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첫 월급 선물... "고맙다"

딸 키운 보람

등록 2013.04.25 11:01수정 2013.04.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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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딸이 첫 월급으로 보내온  아내의 고급 핸드백입니다.

딸이 첫 월급으로 보내온 아내의 고급 핸드백입니다. ⓒ 홍경석


어제(24일) 주간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니 아내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밝았습니다.


"싱글벙글하는 걸 보니 뭐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보네?"

그러자 아내는 서울의 딸에게서 택배로 선물이 왔다며 보여줬습니다. 살펴보니 아내에겐 모 유명브랜드의 핸드백을, 제게는 역시도 이름난 상표의 등산용 아웃도어 상하의를 보내왔더군요.

"그렇다면 이건 우리 딸의 첫 월급 선물?"
"그런 가봐. 근데 이 녀석이 월급을 몇 푼이나 받는다고 이처럼 과용을 한 거지? 더군다나 첫 월급이라서 얼마 받지도 못 했을 텐데."
"......!"

그렇습니다. 딸은 지난 3월부터 직장인 새내기가 되어 밤늦도록까지 일을 하여 드디어 첫 월급을 받은 것이죠.

한데 딸이 보내온 선물의 가격표를 보니 이건 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만치의 거금이었거든요!


"아무리 첫 월급은 부모를 위해 쓰는 거라지만 이 녀석이 이같이 과용을 했다면 필시 생활고에 시달리겠는데...!"

그래서 걱정이 되기에 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지요. '안녕? 네가 보내준 선물은 잘 받았다. 그런데 너무 비싸서 부담이 되는구나. 하여간 퇴근하는 대로 집으로 전화 하렴.' 딸은 5분 여 뒤에 집전화로 전화를 하여 먼저 아내와 통화를 나눴습니다.


아내는 딸의 푸짐한 선물에 연신 희희낙락을 감추지 못 하면서도 저처럼 염려를 앞세우는 걸 잊지 않았지요. "그나저나 우리 딸, 엄마랑 아빠에게 선물하느라 부도난 거 아녀? 그럼 앞으로 한 달간 뭘 먹고 사니?"

이에 딸의 깔깔거리는 음성이 수화기의 틈새로 흘러나오더군요. 이번엔 제 차례였습니다.

"전화 일루 줘 봐, 우리 딸 안녕?"
"네, 안녕하셨어요?"
"응, 덕분에. 근데 너, 오늘 보낸 선물은 너무 사치스럽더구나! 그래서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 건 우리 딸이 한 달 내내 제 때 밥도 못 사먹고 고생하면 어쩌나 하는 거란다."

a 딸은 제게도 유명 브랜드 아웃도어  상.하의를 보내왔습니다.

딸은 제게도 유명 브랜드 아웃도어 상.하의를 보내왔습니다. ⓒ 홍경석


딸은 더욱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호호~ 아무렴 그럴리가요. 주변에서 첫 월급은 부모님을 위해 몽땅 쓰는 거라기에 통 크게 한 번 써 봤어요."
"누가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사주(使嗾)'를 한 겨? 내복 한 벌이면 족한 것을."
"아빠는 참~ 완연한 봄인데 누가 내복을 입는다고요."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고맙다! 잘 입을게."
"네, 약주 줄이시고 대신 제가 사드린 아웃도어 입으시고 등산을 자주 다니세요."
"그럴게, 그럼 잘 있어."

통화를 마친 뒤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내는 딸 키운 보람을 얻었다며 어찌나 열변을 토하던지 이건 뭐 밥을 먹는 건지 말을 밥에 섞는 건지 도통 모를 정도로 그렇게 여전히 수다쟁이 아낙으로 변모했습니다.

그렇지만 제 맘은 아내와는 조금 달리 이런 침울한 생각까지 들더군요. '서울 사는 사람이 남산 구경 못 한다'는 말이 있듯 딸은 나들이는커녕 첫 월급을 받고자 휴일에도 나가서 일을 했다는데 나는 딸이 보내온 첫 월급의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라고 말이죠. 어쨌거나 효심에도 충실한 대견한 딸이 참 고마웠습니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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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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