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발표 ... 주민 반발

조환익 사장 명의 호소문 발표 ... 주민 8곳 농성, 야당 '대화 재개' 촉구

등록 2013.05.18 12:25수정 2013.05.1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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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밀양 765kV 송전선로 공사 강행 뜻을 밝혔다. 한전은 18일 조환익 사장 명의로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야당과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 강행에 반발하며 대화 재개를 촉구해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한국전력은 호소문에서 "영남지역 전력 수급난 해소 및 동계 전력수급 안정 등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더 이상 공사를 미룰 수 없다,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공사를 추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가 조만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방침인 가운데, 주민들은 공사 현장 부근에서 농성을 계속하기로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조만간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방침인 가운데, 주민들은 공사 현장 부근에서 농성을 계속하기로했다.마창진환경연합

이어 한국전력은 "송전선로 주변의 현실적 보상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등 한전의 전향적인 노력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화와 합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전력수급 안정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조속한 시일 내 공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전력은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공사로 인하여 밀양 주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하여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조환익 사장이 발표한 호소문 전문이다.

조환익 한전 사장 호소문

한국전력은 지난 2008년 8월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공사에 착공하였습니다. 이 공사는 신고리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경남 창녕군의 북경남변전소까지 보내는 765kV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공사입니다. 총 90.5km 구간을 지나는 5개 시·군 중 밀양시를 제외한 울산 울주군과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 창녕군에서는 이미 공사가 끝난 상태입니다.

그 동안 한국전력은 송전선로 건설사업과 관련하여서는 최초로 갈등조정위원회 등 다수의 주민협의체를 구성하여 대화와 설득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지난 1월에는 '밀양 송전선로건설 특별대책본부'를 현지에 발족하여 주민 여러분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여왔습니다. 한국전력은 시공사와 주민간 모든 법적대응을 취하하도록 설득하였고, 산속 움막과 농성장을 찾아 주민 한분 한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걱정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오셨는지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한국전력은 주민 여러분을 위한 실질적인 보상혜택과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는 여러 지원안을 마련하는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파격적인 토지 보상안과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태양광밸리사업 그리고 밀양의 옥토에서 자란 농산물을 살리기 위한 마을 기업육성 방안 등 13개 특별지원안에 한국전력의 전향적 의지를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반대대책위원회에서 "보상을 원하지 않으며, 오직 지중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후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은 이번 공사를 반대하고 있는 일부 주민 여러분과 반대대책위원회에서 계속적으로 주장하는 '밀양지역 765kV 송전선로의 지중화'의 여러 방안에 대하여 신중하게 재검토해 보았습니다. 먼저, 765kV 송전선로를 지중화 하는 기술은 저희 회사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금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한다고 해도 얼마나 걸릴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전압을 345kV로 낮추어 지중화 한다고 해도 공사기간은 10년 이상, 비용은 약 2조 7000억 원이 듭니다.

이러한 지중화가 물리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그 기간 동안 전력수급의 차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송전탑과 지중화 구간이 만나는 곳마다 변전소를 새로 지어야 하고, 2km마다 지하 구조물도 설치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나무가 뽑히고, 땅이 파헤쳐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주민여러분께서 제시한 대로 기존 노선을 증용량 전선으로 교체하더라도 신고리 3호기를 정상적으로 운전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최근 전력 수급 상황이 정말 어렵습니다. 지난 4월에는 이미 예비 전력이 급속하게 떨어져 전력수급 경보 '준비' 단계를 발령했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쉼없이 달려온 발전기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멈춰 섰고 5월에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는 원전만 6기에 달합니다. 게다가 다가오는 여름철 전력사용량을 고려한다면 올 12월 신고리 원전 3호기가 계획대로 가동되지 않을 경우 국가 전력수급 상황에 심각한 전력난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한국전력은 밀양 주민 여러분의 아픔을 이해하고 반대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송전선로를 건설해야 하는 괴롭고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랫동안 대화와 합의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합해 주민 여러분의 실질적인 혜택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특별지원안을 약속드렸습니다.

한국전력은 이번 송전선로 공사를 추진하는데 있어 주민 여러분의 안전과 삶의 터전을 지키는 일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지속적인 대화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또한 주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하도록 모든 임직원의 힘을 모아가겠습니다.

앞으로 한국전력은 횃불을 밝히며 야간 공사를 단행해서라도 올 12월 신고리원전 3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농사와 일터로 차질 없이 내보낼 수 있도록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공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밀양 주민 8곳 농성장 설치 ... "대화 복귀해야"

밀양 송전탑 갈등은 8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한국전력은 주민과 대화를 위해 2012년 9월 24일부터 공사를 중단했다. 이번 호소문 발표로 한전은 8개월만에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다.

한국전력이 공사 강행 입장을 밝히자 주민과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밀양 765kV 송전탑 경과지 4개면 주민들은 8곳에 농성장을 설치해 놓았다.


주민들은 밀양시 산외면 금곡리 헬기장, 부북면 위양리·대항리 등 3곳, 상동면 1곳, 단장현 동화전·용회마을 등에 농성장을 설치해 놓았다. 주민들은 교대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거나 이곳에 움막을 설치해 놓고 있다.

한국전력의 '호소문'에 대해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특히나 지금은 농번기인데, 한국전력이 공사 강행한다면 전쟁터가 될 것"이라며 "한국전력은 공사 강행을 멈추고 대화에 복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에 부모가 산다고 밝힌 이아무개씨는 "부모님은 그 누구보다 농성을 강하게 하시고 계시는데 또 공사 강행이라니"라며 "밀양에 계신 부모님 걱정에 잠도 제대로 못 잘 지경이다. 항상 저희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은 돈은 필요 없고 그냥 평화롭게 건강하게 이 땅에서 살게 해달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야당 '공사 강행 반대' 한 목소리

야당도 반발하고 있다. 장영달 전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과 문정선 밀양시의원(민주당)은 17일 주민들이 농성하는 현장을 찾아 위로하기도 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장영달 전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 등이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농성장을 찾았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장영달 전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 등이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농성장을 찾았다.문정선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한국전력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2010년 이후 예비전력은 평균 4420MW이고 예비율은 5.7%이며, 2012년 하계피크 때 예비전력이 2791MW, 예비율 3.8%를 제외하고는 예비율이 5.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며 "신고리 3호기의 총발전량은 1400MW로 전체 전력공급(2013년 하계기준 8,100만kW)의 1.7%에 해당된다. 따라서 신고리 3호기의 전력이 공급이 되지 않아 마치 전력대란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의 공사 강행에 대해, 김 의원은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 강행은 지금까지 노력했던 모든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자, 밀양 주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이라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불상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만약 공사강행으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명백히 정부와 한전의 책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위원장 강병기)도 논평을 통해 "주민 농락 밀양 송전탑 공사재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도당은 "한전은 일방적인 공사재개선언을 철회하고,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민들이 막무가내로 반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주민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놓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머리를 다시 맞대어야 할 때"라며 "한국전력의 일방적 공사재개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당력을 집중해 주민들과 함께 죽음을 부르는 송전탑 건설을 막아내는 싸움을 하겠다"고 밝혔다.
#밀양 송전탑 #한국전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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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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