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금리 인하는 추경 효과 극대화 때문"

"경제회복 노력에 동참하는 것 바람직"... 5월 기준금리 0.25%p 인하

등록 2013.05.09 10:19수정 2013.05.0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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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9일 오후 2시 55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9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5월 기준금리를 연 2.5%로 0.25%p 낮췄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금리인하 조치다.

갑작스런 금리인하에 대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추경이라는 새로운 정부정책의 변화가 이뤄졌다"면서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서 경제회복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에 중앙은행이 동참하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호주나 유럽 중앙은행(ECB)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금리를 내린 것도 영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불과 한 달 전 금리결정 브리핑에서 정부와의 정책공조 압박에 대해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통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기관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없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다소 상반된 태도다.

"금리인하 이유는 '추경 효과 극대화'"

김 총재가 꼽은 가장 금리인하의 가장 큰 이유는 '추경 효과 극대화'다. 그는 금통위 결정 이후 가진 기자 설명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정부 추경정책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금리인하는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수차례에 걸쳐 원칙을 밝혀왔던 김 총재였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선제적인 인하 효과보다는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지난 달에도 할 수 있었던 인하 결정을 이번 달로 미룬 것에 대해서는 "인하 문제는 선택의 문제"라면서 "여러 선택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고 지금쯤 하는 것이 시장에 더 중요한 효과를 미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4월 금통위는 정부와 여당, 청와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도 금리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김 총재는 유럽중앙은행과 호주 등의 잇따른 금리인하도 국내 기준금리 인하 결정의 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기축통화를 가지지 않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 결정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총재는 이번 결정이 4월에 밝혔던 경제전망의 수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경기전망에는 변동이 없으며 상반기는 낮은 성장, 후반기는 높은 성장인 '상저하고'의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추가 경기악화로 인한 성장률 저하 우려 때문에 금리를 내린 것은 아니란 얘기다.

그는 "이번 금리인하는 성장률을 현재 올해 전망치인 2.6%보다 높게 하려고 한 것"이라면서 "올해 성장률은 2.8%, 내년은 전망치인 3.8%보다 0.3%p 높은 4.1%로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총재는 이번 금리인하가 가계부채를 개선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가계부채 역시 전반적으로 원리금 상환 비율이 현재 13% 정도에서 12.7%까지 떨어질 것"이라면서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더 많은 경감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번 결정에서 금리동결을 주장한 금통위원이 1명 있었으며 자신은 아니라는 말도 했다. 4월 '동결4, 인하3'의 구도에서 한 달만에 동결1, 인하6'의 구도로 바뀐 셈이다. 금통위는 이번 달부터 기준금리 결정시 소수의견의 숫자를 공개할 예정이다.

'동결'에서 '인하'로 한달만에 입장 선회... 이유는 '석연찮아'

지난달까지만 해도 한국은행의 공식적인 입장은 금리동결이었다. 완만한 경기회복이 지속되고 있고 연말 물가 상승률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 실제로 4월 금통위에서 한은 관련 인사 3명은 금리 동결에 표를 행사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런 입장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역시 정부 여당 측의 금리인하 압박이 커지자 대외적으로 금리동결 쪽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김 총재는 금통위 6일 전인 지난 3일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중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총 0.5%포인트 인하한 것은 굉장히 큰 것"이라면서 "한국이 미국,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이냐"라고 말했다.

사실상 강력한 금리동결 신호를 준 것이다. 김 총재 발언 이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하루만에 0.09%p 튀며 2.56%까지 올랐다. 그러나 정작 금통위 결정은 금리인하였다. 금통위가 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김 총재의 설명이 끝나자 앞다투어 이와 관련된 질문을 쏟아냈다. 대체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기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지난 달 동결로 결정했던 이유 중 이번 달에 달라진 게 뭐냐'였다. 한은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과 경기 전망이 같은데도 금리 정책만 바뀌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이에 "지난달의 상황 자체가 여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금리를 동결해야 할 이유가 5개 있다면 인하해야 할 이유도 5개 있었다"고 답했다.

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할 요소가 여러 가지이고 지난달에도 하려고 했다면 금리 인하를 할 만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는 얘기다. 그는 '이번 결정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보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는 "지난달도, 이번 달도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4월 금리동결의 주요 이유로 꼽았던 물가상승률 우려에 대해서는 아예 기존 입장을 뒤집기도 했다. 그는 "지난 달에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큰 이유로 연말 물가상승률 상승 우려를 꼽지 않았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는 "물가 변화를 우려해서 동결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면서 가볍게 부인했다. 또한 "중앙은행이기 때문에 인플레 기대 심리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정도는 말씀드렸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금리 #금리인하 #금리동결 #김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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