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만화 전두환>으로 5.18 진실 가르쳤습니다

등록 2013.05.24 09:36수정 2013.05.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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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이 독재하다가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사람이 많이 죽었다."(막둥이)
"아니다. 이승만이 독재하다가 일어난 것은 4.19혁명이다."(큰 아이)


"아니다. 학교에서 5.18민주화운동에서 그렇게 배웠다."(막둥이)
"5.18민주화운동은 전두환이 사람을 많이 죽인 사건이다."(큰 아이)

"그래 인헌이 말이 맞다. 이승만이 부정선거 했다가 물러난 사건은 4.19혁명이고, 전두환이 죄없는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것이 5.18민중항쟁이다."(나)

지난 23일(수) 저녁을 먹는 데 큰 아이(중3)와 막둥이(초6)가 나눈 이야기입니다. 이승만 독재와 5.18민중항쟁을 연결 짓는 것은 틀렸지만, 막둥이가 두 사건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견하다고 말하기에 막둥이는 우리 현대사를 너무 몰랐습니다. 극우세력들이 5.18민중항쟁을 왜곡, 모독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TV조선>과 <채널A>마저 북한군 개입설을 보도해 왜곡에 동참했습니다. 분노만 하기에는 5.18항쟁이 깡그리 부정될 수 있다는 위기감 마저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현대사를 거의 배우지 않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을 자세히 기술한 역사교과서가 많지 않습니다. 박혜자 민주당 의원이 21일 중학교 역사 교과서 17종을 분석한 결과, 계엄군이 시민에게 발포한 사실을 명확하게 기술한 교과서는 5종뿐이었습니다. 3종은 사상자(희생자)가 발생한 사실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신군부가 언론통제와 교통차단을 했다는 사실을 적은 교과서는 4종에 불과했습니다(22일 <한겨레>'5·18 계엄군 발포', 중학 교과서엔 없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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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박정희-전두환-김대중을 참 모습을 가르쳐줄 만화 <만화박정희 1.2권>, <만화 전두환1.2권>, <만화 김대중 1.2.3권> ⓒ 시대의창


아이들이 학교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제대로 배우지 않으니, 일베 같은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우리집 아이들도 별 다르지 않았습니다. 비록 큰 아이는 5.18민주화운동 때 전두환이 시민들을 많이 죽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것은 몰랐습니다.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것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역사 공부를 매우 싫어합니다. 외울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암기과목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엮어주는 세계관이요, 가치관입니다. 외우지 않고, 우리 현대사를 아주 재미있게 배울 수 없는 책이 없을까? 고민하는 중 몇 년 전 나왔던 <만화 박정희 1,2권> <만화 김대중 1.2,3권> <만화 전두환 1,2권>(2007년 7월)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도 읽었습니다. 특히 큰 아이는 <만화 전두환>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날 5.18민주화운동 때 전두환이 사람을 많이 죽였다고 말한 이유는 앞서 만화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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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7일 새벽 "싹 쓸어버려!"라고 한 저 사람은 누구일까? ⓒ 시대의창


"(한 포털 사이트 백과사전의 설명대로라면) 전두환은 '물가 안정과 서울 올림픽을 유치하고 무역 흑자를 이룬' 대통령이다. 넓게 보면 크게 잘못한 점도 없다. 그렇다면 전두환을 반대하고 타도하고자 하는 세력은? 이상한 사람들이다. (중략) 역사는 이 순간부터 뒤죽박죽이 된다. 해방 이후 우리 현대사의 몰골이 이렇다. 정의가 없는 사회다(중략)불의가 정의를 심판하는 블랙 코미디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전두환'을 그렇게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도 하등 이상한 노릇이 아니다. 이상하게 생각지도 않는다. 과연 현대사는 '전두환'을 이렇게 기록해도 되는가? <만화 전두환>은 이런 자문에서 시작했다. '전두환의 역사'와 맞짱을 뜨기로 했다."-<만화 전두환 1권> 6-7쪽

전두환 역사와 맞짱을 뜨기 위해 <만화 전두환 1,2권>을 펴냈는 데 7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5.18민주화운동은 모독당하고, '학살자'이자, '29만원 할아버지'인 전두환은 떵떵거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를 '전땅끄'라며 부르며 "전두환은 5.18책임이 없다"고 강변합니다. 이런 행위야 말로 '국기'를 뒤흔드는 일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5.18민주화운동으로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전두환을 법의 이름으로 단죄했기 때문입니다. 통탄할 일입니다. 다시 '전두환 역사'와 맞짱을 떠야 합니다. 전두환이 학살자임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다시 세가지 만화를 읽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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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빛고을은 '핏고을'이었다. 이렇게 만든 이는 전두환이었다. ⓒ 시대의창


"김막둥이 <만화 전두환> 다시 읽어야지."
"왜 읽어야 해요?"
"너 수요일에 이승만이 5.18민주화운동으로 물러났다고 했지?"
"응."

"틀렸잖아. 이승만은 4.19혁명으로 물러났고, 5.18민중항쟁은 독재자 전두환에게 광주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주장한 일이야."
"어려워요."
"만화잖아."
"알았어요. 다시 읽을게요."

<만화 전두환>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학살자 전두환이 어떻게 죄없는 시민을 무력 진압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아이들에게 제대로된 현대사 교육을 시킬 수 있습니다. <만화 박정희>와 <만화 김대중>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면 정말 많은 배움을 얻을 것입니다. <만화 전두환>에는 우리 언론이 얼마나 진실 보도를 외면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 1980년 5월 28일자 사설은 아직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내용입니다. 33년이 지난 2013년 5월 13일 <조선일보> 종편 <TV조선> 통해 "5·18 광주사태, 1개 대대가 들어 왔습니다. 정확히", "시민군이라기보다는 북한에서 내려온 게릴라들이지요"라며 '북한군 개입설'을 보도한 것이 낯설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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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8일자 '우리는 군의 노고를 잊지 않는다' 사설 ⓒ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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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TV조선 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은 북한군 개입설을 여과없이 보도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낙제같은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 TV조선


거센 비판에 22일 <TV조선>은 '낙제'였지만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33년 전 쓴 "우리는 군의 노고를 잊지 않는다"는 사설에 대해 사과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증여를 하려면 이런 것을 증여해야 합니다.
#5.18항쟁 #만화전두환 #현대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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