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먹는 짬밥... 감동입니다

육군 제7보병사단에서 발생한 사건, 가슴이 뭉클했다

등록 2013.05.13 10:02수정 2013.05.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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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제7보병사단 8연대 3대대에서는 지난 11일 28명의 병사들과 그 가족 80명이 참여한 가운데 특별행사를 개최했다. ⓒ 신광태


"울 아들, 부족한 엄마 만나 힘들다는 거 알아. 옷 한 벌 신발 하나 좋은 것 못 사주는 엄마. 요즘 아이들 메이커 메이커 하는데 울 아들은 (아무 거나) 잘 입고 잘 신고 해줘서 고마워. 제대하면 울 아들을 위한 메이커 옷과 신발 사주려고 엄마가 적금 넣고 있단다."


어둠이 짙게 내린 지난 11일 밤 9시. 군 장병 아들 면회를 온 한 어머님이 아들에게 편지를 낭독해 주는 시간. 강원도 화천군 신읍리에 있는 육군 제7보병사단 휴양소에 참여한 130여 명의 8연대 3대대 장병들과 그 가족들은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박재성 병장은 어려운 집안 환경 때문에 대학을 진학하지 못했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어머니를 도와야 했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했다. 그러다보니 남들이 신고 다니는 그 흔한 메이커 신발 하나 신어 본 적이 없다. 그 가격이면 재래시장에서 몇 개는 더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머니 가슴에 늘 응어리로 자리했나 보다. 아들이 제대하면 사 주려고 적금을 붓고 있다는 어머님의 말에 아들 박 병장은 어머니를 꼭 껴안고 그녀의 어깨를 눈물로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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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성 병장 모자의 편지는 참석자 모두를 울렸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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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성 병장 어머님이신 김미경 여사님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 전문. ⓒ 신광태


"우리 엄마지만 너무 매력이 넘친다. 휴가 나가면 엄마랑 같이 있지 않고, 친구들과 형들이랑만 놀고... 그래서 미안하다. 한 5년 뒤에 성공해서 해외여행도 보내줄게. 그리고 집도 사줄구마. 기대해도 좋다! 나 엄마한테 부탁이 하나 있는데, 아들한테 미안한 감정 가지고 있지 마라.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한텐 든든한 동반자며 울타리다. 내는 솔직히 다른 부모는 부럽지 않다. 진심! 우리 엄마가 최고다. 엄마는 최곤데 아들이 쪼매 부족한 게 많네. 김미경 포에버~"

아들 박재성 병장의 편지는 자식에게 못해 주었다는 어머니들의 공통적인 그 헌신적 마음이 읽힌다. 그래서일까? 어머니 김미경씨는 아들이 편지를 읽는 내내 가로등 불을 피해 연신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의 편지는 박 병장이 건네받고, 박 병장은 자신의 편지를 어머니의 손에 꼭 쥐어 줬다.

이 계획은 어느 병사의 자살기도 때문에 구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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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대가 한번 일등해 보자, 아버지와 아들의 발목 묶고 달리기 행사. ⓒ 신광태


학사 19기인 이승준 대령은 92년 소위로 임관해 2011년 말 칠성부대 GOP대대장으로 왔다. 눈으로 덮인 험악한 흰 산과 철책만 보이는 풍경. 자칫 병사들의 정서가 메마를 수 있다는 판단에 전술평가 외에 독서도 평가항목에 넣었다. 또 전역 후 자기계발 계획서를 작성토록 하고 그에 대한 노력도에 대한 점검도 평가했다. 부대 옆 조그만 공터에는 야채를 재배해 취사반에는 늘 쌈 채소가 풍성했다. 지난해 부대 교체가 되어 읍내로 나오기까지 단 한 건의 경미한 사고도 없었다.

"후방으로 내려오니까 여건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연대장님과 사단장님께 보고했더니 좋은 계획이라고 멋지게 해 보라는 겁니다."


