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상대 도서관은 100여년전 경남 산청의 유명한 유학자인 혜산 이상규(1846-1922) 선생의 딸인 이필헌(李必憲, 1901-?)이 썼던 제문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필헌이 쓴 친정 어머니 한글 제문(1917).
경상대학교
이 자료와 관련된 문중 후손들을 이상필(한문학), 박용식(국어국문학) 교수와 문천각 이정희 사서가 탐문 조사하고 관련 기록을 연구해 왔다.
연구 결과 이 제문을 지은 주인공은 산청 묵곡의 유명한 유학자인 혜산 이상규 선생의 딸인 '이필헌'으로 밝혀졌다. 이필헌은 산청 묵곡에서 혜산 이상규와 김해허의 딸로 태어나, 15살인 1915년 묵곡에서 합천 가회로 12살 신랑 한경우에게 시집을 갔다.
제문 2점 중 첫째 제문은 이필헌이 시집간 이듬해에 어머니 김해허씨가 별세하자 첫 기일에 쓴 제문이고, 나머지 1점은 22살 때인 192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년상을 치르면서 쓴 것이다. 이는 현존하는 한글 제문 가운데 비교적 오래된 자료에 속한다.
제문을 쓴 한지의 길이는 각각 3.8m이고, 글자 수도 각각 2822자와 2963자에 달하는 장편이다. 박용식 교수는 "이러한 장편 한글 제문은 흔하지 않다"며 "이 속에는 부모를 기리는 딸의 정성이 지극하고도 감동적으로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고 밝혔다.
친정 어머니인 김해허씨에 대한 제문은 현재로는 고등학교 1학년 나이에 해당하는 17세의 젊은 여인이 썼는데, 독서량이 상당했다는 점과 유교 경전에 해박한 지식이 있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제문에서 이필헌은 어머니의 삶의 행적과 추모의 정을 문학적으로 기술하였다.
박용식 교수는 "한글로 된 자료를 전혀 남기지 않았던 선비의 여식이 한글 편지와 제문을 남겼다는 점에서 당시 산청에 살았던 선비의 가정교육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