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점령한 대작 영화의 스크린수, 그 득과실

관객이 선택하는 것일까? 극장에 의해 선택되어 지는 것일까?

등록 2013.04.28 15:50수정 2013.04.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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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3>한장면 ⓒ 파라마운트


4월 영화 <아이언맨3>가 개봉했다. 딱 작년 이맘때쯤 영화 <어벤져스>돌풍은 실로 대단했다. '마블'의 새로운 도전으로 관객들은 물론 영화 평론가들의 환호성을 지르게 했다. 작품성과 볼거리를 모두 갖춘 영화였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700만 관객을 넘으면서 흥행이 이어 갔다. 그리고 <아이언맨3>가 돌아왔다. 개봉 첫 주 주말에 흥행몰이를 하고 있기에 앞으로 관객들이 대거 관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가 궁금하겠지만, 이 기사는 영화 리뷰 기사가 아니다. 영화에서 한 발짝 물러나 대작 영화들의 독점과 관객의 선택을 생각해보는 기사다.


대작 영화들의 간판 시대

영화진흥위원회 기준(13년 4월 27일 기준) 전국의 387개의 영화관과 2416개의 스크린이 있다. 그 중에서 현재 영화 <아이언맨3>는 전국의 스크린 1386개(13년 4월 27일 기준)을 잡고 있다. 수치로만 보아도 거의 스크린의 반을 이 영화가 차지하고 있다. 이 정도의 스크린 수를 보자면 동내 어느 영화관을 가보더라도, 대작 영화의 간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난 4월 10일 개봉한 <전설의 주먹>은 <아이언맨3>에 밀리는 추세지만, 대형기획사의 배급으로 스크린 724개(13년 4월 27일 기준)을 잡고 있으면서 굳건히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외 개봉한 다른 영화들은 불과 몇 백 개의 스크린 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음주가 되면 다른 신작영화에 밀려 언제 종영될 지 모를 운명에 처해 있다. 물론 대작 영화이고 사람들이 기대한 영화이기에 극장 입장에서는 신작영화로 전면 포진하는 것이 당연하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의미를 놓고 보면 2개 이상의 관을 가진 영화관을 말한다. 예전에는 단관 극장이여서 우리가 선택할 영화가 없었지만 지금은 관객에게 다양환 관에 다양한 영화를 볼 선택권을 주는 환경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이것은 앞서 말한 한 영화가 독점으로 잡는 큰 수치의 스크린수가 우리의 선택을 빼앗기는 이유이다. 하지만 또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재밌는 영화들을 2개관 이상 포진하고, 여러 시간대를 늘여놓음으로써 관객들에게 다양한 시간대를 선택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렇데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대작 영화의 스크린 독점. 실제로 겪은 두가지 사례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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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3>한장면 ⓒ 파라마운틴


대작 영화를 시간대별로 선택할 권리

2011년, 영화 <트랜스포머3>가 개봉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당시,아는 업체에서 제공받은 영화티켓이 4장이나 생겼다. 그 당시 영화를 볼 시간이 없었던 나는 최근 애인이 생긴 친구2명에게 축하 겸 선물로 영화를 보여주기로 했다.영화의 선택은 간단했다. 친구들은 당연히 그 당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랜스포머3>를 보여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뒤를 이었다. 바로 두 커플을 만족시킬 영화시간을 찾는 것이 문제였다. 친구들 제각기 바빠 일정이 달랐다. 영화티켓 4장을 들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예매를 해야 했기에 그들에게 시간대를 맞추는 조율을 중간에서 해야만 했다.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이 상황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대구 모 멀티플렉스 극장의 예매를 위해 인터넷에 접속한 순간, 거의 대부분 관이 <트랜스 포머3>를 상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시간대는 다양했고, 영화 시간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소위 30분 간격으로 한 영화가 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친구들에게 다양한 시간대를 제시했고, 예매는 쉽게 끝났다.

