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에서 초유의 성폭행사건이 일어났다. 육군은 특별감찰에 돌입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9월 28일 오전 육사 생도들의 시가행진 당시 모습.
유성호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에서 남자 생도가 후배 여자 생도를 성폭행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해 육군이 특별감찰에 나섰다. 육사가 1998년 여자 생도를 선발하기 시작한 이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육군에 따르면, 육사 4학년 A(22) 생도는 지난 22일 오후 2시쯤 육사 생활관 내에서 2학년 B(20) 생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육군 헌병대에 구속됐다. 두 생도는 이날 같은 전공학과 생도 20여 명과 함께 지도교수 주관으로 육사 영내 교정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다.
당시는 '생도의 날' 축제 기간(21~24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가 몇 차례 돌았고, B생도는 술을 이기지 못해 구토를 계속했다. 함께 술을 마셨던 A생도는 구토를 하는 B생도의 등을 두드려주는 등 돌봐주다가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가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생도는 만취해 항거 불능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행 사실은 생도 2명이 사라진 것을 뒤늦게 안 동료 생도들이 A생도의 방을 찾아가면서 발각됐다.
육군, 육사에 대한 특별 감찰 진행
육군은 후배 여생도를 성폭행한 A생도를 '성 군기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감찰과 헌병 요원 등으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육사에 대한 특별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피해자는 별도의 멘토를 두고 심신을 안정한 뒤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육사는 모든 생도의 외출 및 외박을 전면 금지시켰다.
육사는 1946년 개교 이래 생도들의 음주를 일절 금지해오다 지난 2001년부터 교장과 생도대장의 승인 아래 소량의 음주를 허용했고, 2011년 9월 이후로는 지도교수의 주관 아래 생도의 품위를 지키는 선에서 음주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을 바꾸었다.
육군 관계자는 교내 음주에 대해 "지도교수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품위를 지키는 선에서 술을 마실 수는 있다"며 "당시 과도하게 술을 마셨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성폭행 사건을 1주일 가까이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피해자 보호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건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피해 생도가 고소는 했지만, 생도 생활을 계속할 뜻이 있고 공개를 원치 않아서였다"고 설명했다.
육사는 지난 1998년부터 여자 생도를 선발하고 있다. 한 학년당 정원은 250명 안팎이며 여생도는 30명 내외로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육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4대 사회악 중 하나로 성범죄를 지목한 상황에서 터진 육사 생도의 성폭행 사건에 크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29일 백승주 국방차관 주재로 열린 전군 감사관계관 회의에서 백 차관은 "새정부의 4대 사회악(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척결 의지에 맞춰 구타 및 가혹행위 등 부대 부조리와 급식군납 비리 근절, 성군기 확립에 기여하고 '공직기강 확립'에 감사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특별히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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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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