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개청 행사 '그들만의 잔치'

한창 농번기인데 각종 공연... 게다가 '유료'

등록 2013.05.13 13:56수정 2013.05.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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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이 왔으니 잔치도 해야겠지만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뭔가 생산적이고 실속 있는 행사를 벌여야 되는 게 아녀? 헌데 죄다 눈·귀 호사시키는 공연 일색이여! 또 하필이면 농민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 꼭 이래야 되는 건지, 그리고 돈이 수월찮게 들어 갈 텐데, 그게 누구 주머니서 나오는 건지 몰르겄어."

충남 예산군 예산읍에 있는 한 버스정류장에서 모여 있던 주민들 중 한 사람이 행사 현수막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충남도청 개청 자축행사가 한창 농번기에 잇따라 열리자 주민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도청 소재지라는 이유로 도청행사에 가난한 군 재정을 덜어주고 있어 "큰집 잔치하다 등골 빠진다"는 볼멘소리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충남도는 7일 신청사 앞에서 도청이전 기념 열린음악회를 4억 원이나 들여 성대히 치렀다. 행사비 4억 원 가운데 2억 원은 예산군과 홍성군이 각각 1억 원씩 부담했다.

연속해 6월 1일부터는 개청기념 전국연극제가 예산과 홍성 일대에서 펼쳐지는데, 개막 전부터 비판의 소리가 만만찮다. 전국연극제 행사에는 무려 15억8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 이 가운데 10억8000만 원이 국·도비와 기금이고, 5억 원은 예산과 홍성군이 각각 2억5000만 원씩 부담한다.

그럼에도 모든 무대공연은 유료이다. 일반인은 5000원(외지인 1만 원), 학생은 2000원을 주고 표를 구입해야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 이를 지켜보는 문화예술계 인사를 비롯한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예술계 인사는 "돈을 어디다 쓰는지는 몰라도 15억 원이면 엄청난 돈인데…. 더구나 군비로 5억 원이나 줬는데 주민들보고 돈 내고 공연을 보라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여기(예산, 홍성)는 대도시와 달리 농촌지역으로 문화소외지역이다. 당연히 무료로 해야 한다. 주최 측인 충남도 관계 공무원들이 무슨 생각으로 주민에게는 욕먹는 행사를 돈 대주며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기가 막혀 했다.

예산군 오가면에서 과수농사를 짓는 농민 김아무개씨는 "도청이 온 것은 충분히 자축하며 기뻐할 일인데 엉뚱한 데에 돈을 쓰는 것 같다. 최근에 음악회, 연극제 같은 각종 공연들이 넘쳐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모르겠다. 도청소재지인 예산, 홍성지역은 농업이 주업이고 대다수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는데, 행사내용도 그렇고,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만큼 바쁜 농번기에 풍악을 올리고 있으니 도대체 공무원들이 제정신인지 알 수가 없다"고 목청 높여 비난했다.


도청개청행사는 전국연극제에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 6월 2일까지 새충남문화대축전(군비 4000만 원 지원)이 열리고, 도청문예회관 정기공연(군비 1억 원 지원)에 이어 10월에는 충남예술제(군비 1억 원 지원)까지 상당 부분 예산군과 홍성군에 예산을 부담시키는 행사가 이어진다.

한편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전국연극제 유료공연에 대해 예산군 관계 공무원은 "주최 측에 무료공연을 해야 한다고 수 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군비를 2억5000만 원씩이나 줬는데 유료공연을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도 해봤지만 한국연극협회의 방침이라며 소용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유료공연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연극협회 충남지회 관계자는 "전국연극제는 해마다 시도 단위에서 열었는데, 군 단위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유료공연은 한국연극협회가 세운 불변의 원칙이다. 관객이 단 몇 명만 앉아 있다고 해도 무료로 입장시키지 않는다. 다만 군인과 경찰은 무료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충남도 개청 행사 #군비 지원 #열린음악회 #전국연극제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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