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보다 더 위험한 연무...황사보다 피해 심해"

[인터뷰]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장

등록 2013.05.20 16:01수정 2013.05.2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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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경제, 안보, 자원 등과 관련된 국가 간 협력체제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우리가 속한 동아시아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해 단순히 지리적인 장소 뿐만 아니라 유교 및 한자 문화권에 놓인 나라들로 엮어져 있다.

기상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한·중·일 3국은 중위도지방에 위치해 서에서 동으로 부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다. 대기의 흐름도 대개 '중국→한국→일본'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들 3국의 환경장관 회의(TEMM·Tripartite Environment Ministers Meeting)가 지난 6일 열려 환경문제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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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신 황사연구과장 ⓒ 정연화기자


회의에서는 환경협력 공로자를 격려하기 위해 각 나라별로 한 명씩 뽑아 올해 처음 환경상도 수여했다. 우리나라는 황사협력에서 큰 역할을 한 국립기상연구소 전영신(49) 황사연구과장이 받았다. 환경문제 중 특히 황사는 국가 간 긴밀한 협조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 기상청 공무원의 'TEMM 환경상' 수상은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10일 전 과장을 만나 이번 수상의 의미와 황사 및 대기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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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에서 열린 제15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전영신 황사연구과장이 환경상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전영신


- 이번 환경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동아시아 최고의 황사 최고 권위자란 얘긴가.
"(별말씀을) 아니다. (1994년 이래)황사 연구를 꾸준히 해 왔으니 올해로 벌써 20년째다. 개인적으로 코(외비·이비)가 별로 좋지 않다. 고등학교 때 축농증으로 고생했고 이후 대학 석사 시절 증상이 심해져 코 속 뼈를 깎는 수술도 했다. 그래서인지 황사 현상이 나타나면 내 몸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나는 것 같다. 따라서 예전부터 황사, 먼지 등에 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번 환경상 수상은 나에겐 정말로 영광이다. 일본은 산성비 화학 분야의 Hajime Akimoto 박사, 중국은 사막 식물학 분야의 LV Shihai 박사가 받았다. 한국은 황사 분야로 내가 받게 됐다."

- 황사 협력의 어떤 점이 상을 받는데 크게 기여한 건지.
"한국·중국·일본·몽골 4국의 황사자료 공유 및 답사 추진이란 성과를 냈다. 특히 올 1월엔 4국 공동 연구 성과집을 비롯한 황사특별호 영문판을 발간하기도 했다. 북한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황사 감시와 예보 협력 부분 등에서 높은 평가를 해준 것 같다."

- 환경상 수상 소감을 좀더 얘기해 달라.
"지난 6일 일본 후쿠오카 3국 환경장관회의에서 상을 받을 때 수상 소감을 얘기한 게 있다. 그 일부를 소개할까 한다."


수상소감
"제 어릴적 소원은 큰 상을 받으러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는데 바로 어제(5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중략)-
18년전 일본 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부에서 황사 공부를 시작했었는데요, 사또오 준지 박사님, 이마가와 노부꼬 씨를 비롯해 경제적인 도움을 줬던 한일재단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황사 연구를 하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 황사발원지 구석구석을 답사하는데 도움을 주신 북경대학교 바이 나이빈, 장 홍승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깐수성 네이멍구 황토 고원에 사는 주민의 인내력과 친절함도 잊을 수가 없네요.

지난 제5차 한·중·일 환경장관 회의는 동아시아 전역에 심한 황사가 있었던 2002년 바로 다음해(2003년) 북경에서 열렸습니다. 그래서인지 특별히 '황사 특별세션'이 마련됐으며, UNEP(유엔환경계획)·UNCCD(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ADB(아시아개발은행) 등의 국제기구는 물론 몽골, 북한도 참가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북한 동포를 같은 공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쳐다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북한 환경부 대표가 '황사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그로부터 3년 후 북한의 개성지역과 금강산에 황사 농도를 측정하는 기기가 설치됐습니다.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죠. 그때 관측됐던 자료들을 바탕으로 '금강산에서 관측한 미세먼지 농도'(2011년)라는 논문도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4년 전부터 북한지역의 황사 관측 농도값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성에 설치됐던 관측장비는 지금은 해체돼 도라산역 창고에 있습니다.

-(중략)-

과거 SARS(사스)라는 전염병으로 중국의 입국 금지, 뜻밖의 검은 파도로 빚어진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 한국의 옆에서 참극이 벌어졌으며 이를 안타깝게 지켜봤습니다.

