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부시장, 이은상 관련 결정 '부정' 논란

"노산문학관으로 바꿔야" 발언... 대책위 "이미 마산문학관으로 결정"

등록 2013.04.29 15:33수정 2013.04.2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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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문학관을 노산(이은상)문학관으로 바꿔야 마산이 산다.… 이런 엄청난 상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활용하지 않느냐."(조영파, 윤재근)

"마산문학관은 이미 마산시의회에서 결정했다.… 이은상이 고향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마산시민정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반증이다."(김영만).

마산역 광장 '이은상(가고파)시비'와 관련한 갈등이 계속되는 속에, 조영파 현 창원시(통합) 부시장이 옛 마산시의회의 결정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a  마산역광장에 세워진 이은상 시비 위에는 철거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마산역광장에 세워진 이은상 시비 위에는 철거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 윤성효


이은상(1903~1982)과 관련한 발언이다. 지난 27일 마산 아리랑호텔에서 '노산 이은상 시조선집 가고파 출판기념회'가 열렸는데, 조영파 창원시 부시장이 참석해 발언한 것이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경남시조시인협회가 주최했는데,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가 강연했다.

이은상은 3·15의거를 폄훼하고 독재정권에 빌붙은 행적이 뚜렷하다. 옛 마산시가 1999년부터 '노산문학관'을 세우려고 했을 때 지역에서 논쟁이 벌어졌고, 2005년 옛 마산시의회는 '노산문학관'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으로 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 2월 6일 마산역광장에 '이은상 가고파 시비'가 세워지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시비는 국제로터리클럽이 세웠는데,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마산역광장이은상시비철거대책위'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누군가가 시비 앞뒷면을 페인트로 훼손하고, 대책위는 계란 투척을 하는 등 현재 시비는 흉물스럽다.

조영파 부시장 "노산문학관으로 바꾸어야 한다"


'노산 이은상 시조선집 가고파 출판기념회'에 참가자들은 기념사업을 주장했다. 윤재근 명예교수를 비롯한 문인들은 이은상을 기리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조영파 부시장은 "마산문학관을 노산문학관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김병수 마산문인협회 회장은 "전국 자치단체가 조그만 이야깃거리만 있으면 그것을 활용해 관광객을 유치하려 하는데 마산에서는 특정 단체에 발목이 잡혀 꼼짝도 못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노산이 살아야 마산이 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유당 정권에 조금 동조했다고 해서 독재부역 논란이 있는데, 이승만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에 한국의 초대 국부에 올랐고 반공을 제1국시로 내세우며 국민의 동조를 받은 분"이라며 "고려왕조를 뒤엎은 위화도 회군도 쿠데타이니 이성계를 잡아와서 다시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옛 마산시 부시장을 지낸 조영파 창원시 부시장은 "창원시 부시장으로서가 아니라 마산 양덕동 주민으로서 초청받았다"며 "노산문학관을 제가 기획하고 마산시에서 퇴직했더니 마산문학관으로 바뀌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학 분야는 제 업무가 아니지만 제가 지금 창원시에 들어가 있으니 (노산문학관 계승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날 출판기념회가 노산문학이 꽃피는 발판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재근 교수는 "가고파는 마산시민에게 1년에 몇 백만원씩을 갖다 줄 수 있는 상품"이라며 "이런 엄청난 상품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활용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윤 교수는 "마산시민정신이 우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윤이상이나 박경리 등은 노산이 마산을 사랑한 만큼 통영을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영은 그들을 관광상품화 했다, 적어도 자신들이 사는 산천에 애정을 가져야 하는데 마산시민 정신은 그 점이 부족하다"며 "노산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산을 위해서 가고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만 대표, 윤재근-조영파 발언 조목조목 반박

'마산역광장이은상시비철거대책위'는 문인과 조영파 부시장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마산민주공원건립추진위원장인 김영만 대책위 공동대표는 출판기념회에서 나온 발언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a  마산 제비산에 있는 마산문학관 전경.

마산 제비산에 있는 마산문학관 전경. ⓒ 윤성효

김 공동대표는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윤재근 교수와 조영파 부시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윤 교수가 '시민정신이 우둔하다'고 한 것에 대해, 김 대표는 "이은상에 이어 또다시 마산시민을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이 발언에 대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은상 고향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것은 마산시민정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반증"이라며 "마산시민정신은 3·15의거 정신이고 3·15의거 정신은 자유, 민주, 정의다, 이은상은 3·15부정선거 당시, 영구집권을 위해 3·15부정선거를 획책한 이승만과 이기붕을 당선시키기 위해 전국유세를 다닌 정치적인 공범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은상을 문학적 차원과 개인적 입장에서 그를 찬양하든 선양하든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며 "다만 공적인 차원에서 민주성지 마산에 반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시민의 혈세로 그를 기념하거나 공공장소에 그를 기리는 비를 세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마산시민이 우매한 것이 아니라 똑똑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마산시민들에게 함께 좋아해 달라고 떼를 쓰는 것도 유분수지 자기들 맘대로 안 된다고 해서 마산시민들을 우매하다고 모독했다고 하니 도대체 윤재근씨가 무지몽매한 것인지 후안무치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조영파 부시장의 발언에 대해, 김영만 공동대표는 "조영파 부시장은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를 잘 모르는 분별력과 인지능력이 부족한 사람인 것 같다"며 "자신이 기획했다고 하니 그간의 과정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은상 기념 문학관 논쟁은 1999년부터 2005년 까지 무려 6년이나 진행되었고 결국은 마산시의회에서 자체 토론을 거쳐 찬반투표로 마산문학관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마산시의회는 자신이 결정했던 일을 자신이 스스로 뒤집는 일로써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공동대표는 "조영파 부시장은 현재 마산시가 창원시로 통합되어 사라졌다 해도 당시 마산시의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할 사람"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자신이 부시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이은상문학관을 추진할 듯한 발언을 했다면 이는 망언"이라고 밝혔다.

'이은상 관공자원화' 주장에 대해, 김영만 공동대표는 "특정시가 관공도시로 성공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마산에서 이은상문학관이 관광자원으로써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이를 입증할 어떤 과학적 자료도 없다"며 "그보다 마산은 지금 '한국민주주의전당'을 유치하려고 각계각층에서 노력하고 있고, 그 가능성 또한 어느때 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민주주의전당과 이은상 기념문학관은 마산에서 동시에 존치할 수 없는 적대적 관계이고, 이로 인해 마산은 관광은 커녕 전 국민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마산이 한국민주주의전당을 유치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만 공동대표는 "지금 마산은 한국민주주의전당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이은상 기념문학관을 선택할 건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며 "당연히 우리는 한국민주주의전당을 선택한다, 그것이 마산이 민주성지라는 자부심만이 아니라 관공자원에서도 이은상기념문학관에 비해 훨씬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은상 #마산역광장 #이은상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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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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