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끼리 환자 주고받고... 환자가 택배인가요?"

18일 열린 환자샤우팅카페, '환자 이송 문제' 집중적으로 다뤄

등록 2013.04.19 16:30수정 2013.04.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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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주고받고... 제 어머니가 택배인가요? 이 억울함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8일 환자단체연합회가 종로 엠스퀘어에서 주최한 '환자샤우팅카페' 현장. 대구에 사는 이지혜씨는 눈물을 흘리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지혜씨 어머니 강구화(48)씨는 지난 2011년 1월 1일, 심한 두통과 구토를 일으켜 급하게 근처 보훈병원으로 옮겨졌다. CT 결과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강구화씨는 휴일이라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전원을 하기 위해 응급의학과장이 1339(대구응급의료정보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허사였다. 다행히 지인을 통해 경북대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희망도 잠시, 어떤 치료조치가 없던 병원에서 '전산에 문제가 있으니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다시 응급차로 간 곳은 굿모닝병원. 수술을 위해 CT를 촬영했는데, 결과가 달라졌다. 뇌출혈이 아닌 뇌동정맥기형성이었던 것. 이지혜씨 어머니는 다시 영남대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수술 이후 의식불명이 돼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병원간 환자 이송 체계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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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샤우팅카페에서 이지혜 씨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 환자단체연합회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지혜씨 어머니가 휴일에 아팠던 것이 문제였을까. 보훈병원에서는 치료 능력이 안돼 불가능했고, 경북대 병원에서는 전산문제로 환자를 거부했다. 굿모닝병원은 혈관조영촬영술을 시행할 장비가 없어서 못했다. 1339는 그 역할에 충실했는지 의문이다. 공휴일이라고는 하지만 대구에 응급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한 곳도 연결시켜 주지 못한 것과 3시간 이후 결국 굿모닝병원이 영남대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켜 응급수술을 받게 한 것을 보면 1339가 지역 내 병원 상황을 제대로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천소방안전본부 공중보건의로 있었던 윤중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때도 지역 내에서 해결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심지어는 충청 이남에서 헬기나 응급차로 수도권으로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1339가 사법적 권한이 없어서 의료기관에서 응급환자를 받지 않을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며 "지금은 1339가 없어지고 그 역할을 119가 맡고 있지만, 일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병원간 환자이송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되지 않는 문제는 또 있다. '과연 병원 전산에 문제가 생기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걸까'가 바로 그것. 특히 응급센터로 지정돼 재정 지원을 받는 병원에서, 그것도 경북지역에서 손에 꼽히는 병원에서 말이다. 인맥을 통해 환자를 이송했음에도 과연 전산문제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무법인 우성의 이인재 변호사는 "병원에서 전산에 문제가 생기면 이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 있다, 중소병원도 아니고 국립병원인 경북대가 이런 문제에 방책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또 권역별 응급센터는 휴일에 수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국가 재정의 투입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응급환자 수술을 할 수 없다면 권역별 응급센터 지정 반납을 해야 한다, 이는 경북대 병원이 자신의 책임을 다 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전부 배상받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경북대는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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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가 응급환자 이송을 맡고 있지만, 이송체계 자체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 119누리집 갈무리


경북대 병원에서 굿모닝 병원으로의 이송도 문제였다. 3차 병원(일반적으로 대학병원이 3차 병원에 포함된다)에서 2차 병원으로 전원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 조치기 때문이다. 3차 병원에서 치료를 할 수 없으면 다른 3차 병원으로 가야하는 게 상식이다.


권용진 서울북부시립병원장은 "추측하건대 보훈병원 의사는 상황을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경북대 병원으로 가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우리나라 전원 의뢰서는 구체적으로 적게 돼 있지 않다, 만약 전원 의뢰서에 어머니 병명이 잘 적혀 있더라면 '과연 경북대 병원에서 굿모닝 병원으로 보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존 전원 의뢰서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방 가능한 응급실 응급환자 사망률, 선진국에 비해 높아

응급 처치는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하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도 응급의료시설 개선 융자계획'을 보면 우리나라의 예방 가능한 응급실 응급환자 사망률은 32.6%이다. 선진국의 10~20%대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응급환자가 얼마나 신속하게 치료기관에 도착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인 '중증 응급환자의 적정시간 내 최종치료기관 도착 비율'도 보건복지부 자료에서는 전국 시·도 가운데 충북이 58.5%로 가장 높았으며 전남 57.6%, 인천 57.3% 순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37%였던 대구였고, 광주 40.8%, 대전 43%, 충남44.4%도 저조한 편에 속했다. 수치가 높을수록  환자의 사망 및 장애 확률이 낮아진다고 볼 수 있는데, 거의 모든 지역이 정부가 최소한도로 인정하는 수준인 60%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환자가 전원 되는 경우도 이외로 많다. 지난해 10월 유재중(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17.6%는 전원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중 절반은 자발적 의사가 아닌 병원 측 요청에 따라 전원된 경우였다"고 보건복지부 자료 분석결과(2010)를 발표했다.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망률도 전원을 할 경우 3배 이상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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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샤우팅카페 자문단은 진료기록 등 관련 서류를 재검토하기도 했다 ⓒ 환자단체연합회


이지혜씨 어머니의 경우에도 보훈병원에서 영남대 병원까지 이송되면서 상태가 더 나빠졌을 수 있다. 시간 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 뇌출혈은 빠른 처지가 필요한 병이기 때문이다. 물론 '뇌동정맥기형성 뇌출혈'의 경우는 환자 예우가 안 좋다. 하지만 모든 환자들이 그런다고 100%로 똑같지 않다. 1%의 다른 가능성이 존재할 수도 있다. 이지혜씨가 분통을 터트리는 것도 위급한 상황인데 모두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 가라고 할 뿐, 그리고 거기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도 기관이 없어서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선진체계에서는 처지나 도움이 되지 않으면 전달체계 있는 곳에 연락하면 주변 가까운 곳에 능력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필요한 조치와 수술 가능한 곳을 알려주는 컨트롤 센터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서둘러 이런 방법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응급환자 #환자단체연합회 #환자샤우팅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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