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구스(Bon Gousse) 밥버거 오봉구 대표
이정섭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창업을 하는 과정을 반복했던 오 대표는 "한 번은 제천에 갔더니 제천의 명물이라면서 빨간 어묵을 팔고 있더라, '아! 이거다'라는 생각에 수원에 와서 그걸 팔았다, 그런데 국물이 없어서인지 잘 안 팔렸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17번의 실패를 맛 본 오 대표는 18번째에 단돈 10만 원을 투자해 수원 동원고등학교 앞 길거리에서 한 개에 1500원인 지금의 밥버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때 고등학교 친구들은 막 취업을 하기 시작할 때였다. 나 스스로 신세한탄을 가장 많이 하던 시기였다. 그 당시 여자친구는 좋은 사람 만나라면서 이별을 통보했다. 기가 죽어서 장사할 힘도 없이 그냥 멍하니 있다가 오곤 했다."
이틀 동안 밥버거를 단 한 개도 못 팔았다. 그런데 장사를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 뜻밖의 일이 일어 났다.
"한 남학생이 '이거 얼마예요?'라고 물었다. 순간 정말 눈물이 핑 돌더라. 너무 고마워서 밥버거를 사준 학생을 따라가며 '너 어느 학교니? 부모님은 뭐하시니?' 등등 친해지려고 이것저것 물었다."다음날 그 학생은 친구 12명을 데려왔고, 그 다음날은 50명이 왔다. 장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하루에 밥버거 100개를 팔았다.
"많이 판 날은 1700개까지 팔아봤다. 장사하기 전날 밤, 아주머니 세 명을 고용해서 밥버거를 1000개씩 만들었다. 식당에서 쓰는 큰 밥솥을 몇 개 구해서 집에서 만들다 보니, 전기세가 많이 나와서 어머니께 쫓겨나기도 했다.(웃음)" 이때부터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해 스스로를 '오봉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오 대표는 "지금도 학교 앞에서 장사 할 때 만났던 학생들하고 연락을 한다"며 "고등학교 졸업하고 저한테 술 사달라면서 한 번 모이면 70~80명 모인다, 집회 수준이다"라며 웃었다.
길거리 장사가 잘되던 때 학교 측에서 그만두라고 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경찰차 두 대가 오고 공무원, 학교 선생님들이 오더니 날 쫓아내더라"면서 "결국 행정처분까지 받았고, 쫓겨난 뒤 학생들에게 격려문자가 오기 시작했는데, 1000개가 왔다, 내게는 큰 위로가 됐다"고 회상했다.
오 대표는 당시 번 돈으로 수원역 쪽에 테이크아웃만 가능한 작은 가게를 열었다. 대다수가 학생 손님이었고, 문전성시를 이뤘다. 손님이 많아 도로까지 줄이 늘어서자 경찰이 교통정리까지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장사가 잘 되니 같은 간판 아래서 밥버거를 팔겠다는 사람들이 찾아왔고, 지난해 8월부터 프랜차이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감성을 팔고 사람을 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