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수당을 떼인 직원의 월급명세서이 직원은 2013년 2월 40시간의 연장근로를 했으나 월급명세서에는 0시간으로 기록되어 있다. 근무시간은 '야근시계'라는 어플로 출퇴근 시간을 기록해 증명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연장근무는 ①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② 일주일 12시간 이하로 제한돼 있습니다. 게다가 연장근무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홈플러스에서는 불법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행되고 있습니다. 직원의 동의를 얻기보다는 '퇴근을 상사에게 허가받는다'는 게 더 정확할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주일에 30~40시간 연장근무는 기본입니다.
정규직의 경우, 출근시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출근해 일하고 있지 않으면 상사에게 지적을 받습니다. 소위 '칼 퇴근'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노동자들은 수십 시간 연장근무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월급명세서에는 연장근무를 10분도 하지 않는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직원들에 대한 결정적 착취가 발생하는 지점입니다.
홈플러스는 이와 같은 불법 운영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사측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문제"라며 "사실상 묵인 방조"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연장근무를 거부하면 재계약에 문제가 생긴다" "연장근무 웬만큼 안 하면 정규직은 꿈도 못 꾼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운이 좋아 연장수당을 조금이라도 챙겨주려는 중간 관리자를 만나도 상위 직급에서 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혹여 결제가 되더라도 주 12시간까지만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의 연장근무는 명백히 법 위반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사측이 불법 요소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과 사측의 공식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3년 치의 연장근무수당만 계산해봐도 승용차 한 대는 살 수 있는 돈"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못 받은 수당만으로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홈플러스의 비정상적 관행으로 인해 직원들의 생활은 처참할 정도입니다. 마트 노동자들의 보편적 생활상을 몇 가지 예로 들어보겠습니다(아래 내용은 홈플러스 노동조합원들의 인터뷰 내용이며, 조합원들의 요청으로 구체적인 개인정보는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사례① 비정규직 20대 남성] 퇴근시간이 다 됐지만, 아무도 퇴근하라는 말은 없고 업무지시는 계속됩니다.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수도 있는 면접 기회를 가지려면, 제시간에 퇴근하겠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습니다. 휴일에도 나와 공짜 연장근무를 하다 보니 건강하던 몸도 망가져만 갑니다. [사례② 정규직 30대 남성] "넌 정규직이잖아"라는 한마디에 퇴근시간도 없이 일합니다. 업무를 전달하는 일, 사람을 구해오는 일, 특판을 나가고, 청소를 하고, 페인트칠까지 하고, 이 부서로 지원가고 저 점포로 지원가고…. 많지도 않은 급여에 온갖 일들이 다 떨어집니다. 연장근무 시간을 올려도 거절당하기 일쑤고, 오히려 상사로부터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사례③ 비정규직 20대 여성] 가뜩이나 마트노동자들은 주말에 쉴 수가 없습니다. 주말대목에 쉰다는 것은 금기에 가깝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족·친지·친구들과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 이젠 친척들도 찾지 않고, 평일이라도 가끔 만나 수다를 떨던 친구들과도 연락이 점점 뜸해집니다. [사례④ 비정규직 40대 여성]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오픈조인 날은 새벽부터 출근해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길 수 없습니다. 그나마 마감조인 날은 가끔 아이들 얼굴이라도 보는데, 대부분 연장근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는 얼굴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사는데 '이렇게 사는게 맞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직원들 고혈로 수익 올리는 연간 매출 12조의 대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