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에 출점해도, 본사는 '돈잔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편의점...24시간 노예계약에도 순수익 100만원 겨우 넘겨

등록 2013.04.19 16:09수정 2013.04.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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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①] CU 점주 "정말, 우리 남편이 근무하다 죽어 나가야 하는 겁니까? 최근 극심한 두통과 스트레스 부정맥으로 너무 힘들어합니다. 지켜보기 힘듭니다. 하루속히 편의점을 폐점하고 남편이 건강에 신경 쓸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례②] 세븐일레븐 점주 "1년 지났을 그때 폐점 위약금이 6000만 원이라더니 2년 반 지난 지금 폐점 위약금 산정금액도 6000만 원이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그래도 어렵게 폐점 결정을 한 거였고 울며 겨자 먹기로 폐점을 결정했지만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밤낮으로 일한 결과가 6000만 원의 빚이 추가되는 것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례③] 편의점 본사 "점주님 카페 활동하시죠? 그렇다면 우리도 원칙대로 합니다. 점주님 어제 인터뷰 왜 했어요? 앞으로 모든 지원금 없을 줄 아세요."

지난 2일,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실이 참여연대 등과 함께 개최한 '편의점 점주의 피해자 증언 및 가맹사업법 개정 필요성' 토론회에 참석한 편의점 점주들의 피해 사례다. 이날 국회에 모인 점주들은 짧게는 1년부터 길게는 5년 동안 쌓아놓은 울분과 분노를 민병두 의원을 비롯한 사회단체 관계자, 그리고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한꺼번에 토해냈다.

특히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대한 점주들의 분노가 예상 밖으로 컸다. 점주들이 눈물로 호소한 피해사례는 그동안 빗장을 걸고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한 대기업들의 횡포를 들춰내기에 충분했다. 병들고 아파도, 이사를 가야 해도, 또 적자가 나도 점주들은 24시간 매장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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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점주들의 피해사례 증언에 앞서, 민병두 의원이 가맹사업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민병두 의원실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편의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하자 업계의 경쟁 역시 치열해졌다. 그러다보니 '월 최저보장 수입 500만 원' 등의 허위과장 광고가 업계의 관행으로 자리잡았으며 너도나도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수익을 내지 못해도 끌고 갈 수밖에 없는 노예계약뿐이었다.

이와 관련, 민 의원실 관계자는 "가맹점주 입장에서 보면 월 최저보장 수입 500만 원의 의미를 500만 원 '순이익'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BGF(CU) 본점은 '별지명세서'라는 방식을 통해 매출액 대비 본점의 이익으로 35%를 가져가고, 전기·수도·인건비 등 대부분의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부담시켜, 결과적으로는 (점주들이 가져가는 돈은)채 150만 원도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한 마디로, 월 순수익 500만 원 보장은 결국, 허울에 불과하며 뒤늦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때는 이미 늦었다"며 "5년 장기계약으로 인해, 5천만원~1억원 내외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월 최저보장 수입 500만원 보장'은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이며, "허위 과장된 정보제공 등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가맹점사업법 제9조 제1항에도 위반된다는 것이 민 의원실 주장이다. 이에 민 의원은 지난해 말, 6544개의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한 BGF를 공정거래위에 고발한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살깎기식으로 출점에만 열을 올리는 편의점 본사들의 과당 출혈 경쟁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대학교가 위치한 신림동에만 108개의 편의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에는 10m도 안 되는 거리에 동일 브랜드의 편의점이 있는 등 공정거래위가 지난해 말 시행한 '편의점 250m' 권고 조치를 무색케 만들었다.