-(중략)-

한편 황사는 중국을 거쳐 한국을 지나 일본에까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황사는 동아시아 평화를 이어주는 '끈'이라고 생각합니다."

2013.5.6.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에서
환경상 수상자 전영신


- 많은 국민이 황사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황사보다 위험한 게 있다는데.
"황사란 흙먼지나 모래가 공중으로 떠올라 바람을 타고 이동하면서 지표에 천천히 낙하하는 현상을 말한다. 꾸준한 황사 연구와 황사특보제 등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황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있다. 황사보다 더 미세한 입자가 시정을 악화시키는 '연무'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황사는 자연현상이지만 연무는 인위적인 현상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주는 피해는 연무가 더 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한다."

전영신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장 약력

▶주요 학력
• 1997년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 박사학위 취득
• 1990년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 석사학위 취득
• 1986년 서울대학교 대기과학과 학사학위 취득
▶주요 경력
• 2007~2008년 미국 Global Monitoring Division, ESRL/NOAA, 방문연구원
• 2006~2007년 국립기상연구소 태풍황사연구팀, 팀장
• 2000~2002년 기상청 기후예측과 (기상연구관)
• 1986~1999년 국립기상연구소 미기상연구실, 기상연구사
• 1994~1995년 일본 기상연구소, 방문연구원

- 연무는 왜 나타나는가.
"연무란 가정의 난방과 취사, 자동차 운행 및 공장에서의 연료 사용, 그밖에 건설·산불·화전·경작 등으로 인해 발생한 미세입자가 시정을 악화시키는 현상이다. 최근 중국의 빠른 산업화로 중국 동해안쪽에 대규모 공업단지가 조성된 가운데 최근 이곳에서의 연료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생긴 연무가 영향을 준다. 또 러시아의 대규모 산불로 만들어진 연무가 우리나라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 그렇다면 황사와 연무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연무와 황사는 먼지에 의해 시정이 악화되며 먼 거리까지 이동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크기와 성분이 전혀 다르다. 연무 입자는 그 직경이 1㎛ 이하로 황사보다 훨씬 작아 폐의 기관지 가장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다. 또 황사의 성분은 자연에서 나온 흙가루지만 연무는 매연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 인위적 오염물질로 구성됐다.

또 황사보다 연무가 더 자주 발생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뿌옇게 보이는 것은 대부분 연무다. 황사는 주로 4월에 많이 나타나지만 연무는 황사와 달리 일 년 내내 생긴다. 발생일수 또한 연무가 황사보다 3배 이상 많다."

- 연무도 황사처럼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지.
"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지난 1997년 8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섬에서 화전(火田)으로 생긴 산불이 근처 국가인 말레이시아 클랭벨리에서 연무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지역이면서 저지대였던 곳은 무려 90일 이상 연무현상이 지속됐다."

- 연무도 '황사특보제'처럼 특보제를 도입할 수 없는가.
"특보제를 시행하려면 일단 정량적인 관측값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얻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얼마만큼, 어디로 흘러가는지 등에 대한 예측 모델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연무가 대기 중에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중국 등 주변국의 자료가 필요하며 1km이하 격자간격의 상세한 기상정보도 필수다.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 등으로부터 이에 관한 관측값이 실시간으로 입수되고 있어 정량적인 황사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젠 그보다 더 유해한 연무의 정량적 예측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 따라서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의 대기 중 오염물질 발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기상청과 환경부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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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무 현상으로 중국 북경의 하늘이 잔뜩 뿌옇다. (2011.11.9 촬영) ⓒ 전영신


인터뷰 마지막에 전 과장은 비행 중인 기내에서 바깥을 찍은 사진 한 장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2011년 11월 9일, 중국 북경 출장길에 올랐다. 당시 나는 비행기에서 내리기 싫었다. 비행기 창밖으로 찍힌 것은 구름이 아니라 바로 '연무'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공업단지를 이루고 있는 북경에서 대기 중으로 배출된 오염물질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북경에 내리자마자 호흡은 불편해지고 목에서는 가래가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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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신 과장이 제15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한국대표로 환경상을 받았다. ⓒ 정연화기자


한편 지난 6일 열린 제15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TEMM) 결과 한국, 중국, 일본이 대기오염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당국간 정책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한국, 일본까지 날아오는 중국발 이동성 대기오염물질인 PM 2.5(지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립자 형태 물질) 등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합의였다. 앞으로 한·중·일 환경당국은 정책대화를 활용, 대기오염 관련 정책을 둘러싼 정보교류, 대기오염 모니터링, 오염 예방 및 통제기술 교류, 공동연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황사 #연무 #기상청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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