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감사' 저버렸던...MB정권 감사원

서영교 의원 "감사원, 'MBC파업 김재철 책임론' 묵살"

등록 2013.05.08 09:50수정 2013.05.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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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헌부·사간원·홍문관'

조선시대 언론을 담당한 관청으로 이를 '삼사'(三司)라 부른다. 사헌부(司憲府)는 백관(百官)에 대한 감찰·탄핵을 통해 관원 기강을 확립했다. 사간원(司諫院)은 국왕에 대한 간쟁과 정치 일반에 대한 역할을 했다. 간쟁이란 왕에 대한 언론으로서 왕의 언행과 시정에 잘못을 했을 때 바로잡는 일을 말한다. 홍문관(弘文館)은 궁중 서적과 문한을 관장 및 경연(왕이 신하들과 함께하는 학술 토론)을 주관했다. 쉽게 말해 국왕 독재와 특정 정치세력 독주를 방지하는 역할을 삼사가 담당했다.

조선을 봉건왕조 국가로 절대 왕권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신권이 상당히 강했다. 태종 이방원이 개국공신 삼봉 정도전을 척살한 이유 중 하나가 삼봉의 신권강화가 단단히 한몫했다. 조선이 527년 동안 유지된 이유 중 하나가 3사가 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왕이 잘 못했으면 직언을 했고, 관리들이 부정을 저질렀으면 탄핵했다. 한 국가가 오랫동안 유지되기 위해서는 권력남용과 부정 그리고 부패를 철저히 감시하고 척결해야 한다. 그러므로 모든 나라에 조선조 삼사 같은 관청은 필수다.

대한민국에 삼사 같은 조직이 바로 감사원이다. 감사원 누리집을 보면 우리나라 감사제도가 문헌상 처음 나타나는 것은 1300여년전 신라시대로 당시 중앙관부의 하나로 설치된 사정부에서는 백관의 기강 등을 규찰하는 임무를 담당하면서다. 그리고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사헌부와 사간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어사 박문수'처럼 16세기 초에 생긴 암행어사제도는 조선시대 독특한 감사제도 중 하나이다.

감사원도 사헌부와 사간원이 그 뿌리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셈이다. 감사원법 제2조 1항은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어 2항은 "감사원 소속 공무원의 임면(任免), 조직 및 예산의 편성에 있어서는 감사원의 독립성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비록 대통령이 최종임명권자이지만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외부 권력 눈치를 보지 말고, 오직 사실에 근거하 감사할 때만 바른나라가 된다는 말이다.

감사원은 원훈을 통해서도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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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원훈 '바른감사 바른나라' ⓒ 감사원누리집


[바른감사]는 감사원 직원이 지켜야 할 가치관으로서 감사를 수행하면서 정직하고 사리에 맞으며, 사실에 입각하여 일을 처리하여야 함을 뜻하고,
[바른나라]는 감사원이 바른감사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최종적인 목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 대한민국 감사원은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그런 것 같지 않다. 김재철 전 MBC사장은 이명박 정권 언론탄압 상징이다. 지난해 MBC 노조는 170일 동안 파업을 하면서 김재철 전 사장이 부적절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폭로했었다. 감사원도 감사 과정에서 김 전 사장의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이 있었음을 확인했지만, 최종보고서에서는 삭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서울 중랑갑)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최초보고서에는 '김재철 사장의 인사상 조치가 필요'하다고까지 적시했으나 최종감사결과보고서에서 삭제된 것은 물론 MBC 파업과 관련된 부분이 통째로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서 의원은 "그동안 감사원이 공개하지 않고 있던 MBC 관리실태 등 방송문화진흥회 감사결과보고서 채택 과정에 대한 감사위원회 회의록을 지난 4월 30일 열람하고,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MB 임명한 감사위원 감사결과 축소"..."김재철 법인카드 부적절이 파업 원인"

그는 이와 관련 "감사원이 MBC파업의 원인을 김재철 사장의 부적정한 법인카드사용으로 확인하고 인사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식했으나, 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MB가 임명한 감사위원들이 감사결과를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대선을 의식해 3개월이 지나 늦장 발표한 것은 물론 감사결과마저 삭제·축소한 것은 정치적인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교 의원은 더불어 "공영방송인 MBC노조의 파업이 그동안 일부 보수세력들에 의해 정치파업으로 매도 당해왔으나, MBC 정상화를 위한 정당한 투쟁이었다는 것이 뒤늦게나마 확인돼 다행"이라며 "새롭게 선임된 MBC사장은 김재철 사장의 과오를 철저하게 밝히고 노조원들을 조속히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것이 공영방송 정상화의 첫 번째 책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MBC노조가 파업을 한창 이어갈 때 MBC와 새누리당은 정치파업으로 매도했엇다. 지난 해 6월 27일 MBC사측은 <경향신문> 등 일부 일간지와 무가지에 '상습파업, 정치파업의 고리를 끊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 등 야당 인사 21명 사진까지 포함된 광고를 내 파문이 일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지난해 5월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언론사 파업은 정치파업 성격도 강하다, 지금 언론사들의 파업은 불법파업이다, 불법파업은 곤란한 얘기"라며 "또 정치파업의 성격도 강하다는 인상도 주고 있기 때문에 그것 자체는 동조를 못 한다"고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했었다.

지난해 MBC와 이한구 "노조파업은 '정치파업'"

하지만 감사원은 정치파업이 아님을 확인하고도 최종보고서에서는 빼버린 것이다. 서 의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1월24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감사결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감사위원회를 개최하였으나, '김재철 사장에 대한 인사조치'와 '법인카드 부적정사용내역'에 대한 감사원 행정문화감사국의 감사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감사결과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며 채택을 보류했다.

최초 감사결과보고서 23쪽을 보면 "MBC 대표이사 김재철에 대해서 그에 상응하는 인사상 적절한 조치방안", "MBC 자체감사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볼 때 법인카드를 부적정하게 사용"라는 문구가 있고, 28쪽에도 "MBC 자체감사결과 대표이사의 부적정한 법인카드 사용에 관한 사항"이 기록됐다.

하지만 한 감사위원이  끈질기게 "김재철 사장에 대한 인사상 적절한 조치방안은 해임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고, 법인카드 부적정 사용내역은 자체조사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기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바람에 결국 채택이 무산되었다고 서 의원은 밝혔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삭제를 요청한 감사위원은 곽상욱 위원과 진영곤 위원으로, 곽 위원은 대검찰청 형사부장을 역임했으며 김재철 전 사장과 같은 고려대 출신이다. 

결국 감사원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은 김재철 전 사장 감사건만 아니라 4대강 감사도 이명박 정권 말기인 지난 1월에야 수질 개선과 수량 확보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0년에는 "문제 없다"고 했었다. 정권에 굉장히 충실한 감사원이던 셈이다.

이명박 정권 감사원은 '바른감사'로 '바른나라'를 만들겠다는 원훈보다는 정권을 위한 감사에 더 충실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박근혜 정부 감사원은 달라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감사원 #김재철 #사헌부 #사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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