서울 노원구 창동역 부근도 마찬가지다. 이 역 500m 이내에선 9개의 편의점이 영업 중이다. 2011년 전에는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이 일매출 150만 원을 올리며 흑자 운영됐지만, 이후 타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줄기 시작했고 최근 CU가 들어서면서 두 점포 모두 매출이 반토막 났다. 현재는 3개 점포 모두 적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대치동 선릉역 인근에도 40여개가 밀집돼 있으며, 특히 한 건물에 같은 브랜드 편의점만 2개가 있는 것도 부족해 바로 옆 건물에도 동일 브랜드 편의점이 출점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민 의원실 관계자는 "2000년 2826개였던 편의점 숫자가 불과 10년 만에 2만1221개(2011년 말 기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며 "여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책임이 크다"
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민병두 의원실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5대 메이저 편의점 본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한 '업체 간 직선거리 80m 이내에는 근접출점을 자제한다'는 내용에 대해 공정위가, 지난해 2000년 말 문제가 있다고 시정명령을 내렸던 것. 이후 편의점 거리제한이 폐지되자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민 의원실 설명이다.

민병두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상생'이다. 그동안 편의점 점주들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 왔다. 하지만 편의점 본사들은 점주들의 그러한 분노와 울분을 짓밟으며 오히려 몸집을 불렸다. 그 잘못을  바로잡자는 것이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주된 목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편의점 업계 바로세우기가 어느 정도의 파급효과를 가져 올지 현재로선 미지수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지금까지 칭찬과 격려를 받을 만한 일들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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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3일, 민주통합당 대선예비후부 경선을 앞두고 김두관 지지선언을 한 민병두 의원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촬영 : 남소연 기자) ⓒ 민병두 의원실


