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나니, 기사가 쓰고 싶어졌다

[서평]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2명이 쓴 <나는 시민기자다>

등록 2013.05.20 11:00수정 2013.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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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기자다> 표지 ⓒ 박영록


예전 사진기자 시절, 편집장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우리 팀에서 누가 제일 실력 있는 기자인 것 같아? 자네가 모든 취재기자들과 함께 다니니까 누가 취재를 잘하는지, 취재한 걸 얼마만큼 풀어내는지 알 것 아냐?"


신생 잡지여서 신참과 고참들이 마구 섞여 있던 터라 편집장도 슬쩍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촬영에 정신 없던 터라 맨 위 고참 기자가 제일 잘하는 것 같다고 얼버무렸다.

그러고 보면, 취재기자와 동행하는 사진기자는 다른 기자들에 대한 나름의 관찰력이 생긴다. 취재를 잘하는 사람이 기사를 엉망으로 쓰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또, 집중력을 발휘해 필요한 것만 쓰는 저격수형 기자가 있는가 하면 멀리서부터 출발해 결론을 맺는 마라톤형 기자도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특성들은 편집장의 불호령과 칼날 같은 삭제에 각각의 스타일들은 사라지고 하나의 논조를 가진 공산품으로 뽑혀 나오기 십상이다. 그래서, 잡지를 사보면 첫 기사나 마지막 기사나 비슷한 리듬이 반복는 지루함에 다시 손에 들진 않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단 한 곳, <오마이뉴스> 만은 달랐다. 왜? 쓰고 싶은 기사를 기자 마음대로 쓰니까!

<나는 시민기자다2.0>이 나와야 하는 이유

나 역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쓴다. 아주 가끔... 첫 기사를 쓴 게 2005년인데, 그 후로 19꼭지 밖에 안 썼다. 나름 기자 생활도 했고, 아직도 여러 군데 기사를 쓰는데 <오마이뉴스>에는 잘 써지지 않았다. 굳이 그 이유를 찾자면, <오마이뉴스>에는 읽고 싶은 기사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 전설의 기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을 냈다. <나는 시민기자다>가 바로 그 책.


다 읽고 난 후 든 생각은 딱 하나다. '기사쓰기의 완벽 교과서!' 이것은 아마추어 시민기자들이 쓴 기사쓰기에 대한 좌충우돌 경험담이 아니라, 기존 매체 기자들도 읽어야 할 기자론의 정답이다. 편집장의 지시나 허락에 의해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아니라 오로지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 진정한 기자에 대한 이야기다.

가장 먼저 '시민'이 '아마추어'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시민기자는 직업기자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직업기자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기자다. 삶의 현장에서 얻은 구체적인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발언을 하기 때문이다. 시민은 사회 변혁의 직접적인 수혜자이기 때문에 변화를 주도할 수 있고, 직업기자오 달리 언론기관의 구속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조직의 사사로운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믿는 바를 말할 수 있다 (p108~109 강인규 시민기자의 글에서)


예전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책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의 한 구절이 기억난다. "언론사 대표라는 나도 내일 아침 메인 탑이 무슨 기사인지 모른다." 정권과 대기업의 안티 언론의 고유명사가 돼버린 <오마이뉴스>의 강점은 투쟁정신이나 불굴의 의지는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똘끼'로 뭉쳐진 시민기자들의 다양성이 <오마이뉴스>를 <오마이뉴스>로 만든다.

지난 대선 이후, 대안 미디어의 필요성이 폭발하듯 대두되었지만, 그 어떤 것 하나 딱히 정답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미디어의 논조가 너무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만이 필요성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균형을 맞추겠다는 시도는 결국 자본과 권력의 싸움으로 끝나게 된다.

균형 잡힌 미디어가 되려면, 수용자가 생산자가 되고 그것이 더욱 확산되는 것이 답 아닐까? 중앙의 언론은 지역의 소식, 개인의 목소리를 담지 않는다. 기울어진 중앙의 언론을 바로 잡는 것보다 수많은 시민기자의 탄생이 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마이뉴스>는 더욱 확장되어야 하고, <나는 시민기자다2.0>이 나와야 한다.

<나는 시민기자다>의 일독을 권한다

최근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열심을 내는 일 중에 마을신문이 있다. 약 4년 전부터 도봉구 지역 주민들이 돈을 모아 발행하는 <도봉N>이라는 마을신문이 그것이다. 창간 작업에 기사쓰기 교육을 오연호 대표기자가 맡아 주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들린다. 작년부터 박원순 시장의 마을미디어 육성 사업에 참여해 신문과 영상, 라디오까지 그 영역을 넓혀나가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5월호에는 마을 사람들이 가족들에게 쓴 편지를 실었고, 도봉구청의 현안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 기사를 아이템으로 TV뉴스쇼를 만들기도 한다. 오로지 동네와 주민의 목소리를 미디어에 담는 즐거움 만으로 진행되는 터라 때로는 경제적 어려움도, 열정들도 사그라질 때도 있는데, 이번 <나는 시민기자다>의 일독을 모두에게 권해봐야겠다.  모두 한 번 일독을 권유해봐야 겠다.

나는 시민기자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2명의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김혜원 외 11명 지음,
오마이북, 2013


#나는 시민기자다 #박영록 #시민기자 #마을신문 #도봉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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