이승준 대대장은 얼마 전 자살을 기도한 사병을 떠올렸다. 이후 이 병사에게는 아버지같이 때로는 큰형님같이 관심을 가진 이후, 그 병사의 표정과 행동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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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밥, 부모님들에게는 추억의 군대식사 이다. ⓒ 신광태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이 아이를 비롯한 관심 사병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아버님들을 초청해 입대 전 서로 소원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소통할 기회를 제공해 주자는 것이 이번 행사의 기본방향이었습니다."

군 생활을 힘들어하는 병사들의 부모를 다양한 방법으로 수소문했다. 쉽지 않았다. 이혼을 했거나 자식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투의 말을 하는 부모도 있었다. 홀어머니만 계시다는 병사들과 일반사병 등 참여 인원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 대대장의 설명이다.

부모들을 편히 모실 휴양소 규모나 행사에 소요되는 예산을 판단할 때 28명의 병사들로 한정했다. 그랬더니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과 친지들까지 함께 참여하겠다는 요청이 이어져 가족들만 80명이 넘어섰다. 중대장과 소대장 등 간부를 동원해 1간부 1가족 책임 담당제로 운영체제를 꾸렸다.

어느 병사의 망사스타킹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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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병사의 재치. 망사 스타킹을 다리에 그렸다는데, 실제와 똑같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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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도우미 병사들. 이들은 바베큐 준비와 전우들의 부모를 위한 궂은 일을 다 했다. 오마이뉴스임을 밝히자 멋지게 찍어 달라고 멋진 포즈를 취했다. ⓒ 신광태


프로그램은 장병의 부모님과 미팅시간에 이어 부대에서와 똑같은 메뉴로 가족들과 점심을 같이 하고, 10km 딴산까지 자전거타기, 발야구, 부모와 한 조를 이뤄 발목에 끈을 묶고 달리는 릴레이, 바비큐 파티, 캠프파이어, 여장 스타일의 장병 공연, 부모님들이 아들에게 또 아들이 부모에게 쓴 편지 낭독, 장병들의 어머님 은혜 합창, 영화상영, 추억의 점호, 아버지와 함께하는 불침번 등 다양하고 흥미롭게 편성했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여수에 사시는 이기안 일병의 아버님께서는 섹소폰 연주를 제안 하셨고, 화천에 보금자리를 만들게 될 가수 해와 달은 무료공연을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10여 명이 넘는 부대 병사들이 휴일을 반납하면서 도우미로 나선 것을 물론, 12중대 행정 보급관 부인은 집에서 담근 파김치와 배추김치를 가져왔다. 바비큐 쌈 채인 두릅과 취나물, 미나리싹 등은 전날 병사들이 부대 인근에서 채취한 것들이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장병들이 선보인 가수 싸이의 젠틀맨 시건방 춤과 강남스타일 말춤이었다. "일사분란하고 멋진 춤이다"라고 칭찬을 하니, 대대장은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1등을 했고, 산천어축제 때 부대별 댄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이란다.

이어진 여장 병사들이 음악에 맞춘 율동. 남자도 저런 각선미가 있을 수 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그들의 가슴에 시선이 갔다. 참가자들이 이를 궁금하게 여길지 모른다고 생각한 대대장은 공연을 마친 병사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망사 스타킹은 어디서 산 거지?"
"그건 비밀입니다."
"비밀은 무슨 비밀, 이거 얘가 잉크로 그린 겁니다."

어둑한 가로등 아래에 있던 장병 부모들은 모두 속을 뻔했다는 듯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장난기가 발동한 대대장은 이번엔 여장 남자 중 가슴이 유독 큰 병사에게 물었다.

"병사! 자네 가슴에 무엇을 넣었나?"
"네 이겁니다."

그 병사가 가슴에서 꺼낸 것은 자신이 신던 군용양말. 대대장도 배를 잡고 웃었다. 별게 다 소품으로 쓰일 수 있다는데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것 모두가 멀리서 면회를 온 장병들의 부모와 가족들을 위해 전우들이 자발적으로 기획한 아이디어라는 데 따뜻한 젊은 전우애가 느껴졌다.