한 집 건너 한 집이 편의점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최근 편의점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많아진 숫자만큼 편의점주들의 애환과 한숨은 늘어만 가고 있다. 이에 최근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병두 의원을 지난 12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난해 말부터 민변, 참여연대와 함께 편의점 실태조사를 진행해오고 있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는 '서민들의 관심사'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서민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구체적인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것이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편의점의 불공정거래 문제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편의점 문제를 다루면서 저희 지역구인 동대문지역에서 편의점을 하는 분들을 다시 보게 됩니다. 산뜻한 편의점의 매장분위기와 달리 정작 거기서 일하시는 점주분들은 정말로 근심걱정이 많겠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분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편의점 점주들의 울분과 목소리를 직접 접하신 당사자로서, 의원님의 솔직한 입장이 궁금합니다.
"작년 12월에도 편의점 불공정거래 관련 국회에서 토론회를 했습니다. 그때 참석했던 어떤 편의점 점주 분께서 하셨던 말씀이 두고 두고 가슴에 남았습니다. "99개를 가진 사람들이 우리가 가진 1개마저 가져가려고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어떤 점주께서는 "논두렁에 편의점을 오픈해도 본사는 이익이다"라는 말씀을 했습니다. 가슴에 맺히고 맺혔던 울분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표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가맹사업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꼭 통과시켜서, 편의점 점주분들의 억울함을 달래드리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현행 편의점 가맹사업법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편의점 문제를 크게 구분해보면 ▲진입과정의 불공정 ▲운영과정의 불공정 ▲폐점과정의 불공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진입 과정의 불공정'은 특히 '허위 과장 정보제공'이 심각한 상태인데,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운영과정의 불공정'은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영업지역 미보호 과도한 미송금 위약금 ▲담배소매인 지정의 불공정과 담배 광고료 ▲강제발주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 심지어 '암'에 걸린 사람에게도 24시간 심야영업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셋째, '폐점 과정의 불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청난 '해지 위약금'입니다. 해지를 원할 경우, 10개월~15개월 분의 '미래 예상 수익'을 점주가 본사에게 물어줘야 했습니다. '인테리어 잔존가'까지 포함할 경우 그 금액은 통상적으로 5천만원~1억원에 이릅니다. '속아서' 편의집을 오픈한 다음, 15시간 가까이 일을 해도 자기 인건비도 못 챙겨서 그만두려는 사람에게, 5천만원 이상의 금액에 해당하는 10개월~12개월의 미래 이익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이러한 편의점 점주들이 겪고 있는 억울하고 부당한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 그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편의점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관 상임위에선 이번 개정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제가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다른 의원들이 상정한 것과 함께 심의될 예정입니다. 다른 의원님과 함께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전제로, 상임위의 다른 의원들도 대체로는 '취지'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세부적인 법리, 정합성, 부작용 가능성 등은 함께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풀어나갈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이번 가맹사업법의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내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빠르면 4월 임시국회 또는 6월 임시국회에도 가능할 수 있다고 봅니다. 4월 2일 국회에서 민병두 의원실-참여연대-민변이 함께 '편의점 점주 피해자 증언대회'를 개최한 이후 언론보도가 많이 나갔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의 의원들도 매우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대선을 거치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편의점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문제는 '동네에서 실천하는' 경제민주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당-야당-정부가 서로 협력해야 하며, 나름대로 공감대가 있는 법안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 대형마트들이 임의가맹형 점포라고 주장하는 이마트에브리데이, 홈플러스365, 롯데마트999에 대한 의원님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대형마트로 시작했던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SSM의 형태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더니, 최근에는 '마트형 편의점'의 형태로 다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 상생법, 가맹사업법의 맹점을 활용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먼저, 해당 대기업들은 대기업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스스로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은 정치권이 추가로 마련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 중인 중소형 프랜차이즈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까요?
"저희가 대표 발의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허위 과장 정보제공 규제 ▲영업지역 보호 설정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금지 ▲사업자단체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 ▲과도한 해지위약금 등입니다. 그런데 이중에서 중소형 프랜차이즈 업계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허위과장 정보제공, 영업지역, 24시간 심야영업 강요, 과도한 해지위약금 등은 중소형 프랜차이즈에 해당하는 이슈가 아닙니다. 다만, 사업자단체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는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자단체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는 결성-협의-협약권 정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단체행동권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협의가 결렬될 경우 현재도 있는 제도인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신청을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편의점 업계가 향후 해결해야 될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편의점 산업은 본사와 가맹점, 그리고 소비자의 3자 관계로 구성됩니다. 특히나 최근 몇 년간 편의점 업계는 '점포 남발'을 통해서 가맹점주의 희생을 대가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하나의 증거가 점포당 매출액은 감소했지만, 본사의 수익은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입니다. 그 결과, 억울한 점주들 입장에서는 '속아서' 시작하게 되고, 제 아무리 운영해도 '적자'에 허덕이게 되고, 그만두고 싶어도 엄청나게 과도한 해지위약금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렸던 것입니다. 점주들의 피눈물을 통해서 얻은 본사의 이익증대가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그렇게 볼 때, 편의점 업계가 향후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는 '상생의 정신'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점 본사-가맹점주-소비자 모두가 이익이 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평소 정치인으로서의 포부와 비전이 궁금합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의 역할에 대해서 "말없는 다수에게 목소리를 주는 것"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있는 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것, 그래서 우리 사회가 소외된 사람 없이 더 크게 '통합'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없는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그런 활동을 앞으로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주부, 자영업자, 어르신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런 분들의 억울함을 달래주고, 우리사회의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그리고 경제성장이 '선순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지난 2012년 의정 활동을 자평하신다면...
"2012년 제19대 국회 이후 최근까지 주로 역점을 두었던 의정활동은 ▲일감몰아주기 근절 관련 입법 ▲외환-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한국형 토빈세법'(=외국환거래세법) 발의 ▲가계부채 문제 및 약탈적 대출 방지를 위한 '공정 대출법' 발의 ▲편의점 문제를 비롯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발의 ▲수입 외제차의 폭리 근절을 위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준비 등의 활동이었습니다. 한국 경제가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경제민주화의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입법 활동들이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에는 발의했던 법안들에 대한 입법적 성과들을 하나씩 거둘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편의점피해 #가맹사업법개정안 #민병두의원 #CU패밀리마트 #세븐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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