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는 좋은 곳이지만, 살기는 아주 힘들어"

[펜팔 인터뷰] 라트비아의 여고생 Dana(다나)을 만나다

등록 2013.05.14 11:33수정 2013.05.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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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동유럽 국가, 라트비아에 살고 있는 여고생 다나(Dana)를 펜팔사이트에서 만났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와 함께 유럽 북부의 발트해를 끼고 있는 발틱 3국의 한 나라인 라트비아는 구시가지 모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훌륭한 관광자원을 가진 나라이다.

역사 또한 특이한데,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라트비아를 독립시킨 러시아인들과 타 문화에 대해 배타적이고 자기 고유 문화를 보존하려는 경향이 강한 라트비아인들 사이의 냉기류가(ColdConflict)가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인인 Dana(다나)에게 실제 삶에서 겪는 경험담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인종 갈등이 심각해 보였다. 라트비아에 살고 있는 여고생이 바라 본 라트비아는 어떤 나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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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았던 라트비아 여고생 Dana(다나). ⓒ 박소민

소민(이하 '소')
: "안녕! 내 공식질문부터 시작해볼까? 라트비아 고등학생들의 하루 일과를 말해줄 수 있니?"
다나(이하 '다') : "나의 경우로 설명할게. 나는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 수업은 아침 8시에 시작되고, 평균적으로 고등학생들은 매일 9교시의 수업을 마치면 오후 3시 20분에 하교를 해. 매일 일정량의 숙제가 주어지기 때문에 방과후에는 숙제를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내. 수요일 방과후에는 일본어 수업을 들어."

: "유럽의 많은 국가들을 보면(대표적인 예로는 네덜란드와 핀란드) 고등학생들이 자기의 전공분야를 선택하는 자유가 주어지던데 라트비아도 그렇니?"
: "아니, 우리는 그렇지 않아. 모든 학생들이 정해진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해. 수학, 영어, 그리고 체육 이렇게."
: "라트비아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어때?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니 아니면 선생님과학생 간의 상호교환적인 수업이 진행되니?"
다 : "선생님마다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학생들의 교류가 많아. 러시아어 수업에서는 우리가 읽은 책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토론 수업이 진행돼. 반면에 수학이나 화학 시간에는 선생님이 설명을 해주시고 나눠주시는 문제를 푸는 식의 수업이 진행되지."

: "학교 규율은 엄격해?"
: "아니, 사실 우리는 교칙이 없어. 수업시간에도 휴대폰을 사용하기도 하고(물론 선생님께 발각되면 제출해야 하지만..) 교복을 입지 않아. 우리가 입고 싶은 옷을 입고 학교에 다니면 돼."
: "방과후에는 뭐하니?"
: "방과 후에 몇몇 학생들은 카페에 가. 보통은 해야 할 숙제가 많아서 그냥 집에 가는 편이지."

: "라티비아의 대학입시는 어때? 따로 수능 시험을 치르니?"
: "아니, 우리는 따로 대학입학시험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대학입시가 치열하지 않아. 대학교에 지원할 때도 간단하게 고등학교 성적만 제출하면 돼."
: "실제로 라트비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수가 적다고 들었어. 그건 왜 그런거야?"
: "라트비아 대학교가 수용하는 학생 인원이 작은 이유에서도 있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라트비아교육의 질이 낮다고 생각해서 다른 유럽 국가들로 유학을 가기 때문인 것 같아.

: "라트비아에 대해 여러가지 검색을 하던 중에 화려한 건물의 대단한 명소가 많다는 것을 알았는데 현장체험학습은 어디로 가니?"
: "현장 체험학습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야. 맞아, 라트비아에는 아름다운 장소가 매우 많아. 수도인 Riga(리가)는 구시가지 전체가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인데 고딕부터 바로크, 현대적인 양식까지 다양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아. 세계 최대의 아르누보 건축물도 있어. 또 Sigulda(시굴다)는 라트비아의 스위스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주변은 줄지어선 중세의 성들과 동굴들의 경치가 아주 멋져."


: "요즘 라티비아 청소년 사이의 핫 이슈는 무엇이니?"
: "미국 문화가 단연 인기 있어. 라티비아의 많은 청소년들이 미국 팝송을 듣고 미국에서 유행하는 옷을 흉내 내어 입어."
: "청소년 사이에 부정적인 문화도 있니?"
: "라트비아의 많은 청소년들이 단지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흡연을 하고 술을 마셔. 여자 아이들은 whores('매춘부'를 뜻함)처럼 아주 짧은 치마를 입고 클럽에 다녀. 이게 다 멋진 남자친구를 만들기 위해서야. 그런데 라트비아의 모든 학생들이 그런 것은 아니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 "이제 곧 여름 방학이라고 했지? 또 다른 연휴는 언제야?"
: "응. 곧 6월부터 8월 31일까지의 여름방학이 시작 돼.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일년에 네 번 방학이 있어. 겨울방학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껴서 12월 24일부터 1월 8일까지 지속되고, 봄과 가을 방학 기간은 일주일 정도야."

: "라트비아 사람들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
: "응,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좋아해. 한국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K-pop음악을 듣기도 해. 그런데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시아의 문화보다 미국 문화를 훨씬 선호하는 편이야."

:  "네 조국인 라트비아에 대한 너의 개인적인 생각은 어때?"
: "물론 라트비아는 좋은 곳이지만, 살기는 아주 힘들어. 먼저 이곳 라트비아에는 나와 같은 러시아 인들과 라트비아원주민이 살아. 제 2차 세계 대전 때 러시아 인들이 라트비아를 해방했어. 그래서 러시아 인들이 여기 이곳에 살기 시작했고, 모든 게 좋았어. 하지만 라트비아 인들은 러시아 인들이 자신들을 점령했다며 우리(러시아인)가 이 땅에 살 수 없다고 주장했어. 그런 이유로 오늘날에도 많은 라트비아 인들이 러시아 인들을 싫어하고.

이틀 전에는 러시아 인들이 라트비아를 독립시킨 기념일인 victory day (독립의 날)이었는데 러시아 인들만 victorymonument (독립기념비)에 방문해서 희생자를 위한 추모를 했어. 물론 행사에 라트비아 인들은 절대 참가하지 않았어. 또 추모 콘서트 공연도 열려서 우리는 그곳에서 다같이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지. 그 다음날 뉴스를 보니 무려 1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라트비아 인들은 그 소식을 듣고 우리를 '적'이라고 부르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어. 이렇게 라트비아는 항상 러시아인과 라트비아인의 사이의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

: "그럼 학교를 다니는 어린 학생들 사이에도 인종간의 냉기류가 흐른다는 말이야?
: "그건 아니야. 러시아인 학교와 라트비아인 학교가 따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 그런 일은 거의 없어."
#라트비아 #고등학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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