위 사례를 보듯이 영화 상영시간은 항상 큰 고민으로 남아있다. 영화는 너무 보고 싶지만 시간이 애매하여 못 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대작 영화들이 스크린에 대부분 포진된 결과 관객들에게 다양한 시간대를 제시하고, 어떻게든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인기 영화가 스크린 수를 대부분 독점하는 긍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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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한장면 ⓒ CJ엔터테이먼트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작년 가을 영화 <늑대아이>라는 애니메이션이 개봉하였다. 여러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이 애니메이션을 조카에게 보여주고 싶어, 스마트폰으로 대구의 모 멀티플렉스 극장 어플에 접속했다. 평일 사람이 없는 시간에 편하게 영화를 볼 생각으로 시간대를 봤지만, 시간대가 대부분 아침 일찍 상영하고 그 뒤로는 아예 없었다. 동내 근처에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에 뒤져봤지만 그곳에는 아예 개봉조차 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같은 날 개봉한 영화 <광해>가 대부분 상영관을 꿰차고 있었고, <광해>의 시간대의 비해 <늑대아이>의 시간대는 너무나 한정되어 이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영화'라고 소개한 극장에서도 <광해>가 교차상영으로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있었다. 결국 조카에겐 <늑대아이>영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 당시 <광해>의 스크린 수는 819개, <늑대아이>는 114개 (영진위, 12년 9월 27일 기준)였다. 스크린 114개 대부분도 수도권에서 상영하다 보니, 지방에서 <늑대아이>를 관람하기엔 쉽지 않은 환경이였다.

지난해 영화 <광해>가 개봉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당시였다. 직접 영화관을 가거나, 스마트폰에 예매창을 열어봐도 대부분 <광해>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하나 있엇다. 광해가 스크린수나 관객수로 1위로 달리고 있던 때였다. 바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피에타>의 돌풍 이였다.

개봉 당시 120개의 스크린으로 작게 시작한 이 영화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개봉을 하지 않는 극장들을 비롯해 상영횟수도 너무나 적어서 관람이 어려웠다. 그러나 수상을 한 뒤로 관객과 언론의 극찬을 받으면서 이 영화는 주목 받았고, 스크린수가 300개 이상으로 늘어나는 일 까지 일어났다. 만약 이 영화가 수상하지 않고, 관객에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면 가능했던 일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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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한장면 ⓒ NEW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관객

영화 스크린수가 적용되는 과정은 배급사의 힘의 원리가 적용된다. 대형 배급사를 잡게 된다면 개봉관수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되기에, 평론가들의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영화라도 관객수 300만을 넘는 경우가 있다. 이 현상은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그 영화가 재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영화 볼 것이 이것 뿐이라는 제한적인 선택 때문에 관람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보통 평균 1년에 6회 정도 영화를 관람한다고 한다. 매우 작은 수치이다.
그리고 그 6회를 대형 배급사를 통해 개봉한 대작 영화들을 관람한다. 이것은 관객 스스로의 선택일 수도 있고, 극장이 제시한 룰에 따른 선택일 수 있다. 영화관을 자주 오지 않는 사람들이 대작 영화를 보러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알기에 영화관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상영시간표를 대작 영화 위주로 편성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영화관의 수입이 관객수에 어느 정도 큰 영향을 받기에, 그 고객들을 위해 대작 영화의 다양한 시간대를 펼쳐놓는 것이다. 그럼 관객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시간대를 선택하여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러 오기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영화관람은 우리의 취미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었다. 언제든지 쉽게 찾아갈 수 있고, 편안하게 관람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 되었다. 그리고 영화 매니아들은 항상 다양한 영화에 목말라 하고 있다. 국내외 독립영화 개봉작들을 보고 싶어 하지만 관객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매번 극장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간혹 개봉을 하더라도 시간대를 찾기도 어렵고, 한번 타이밍을 놓치면 다음날 영화가 종영된 경우가 많다.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를 영화관이라는 명칭을 달고 운영하는 극장이 외면하고 있는 실태이다.

<아이언맨3>을 포함해 그동안 개봉됬던 대작 영화들은 싫든 좋든 많은 관객들이 기다려온 영화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앞으로 수많은 대작 영화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관객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 있는 많은 상영관들에 대부분 대작들이 걸리겠지만, <피에타>의 경우처럼 관객들이 좋은 영화를 찾고 관람하면, 그 영화가 주목을 받고 스크린수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관람 기회 또한 많아 질 것이다. 결국 이렇든 영화는 감독이 만들지만, 극장이 영화를 완성시키지는 않는다. 완성은 바로 관객이 시키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관객이기 때문이다.
#영화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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