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김남권 기자)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불거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결국 옷을 벗었다. 지난 2월 18일 임명을 받은 지 94일 만이다.
이 전 수석은 방미단의 귀국 직후인 지난 10일 윤 전 대변인의 직속상관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었다.
박근혜 정부 첫 홍보수석으로 발탁된 그는 정치나 언론과 무관했던 이력 때문에 예상 밖 인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대 홍보수석이 대체로 기자 출신이었던 반면 이 전 수석은 예능 분야를 중심으로 39년간 방송 외길을 걸었고, KBS에서 '100분쇼', '가요무대', '가요톱10' , '쟈니윤 쇼' 등을 연출한 예능 프로듀서(PD) 출신의 방송인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예능PD출신으로는 SBS 보도본부장을 지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중견방송인 모임인 여의도클럽 회장, 한국방송기자클럽 부회장을 지내는 등 언론계에서 마당발로 통했다.
호남(전남 영암) 출신에다 '왕수석'으로 통하는 이정현 정무수석의 고교(광주 살레시오고) 선배라는 점이 발탁의 한 배경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예상 밖 인선에 대해 당시 대 언론 공보기능보다는 'PI(Presidential Identity·대통령이미지)' 기획 등 홍보 본연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인선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은 새 정부 초기부터 위태로웠다. 명색이 홍보수석인데 언론과의 접촉빈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전화를 한동안 받지 않아 윤창중 전 대변인 인선에서 불거진 청와대의 '불통' 논란을 심화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가 당연히 갖춰야 할 정무 감각의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의 대처 실패는 그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그의 낙마의 결정적인 배경은 '윤창중 성추행 의혹'이 터진 뒤 26시간이나 지나서야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는 등 초동대응에 실패한 데 이어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종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윤 전 대변인과 낯뜨거운 '진실게임' 공방을 벌여 파문을 키운 데 있다.
또 방미 귀국 당일 심야 브리핑에서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통령에게 사죄하는 듯한 부적절한 사과문을 발표한 것도 민심의 역풍을 불러 낙마의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편 다소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던 사표 수리가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데에는 이 전 수석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수석은 더 이상 국정공백을 야기하거나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미국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 등을 기다리지 말고 박 대통령이 조속히 자신의 사표를 수리할 것을 건의해 달라고 허태열 비서실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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