) 원인분석을 두고 첨예한 논쟁이 있다. 저는 만화계 내부 책임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인데 사실 출판사들이 수십 년 동안 만화로 돈을 벌어왔지 않나. 그것을 만화를 위해 재투자를 했어야 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니 경제위기가 닥치자 회사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작가들의 경우도 계속 만화가 저급한 문화 취급을 받다보니 스스로도 조금 자존감이 없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에서 둘리를 이주노동자로 표현하게 된 상상력에 대해) '아기공룡 둘리'를 보며 이 친구들의 성격을 유지한 채 한국사회로 데리고 들어오면 어떻게 될지 생각했다. 둘리는 초능력이 있지 않나. 그런데 자기 이익을 위해서 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둘리는 굉장히 착하고 못 사는 사람을 두고 보지 못하는 오지랖 넓은 성격인데다가 우리 국민이 아니다. 결국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착한 인간. 그럼 잘 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굉장히 세분화된 욕망... 조율 어렵다"
"(<습지생태보고서>에서 '습지'로 표현된 20대의 모습에 대해) 습지라는 것은 반지하를 비유하기도 하고 그 속에서 느끼는 이름이 붙지 않는 소소한 감정들을 뜻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찌질하기도 한 습지적인 감성이다.…요즘 학생들에게 느끼는 것은 욕망이 굉장히 세분화되었다는 점이다. 돈을 조금만 더 쓰면 자기를 드러낼 수 있는 상품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자전거를 타더라도 10만 원을 더 주면 디자인이 가미된 세련된 자전거를 탈 수 있다. 그냥 돈을 많이 벌겠다는 큰 덩어리가 아니라 굉장히 디테일한 리스트로 욕망이 존재하다보니 조율이 잘 안 된다."
"386세대 '재수없다'고 생각했다"
"(87년 6월항쟁을 그린 <100도씨>에 대해) <100도씨>를 그리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더 이상 386세대를 만나도 경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약간 '재수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절 사실 운동을 안 했던 사람들도 있지 않았나. 그 세대에 묻어가지고 '나는 이렇게 살았는데 너네는 왜 이따위냐'는 말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386세대를 조금 재수없다고 생각했던 면이 있었다. 그런데 <100도씨>를 하면서 정말 학생 대중으로 참여했던, 엄청나게 고생했던 사람들의 수기를 보니 그 분들은 정말 고생 많이 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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