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서 빨래 널다 죽은 친구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 사는 여성들

등록 2013.05.12 13:34수정 2013.05.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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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1월 29일 유엔총회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비회원 옵저버 단체에서 '옵저버 국가'로 승격시켰고 올해 3월에 있었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예루살렘 방문에서 '두 민족, 두 국가 정책'을 강조하는 연설을 행하였다. 이와 같이 국제 사회와 미국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평화협상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였으나 현재까지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봉쇄는 풀리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둘러싼 정치적인 상황은 국내 매체에서 신속하게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나 정작 현실을 알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1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헤르즐리야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각각 거주하고 있는 주부 말카(여·42)와 교사 리나(여·22)를 스카이프(Skype)를 통해 인터뷰했다.

"갈등에 갈등... 그래도 아직 희망 있다"

a 샤론해수욕장 지중해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샤론해수욕장은 헤르즐리야시(市)의 자랑이다.

샤론해수욕장 지중해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샤론해수욕장은 헤르즐리야시(市)의 자랑이다. ⓒ 신정철


-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이 도시로 몰려오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많다. 따라서 그들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아는 이웃들은 팔레스타인 방문자들에게 상냥한 편이다. 그들은 위엄 있게 행동하며 거의 모든 종류의 일에 종사하고 있다.

주로 병원시설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볼 수 있는데 청소부에서부터 의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심지어는 길거리에 버려진 옷가지나 폐가전 제품들을 트럭으로 실어날라 살림살이를 장만하는 사람 중에도 팔레스타인인을 찾을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의식주와 사랑 등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있고 후세를 위한 밝은 미래를 희망한다. 그들(팔레스타인 민족) 또한 우리와 같이 평화가 안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이유로 이스라엘 정부의 시온주의에 입각한 국가관이 지목되곤 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이스라엘 정부가 시온주의에 극도로 집착한다면 국가의 안위를 담당하는 중추조직인 이스라엘 군대에 베두인족과 드루즈파, 아랍민족 출신 이스라엘 국민이 복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랍 사람들과 이웃으로 지내며 학교에서 함께 공부한다. 이스라엘은 단일 민족국가가 아니며 세계 각국에서 모인 다양한 종교관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으로 인하여 일상이 위협 받은 적이 있는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은 지중해에 근접한 이스라엘 중부지역으로 남북부처럼 미사일 공습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걸프전 당시만해도 헤르즐리야는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물론 이런 갈등이 나의 일상마저 위협하고 있다. 버스나 식당, 놀이시설에 가해지는 폭탄테러는 공포 그 자체이며 정상적인 생활을 불가능하게 한다. 또한 이스라엘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만 하는데 군사력을 유지하고 안보를 강화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져서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한다.


팔레스타인 극단주의자들은 조직적으로 행동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자살테러를 자행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또한 민간인 가옥에 숨어들어서 아이와 여자를 방패로 삼으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한 구호물품들을 중간에서 약탈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

- 그렇다면 군사력 유지와 안보 강화에 부정적인가?
"이스라엘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외부 관점에서 보자면 이스라엘 정부가 만든 선전물 때문에 국민들이 과대망상에 휩싸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적성국에 둘러싸인 소국으로서 평화를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력을 길러야만 한다."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기를 기대하는가?
"나는 슬하에 아들을 하나 두고 있으며 현재 전투병으로 군 복무 중에 있다.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생각이 있겠지만 평화를 정착하면서도 이스라엘 국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혹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평화를 기대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팔레스타인 민족이 평화와 공존이라는 가치를 무시하고 이스라엘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믿기까지 한다. 이는 이스라엘 내에서 전파를 가장 많이 타는 주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혹시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거주자들의 인권을 대변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유대인 이스라엘 국적자들을 본 적이 있는가? 평화는 기본적이고도 일반적인 가치인지라 종교와 국적을 불문하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모두가 단합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 안정된 삶 원한다"

- 이스라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떤가? 또 다른 가자지구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의 심성이 나쁜 것은 아니며 일부는 평화를 원하고 있지만 반면에 팔레스타인 민족의 불행을 바라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적이고 약탈자이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생존권'이나 '보호권' '이동의 자유' 등을 우리들에게서 박탈했기 때문이다. 가자지역 주민들은 매 순간 죽음을 감수하고 지내며 전쟁이 일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 매일같이 순교자('희생자'의 종교적 표현)들이 속출하고 체포 혹은 구금되며 토지는 몰수되는 상황 속에서 가자 주민들이 이스라엘에 대해서 어찌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가?"