지휘관은 '지 마음대로 한다고 해서 지휘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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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여장남자 군인들의 공연. 관중들은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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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사의 주인공인 이승준 대대장이 가족들에게 간부들을 소개하고 있다. ⓒ 신광태


"여러분! 오늘 새벽 멀리서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도 같이 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제가 문제를 하나만 내겠습니다. 지휘관의 뜻이 뭔지 아세요?"

참가자들은 그 부대의 대장 아니면 지휘권을 가진 우두머리라고는 생각하면서도 대대장이 엉뚱한 말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센스 만점의 대대장의 답변이 돌아왔다.

"지휘관은 '지 맘대로 한다고 해서 지휘관'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 이후의 일정도 제 마음대로 결정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너무 신나게 아드님들과 즐기시느라 피곤하실 것 같아 점호와 불침번은 장교들이 대신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참석자들의 환호성. 이것은 분명 불침번과 점호의 면제가 좋아서가 아닌 대대장의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에 대한 감사의 환호성으로 들렸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행사 종료를 알리는 이승준 대대장을 붙들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돼지도 두 마리나 잡았다. 그런데 그 예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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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안 일병의 아버지는 장병들을 위해 멋진 섹소폰 공연을 선보였다. ⓒ 신광태


- 행사를 직접 계획을 하고 하루종일 직접 나서 체육행사와 레크리에이션 등을 진행한 대대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국적으로 이런 행사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전국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최전방인 화천지역에서는 아마 최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한다. 처음 이 생각을 했던 건 병사들이 어머님들과는 가까운데, 아버님과는 대화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빠와의 대화의 장으로 구상했는데, 의외로 부모님들이 이혼을 했거나 부모님들이 계시지 않기 때문에 할머니와 함께 생활했던 병사들이 꽤 있었다. 따라서 그런 병사들과 일반사병이 비슷한 비율로 참여토록 배려했다."

- 이번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병사들이 휴일도 반납하고 도우미를 자처한 것이 참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것들이 전우애라는 생각을 한다. 혜택을 받은 병사들은 또 다른 병사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서로 돕는 것은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조성된 분위기다. 처음 내가 전방 대대장에 부임했을 때 이등병도 고참들과 똑같이 침상에 누워서 TV도 보고 함께 청소를 하는 풍조를 조성시켰다. 단 하급자가 고참에게 대든다거나 명령을 불복종하는 것은 엄격히 다스렸다. 그랬더니 서로 인격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더라."

- 추억의 점호도 좋은 구상이라고 생각했다. 아빠와 아들이 같이 불침번을 서게 되면 보다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인데 갑자기 취소를 했다.
"군대의 점호는 연세 드신 아버님들께는 새로운 추억이 되고, 어머님들께는 '이런 게 점호구나'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겠다 싶어서 구상을 했었는데, (아침부터 함께 해서 잘 알겠지만) 병사들이 부모들과의 많은 시간을 가졌다. 또 멀리서 오신 부모님들이 다소 피곤해 하신다는 생각에 '지휘관은 지 맘대로 계획을 변경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만들어 계획을 바꾸었다."

- 오늘 행사를 위해 돼지도 두 마리나 잡고, 식사준비, 프로그램 세팅 등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었을 것 같다. 이 예산은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궁금하다.
"소요된 예산은 얼마 되지 않은 부대 운영경비와 개인적인 사비를 좀 보탰다. 그것도 모자라 집 사람도 나오게 해서 잡다한 일을 시켰다. 일은 내가 저질러 놓고 참모들 사모님들의 손을 빌린다는 게 미안해 말도 못했는데, 많은 분들이 동참했다. 이 기회를 통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이런 행사는 (특히 관심사병에 대해) 전군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정말이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병사들이 참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병사들일수록 속내를 보이는 것을 꺼려 한다.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할 사람이 지휘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해왔다. 따라서 금번과 같은 행사는 부대화합 차원에서라도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데, 예산이 문제다. 도(道)나 군(郡) 등의 지자체 차원에서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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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든 만찬, 야채는 모두 장병들이 인근에서 채취한 산나물이다. ⓒ 신광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이승준 대대장 #육군제7보병사단 #8연대 3대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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