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무원 대책이 업무수행능력 강화?

[취재수첩] 장고 끝에 나온 울산시의 사회복지공무원 워크숍

등록 2013.05.29 16:54수정 2013.05.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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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9일 울산의 한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사회복지 공무원이 "하루하루를 견디기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지 70일이 지났다(관련기사: <자살한 사회복지공무원, 지난 두 달 무슨 일 있었나>.

당시 이 사건은 지난 1월과 2월 경기도 용인시·성남시에 이어 나온 사회복지공무원의 고통 호소라 충격이 컸다.

28일, 여러 사건이 발생한 뒤 사회복지사의 현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시정질문이  울산시의회에서 나왔다.

울산시의회 류경민 의원은 울산시에 답변을 요구하는 서면질의에서 "사회복지공무원의 자살 사건이후 서울시를 비롯해 대전시와 전북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책을 내놓았는데, 울산시는 해결을 위한 어떠한 노력을 했으며 이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답변해 달라"고 했다. 류경민 의원은 앞서 지난 3월 21일에도 "업무를 분산하고 인원을 확충해 다시는 불행한 일이 발생치 않도록 하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한 적이 있다.

또한 울산시민연대는 자살 사건 후 울산시와 5개 구·군에서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자 지난 4월 11일 직접 업무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울산시민연대는 "서울, 대전, 전북과 서울 지역의 성동, 노원, 서대문, 용산, 송파구 등 자치구는 이미 문제 해결을 위해 전담 공무원의 고충 해소 대책을 마련해서 실행하고 있다"며 "이처럼 많은 지자체에서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거나 또는 이미 실행하고 있음에도 울산시는 당사자들의 공식적인 의견 수렴 과정은 고사하고 시·도 관계 실·국장회의 결과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특히 울산시민연대는 서울시의 사례를 들어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의 동주민센터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200여 명을 한 자리에 모아 토론회를 열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들의 목소리를 청취한 후 실태분석을 통해 직원 배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서 구청에 전달하기도 했다"며 울산시를 질책했다.


이 때문에 28일 시의원의 질의에 울산시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했다. 답변이 나오기 전에 먼저 울산시의 대책을 알아보기 위해 울산시 사회복지담당 부서를 취재했다.

울산시 "서울시는 홍보를 잘해 대책이 좋아 보인다"


28일 오후 울산시 사회복지담당 부서장은 "우리도 나름대로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언론 홍보가 잘돼 잘하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울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책을 설명했다. 우선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동사무소를 직접 관할하는 기초지자체장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고, 울산시가 보건복지보와 연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사회복지공무원 장기근속자는 우대하고 신규자는 바로 일선 업무에 배치하지 않고 멘토링제를 운영하며, 읍면동에 근무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에게는 가산점을 부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사회복지공무원 워크숍을 열고 그들의 고충을 듣고 정신적 피로를 진단해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지난 3월 19일 자살 사건 이후, 각 구군이 대책마련을 한다는 보도가 이어졌었다. 울산 동구청은 3월 26일 사회복지공무원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회의를 열고 "합리적인 업무 분배를 위한 조직진단과 직무분석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울주군도 27일 자료를 내고 "인원 충원 계획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군의회 내무위 심사(29일)를 거쳐 31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심의 의결이 이뤼지면 7월 1일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구도 "지난 4월 11일 조직, 인사, 복지부서, 전 동장이 참석하는 대책회의를 개최해 사회복지직 인력충원 계획과 근무여건 개선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울산시(구군 포함)에 근무하는 사회복지공무원은 현재 214명이다. 이들 모두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일부에게 확인 결과, 사건 이후에도 일선 사회복지공무원들의 피부에 와닿는 개선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처럼 언론 홍보를 못했지만 좋은 대책이 있다고 한 울산시의 대책이 궁금해졌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울산시가 드디어 29일 사회복지공무원의 대책 일환인 워크숍 관련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보는 순간 "도대체 왜?"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013 사회복지공무원 워크숍 개최'라는 큰 제목의 보도자료는 부제목에서 '5월 30일~31일 열리는 워크숍...사회복지공무원의 사기진작과 업무 수행능력 제고'라고 했다.

울산시는 "울산시 사회복지공무원의 사기진작과 업무수행 능력 강화를 위한 워크숍이 마련된다"며 "워크숍 1일차에는 공직자의 마인드 전환을 위해 김광호 콤비마케팅 연구원 원장과, 웃음치료(김영식 국제웃음문화연구소),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김정구 개그맨)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2일차에는 문경새재 문화탐방이 있다고도 했다.

결국 장고 끝에 내놓은 대책 중 하나가 사회복지공무원의 워크숍인데, 이 워크숍에서 업무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이 잇따라 자살할 만큼 긴박했던 것은 과부하가 걸린 업무 때문이지 그들의 업무능력이 낮아서가 아니다. 하지만 울산시는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과연 워크숍에 다녀온 사회복지공무원의 표정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사회복지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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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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