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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7일 창립하는 광주전남 인드라망 운영위원장을 맡은 승묵 스님. ⓒ 강성관
오는 17일 '광주전남 인드라망 생명공동체(광주전남 인드라망)'가 창립한다. 1999년 도법 스님 주도로 활동을 시작한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의 첫 지역조직이 탄생하는 것이다. 인드라망은 불교 투명한 구슬 그물망을 뜻하며 서로에게 서로를 비추는 한 몸· 한 생명이라는 불교의 연기론적 세계관을 상징하는 용어다.
광주전남 인드라망의 창립 준비 회원은 9일 현재 약 130명. 이중표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상임대표를, 광주 선덕사 주지인 원묵 스님과 담양 용화사 주지인 수진 스님, 강동완 조선대 치대 교수가 공동 대표를 맡는다. 광주전남 인드라망의 실무를 총괄하는 운영위원장은 선덕사 부주지인 승묵 스님이 맡았다.
8일 오후 선덕사에서 만난 승묵 스님은 "은사 스님인 도법 스님의 권유로 일을 맡게 됐다"며 "인드라망 공동체가 광주전남 창립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에 온지 6개월 정도 되었다"는 그는 "광주가 서울이나 부산에 비해서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나 인권 등의 문제에서는 연습이 되어 있는 곳"이라며 인드라망 첫 지역 조직이 광주에서 시작된 것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승묵 스님은 "인드라망 수행 도량인 선덕사가 있는 동구는 구 도심으로 비어있는 공간이자 지금도 새나가는 공간"이라며 "광주전남 인드라망은 떠나간 이가 돌아오는 마을, 새로운 사람 들어올 수 있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관련 "마을 사랑방인 산수재(山水齎)를 만들어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마을 쉼터를 마련하고, 대안의 삶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모여 공부할 수 있는 밤실 대안도서관을 운영할 것"이라며 "동네밴드나 동네 영화제작소, 청소년 노래단을 만들어 문화마당이 펼쳐지는 마을문화 활동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2001년 실상사로 출가한 승묵 스님은 광주로 오기 전엔 광명 금강정사에서 수행했다. 광명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과 광명 종교평화연대회의 총무를 역임한 그 당시를 스님은 "시민사회단체 일꾼처럼 지내던 시절"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그는 이 당시에 "스님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책임지는 위치를 맡고 역할을 하는 것 같아서 시민운동과 시민단체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공부를 할 생각"으로 성공회대 비정부기구학과 석사 과정에 진학했다.
승묵 스님은 "광주에 사찰이 얼추 200곳이 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숫자에 비해 역할과 역량 많이 모자란 것 같다"며 "광주전남 인드라망 본격적으로 활동해서 광주 불교운동이 시민단체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인 김희용 목사 등과 교분을 넓혀가고 있는 그는 달라이 라마의 말을 인용해 "종교가 종교 안에 머물 때 원리적이고 근본적이 되어서 종교의 본질과 벗어난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승묵 스님은 "마을공동체 살리기 사업과 함께 주력하고 싶은 일이 바로 생활협동조합"이라며 "도시와 농촌이 건강한 먹을거리와 입을거리, 잠잘거리를 갖고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서로를 살릴 수 있는 관계가 된다"고 강조했다.
오는 17일 창립하는 광주전남 인드라망이 광주를 살리는 맑은 구슬이 될 수 있을지 안팎의 기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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