- 다른 불편한 점은 없는가?
"매일같이 밥상에 오르는 식품에서 전기에 이르기까지 가자지구 주민들이 사용하는 모든 것이 이스라엘로부터 온다. 우리에겐 소비자로서 선택권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집트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수입한 물품을 시장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전기의 경우는 이스라엘이 하루 6시간 동안 제한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가사와 업무 모두 6시간 내에 이뤄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동의 자유'에 대해서 덧붙이자면 가자지역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점유한 다른 지역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 따라서 본인도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가족과 친지들을 볼 수 없기에 인터넷 무료 전화로나 소식을 전해듣고 있다."

a 가자지구 전경 팔레스타인 가자市의 모습

가자지구 전경 팔레스타인 가자市의 모습 ⓒ 신정철


- 위에 열거한 것들을 제외하고 개인적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는가?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가자지구에 위치한 의류상점에서 일하는 디자이너였다. 2008년에 있었던 전쟁 직후 해당 상점에 취직하였으나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매우 적었다. 지배인 말로는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실적이 좋았다고 했다.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 의류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의 공급이 줄어들었고 의류들을 보관하던 상점 옆에 위치한 창고 건물마저 전쟁 기간에 파괴되었다. 실적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2012년에 두 번째 전쟁이 발발했고 마침내 상점을 닫아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 이 모든 것이 이스라엘 때문이다."

- 전쟁을 겪었다고 했는데 당시 생활은 어떠했는가?
"2008년 12월 27일에 전쟁이 발발했을 때 우리 가족은 죽음에 대비했다. 미사일이 집에 떨어져서 모두가 순식간에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막을 재간은 그 누구에게도 없었다. 가족과 지인들이 집에 수시로 전화를 하여 생사를 서로 확인하던 도중 연결음이 끊어졌다. 고모는 자녀들을 앉아서 기다리다 못해 집을 뛰쳐나갔고 온 거리를 누비며 울부짖었다. 심지어는 샤워를 할 때에도 욕실에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섬뜩하기까지 했다. 잠을 청할 때에도 '히잡과 아바야'(이슬람 실외차림)를 두르고 있었다. 두 번째 전쟁은 9일 동안 지속되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한국 드라마와 프로그램을 보며 안도했다."

- 다른 지인이 겪었던 경험담이 있는가?
"나에겐 이맘이라는 단짝 친구가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 우리는 식사와 놀이, 공부를 함께 했다. 방학 전날 우리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손을 붙잡고 집으로 향했다. 각자 집으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우리는 방학 중에 매일 같이 만나서 시간을 보내기로 약속을 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총성이 여러 번 울렸고 곧 구급차 경적이 울렸다.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보기 위해서 옥상에 올라갔을 때 어머니는 울고 있었고 나를 부둥켜 안으며 '이맘을 위해 기도하라'고 말했다. 총성이 울리던 당시 집 옥상에서 빨래를 널던 이맘은 머리에 총상을 입고 마당으로 추락하여 즉사했다. 그때가 2007년이었지만 지금도 그 친구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으로 인한 사회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만 한다고 보는가?
"이스라엘 정부가 평화적인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몇 년 동안만 지속되는 정적이 아닌, 영구적인 평화가 정착하길 간절히 바란다. 이스라엘 군대는 민간인 학살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사유지를 불법 점유해서는 안된다. 또한 가자지구 봉쇄를 끝내야만 한다. 가자 주민들은 안정된 삶을 원한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여생을 미래를 꿈꾸지 않으며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꾸고 싶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이 되길 원한다."
#이팔분쟁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테러리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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