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나는 시민기자다>(오마이북) 저자와의 대화'에 참석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전대원, 신정임, 김혜원, 김종성, 이희동, 이종필, 최병성, 김용국, 윤찬영.
권우성
이렇게 책까지 낼 정도가 되려면 어느 정도 내공을 가져야 할까. 책에 등장하는 12명이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지 오연호 대표기자가 쓴 '머리말'을 통해 살펴보자. 창간 13년, 초기 727명이었던 시민기자들은 현재 7만 명을 훌쩍 넘었다. 7만여 명의 시민기자와 60여 명의 상근기자가 협업하는 시스템이 바로 <오마이뉴스>다.
시민기자들은 하루에 100~150여 개의 기사를 올리는데, 이 기사들은 모두 편집부의 검토 과정을 거친다. 생각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나는 시민기자다>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적어도 40번 이상 오마이뉴스 머리기사에 글을 올린 '글쟁이'들이다. 물론 '글쟁이' 앞에는 '아마추어'라는 타이틀이 붙겠지만 말이다.
대학시절 4년을 꼬박 학보사에서 보낸 나도 한때 기자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자연인'인 '나'의 힘은 미약하지만 '기자'인 '나'는 기사를 통해 세상에 개입하고, 또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대학신문기자들의 사회 진출에 대해 밤 깊은 토론을 하던 그때, '언론 고시'는 진작에 제쳐뒀다.
대중을 언론의 주인이 아닌 소비자로 전락시키고 권력과 자본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기성 언론에 몸담는 것은 대학신문의 정신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한겨레> 같은 대안적 성격의 매체로 가는 것도 논란이 있었던 바, 흔쾌한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았다. 우리는 대안 언론의 길을 모색하는 데 주력했지만 많은 이들이 해소되지 못한 갈증을 안고 노동조합이나 사회단체의 선전 사업 담당으로 편입했다.
이런 와중에 2000년 <오마이뉴스>의 창간은 내게 큰 사건이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찾던 대안언론의 상을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 바로 그 모토였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언론을 만났을 때,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소통의 방식이 민주주의를 만났을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준 것이 <오마이뉴스> 13년 역사가 아니었나 싶다. 그 변화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온 게 7만여 명의 시민기자들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시민기자다>는 이제 '당신' 차례라고 말한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미안하지만 난 이 말을 믿지 않는다. 누구나 기자를 꿈꿀 수는 있지만 아무나 기사를 쓸 수는 없다. 7만여 명의 시민기자들은 여전히 <오마이뉴스>를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이겠지만, 이들 중 <오마이뉴스> 페이지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더구나 내용과 형식을 갖춘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 훈련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면 이 책에 나온 12명 시민기자들의 비법 전수에 귀 기울이라.
중요한 건 '비법' 이전에 '열정'이다. 형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넘치는 상상력, 권력과 자본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돌직구'. 어쩌면 직업기자들도 부러워할 '아마추어리즘'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글쟁이'로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평범한 아줌마로 살던 내가 서랍 속 깊숙한 곳에 넣어뒀던 낡은 '취재수첩'을 꺼냈다. 수첩을 꺼냄과 동시에 내 안의 '아마추어리즘'도 다시 각성하기 시작한다. 아, 글을 쓰고 싶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글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그와 같은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자신의 일상을 정치화시켜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키고, 그 공감대를 바탕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자각시키고, 그 자각을 발판 삼아 사회 변혁을 이끌어내는 역할. 그것이 바로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절망이 계속되는 이때, 다르게 생각하면 시민기자로서는 행복한 때일 수도 있다. 할 일이 너무도 많다."(본문 95쪽 중)'세상 어디에도 없는' 시민기자들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