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논란' 미스코리아 대회, 과거를 보니...

[아름다운 얼굴이야기] 찍어낸 듯 똑같은 얼굴, 이게 예쁜 건가요

등록 2013.04.28 15:06수정 2013.04.2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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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굴을 아름답게 하는 의사다. 그런데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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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미스서울 선발대회 참가자들. ⓒ IB Times 갈무리

지난 24일, 미국 <IB Times>를 비롯한 복수의 매체가 미스코리아 2013 선발대회를 두고 "성형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IB Times>는 해외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인용해 '2013 미스서울 선발대회 참가자 20명의 포스터를 분석한 결과, 서로 놀랍게도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물론 서양인 입장에서 동양인의 외모가 비슷해 보일 수는 있다. 그런데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고, 일반적 혹은 평균적인 얼굴이라고 보기에 한국인 고유의 특성이 없어 보인다는 게 이 기사에 인용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성형외과가 몰려있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압구정역 역사는 마치 사진전을 열고 있는 갤러리와 흡사하다. 사진전의 주제는 '성형 전과 후' 정도가 될 듯하다. 미용 관련 병원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보니 그만큼 광고전이 치열하다.

역사에 붙어있는 사진들을 보면 극적으로 변한 사람들이 즐비하다. 지나가면서 슬쩍 보기만 해도 현대 의학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을 정도다. 1990년대 영화 <페이스 오프>에서나 상상하던 장면이다.

이들 중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한 성형외과의 광고가 있었다. 시술 전에는 다르게 생겼던 사람들이 시술 후 사진을 보면 마치 쌍둥이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성경에 나오는 이 구절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을 듯하다. '시작은 다르나 끝은 똑같으리라.'


그 광고에 나온 사람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일반적인 한국인의 얼굴상과는 차이가 크다. 나아가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평균적인 인류의 얼굴과도 달랐다. 그 성형외과만의 인종이 따로 있는 듯했다.

납작 머리나 늘어난 목이 대세일 때도 있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다르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떤 집단에서만 존재하는 미의 기준이 있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따르면 옛날 가야 사람들은 어린아이를 낳으면 돌로 머리를 눌러놨다고 한다(편두풍습). 이는 머리를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러한 풍습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의 넓은 지역에서 행해졌던 것인데, 프랑스·인도네시아·말라네시아·북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에서는 20세기 초까지 행해졌다.

16~18세기의 유럽에서는 여성들 사이에 가는 허리가 유행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코르셋을 착용하면서 허리를 가늘게 했다고 한다. 허리둘레가 15인치 이하인 사람들도 있었다. 태국과 미얀마에 사는 카렌족에서는 여성들의 목에 황동고리를 두르면서 목의 길이를 늘이는 풍습이 있다. 중국에서는 여자의 발을 작게 만들기 위해 유아기 때부터 발을 붕대로 꽁꽁 묶어 자라지 못하게 했다. 인도의 아파타니에서는 콧방울에 두꺼운 피어싱을 하는 풍습이 있고, 에티오피아의 서마족이나 아마존의 조에족은 아랫입술 부위에 구멍을 뚫어 장신구를 끼우기도 한다.

이런 예들은 집단마다 미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정 집단에만 적용되는 미의 기준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이상하거나 신기한 느낌마저 든다. 보편적인 인류와는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편두풍습이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지역에서 이어져 왔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미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얼굴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길거리에서 당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난다면?

원래 인류가 갖게 된 미의 기준은 주변 사람들 간에 공통점을 가지는 '평균성'에 기반한다. 현실 세계에서 보는 나의 가족, 내 주변 사람들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소통이 확대되면서 그 평균성의 범위가 넓어졌다. 특정 부족이나 사회에서 강조하는 풍습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다. 그러면서 오히려 타고난 개성이 살아 있는 자연스러운 얼굴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생겼다. 본래의 특징이나 고유한 매력이 살아있는 얼굴이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하철역 광고물에서 보는 얼굴은 현실 세계에서 보는 사람들보다는 (해당 성형외과에서) 확대·재생산된 미의 기준으로 형성된 얼굴이다.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미의 기준이라기보다는 어떤 한정된 집단에서 강조되는 모습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마치, 가야시대의 편두풍습처럼 말이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논란에 휩싸인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국인의 보편적인 얼굴과는 동떨어진 다른 집단의 모습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접했던 광고 속 주인공들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서 성형외과를 방문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그들만의 아름다움이라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기만 해도 묘한 어색함에 피하고 싶어진다. 그 옷이 특이한 옷이라면 그런 어색함은 더해진다. 그런데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어떨까.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얼굴 #미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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