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을 해달라고?" 슈퍼주니어 덕에 인도서 유명인 됐네

[인도네시아 종단여행 ⑤] 보로부두르 사원

등록 2013.06.04 11:41수정 2013.06.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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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스투파(탑) 보로부두르 사원 상층, 세 개의 단에 위치한 종 모양의 탑(스투파)들

스투파(탑) 보로부두르 사원 상층, 세 개의 단에 위치한 종 모양의 탑(스투파)들 ⓒ 박설화


단일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의 절이라는 보로부두르 사원은 불자가 아닌 이가 봐도 탐미할만한 건축물이다. 수많은 탑이 모여 하나의 큰 탑을 이루는 것도 그러하거니와, 부처의가르침과 일대기가 부조로 조각되어 있는 것 또한 섬세하고 아름답다. 정상 근처에 널려 있는 커다란 종모양의탑(스투파)을 보면 감탄은 한층 고조된다.

사원에서 보는 밖의 풍경 또한 뛰어나다. 9세기에 지어진 바 이외엔그다지 알려진 것이 많이 없는 이곳에서 부처의 등 뒤로 지는 노을이라도 볼라 치면, 인간이 이룬 이 건축물에 한 없이 경외감이 든다. 그래서그럴까. 이 보로부두르 사원은 이후, 불교건축의 모델이 되었으며 앙코르와트 같은 건축물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다.


a 보로부두르 사원을 방문한 관광객들 사원을 순례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복장규정이 2010년도부터 적용되었다. 무릎이 보이는 복장은 "싸롱"이라는 랩스커트를 착용해야한다.

보로부두르 사원을 방문한 관광객들 사원을 순례하기 위한 관광객들의 복장규정이 2010년도부터 적용되었다. 무릎이 보이는 복장은 "싸롱"이라는 랩스커트를 착용해야한다. ⓒ 박설화


전체 8단 중, 5개의 단(층)은 정사각형 모양이며 위로 갈수록 면적이 좁아진다. 넓은 만큼 사람이 붐비지도 않아서 혼자 고즈넉하게 아름다운 부조를 볼 기회도 많아진다. 오롯이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조잘조잘대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히잡을 두른 여학생들이 코너를 돌았다. 빠른 인니어(인도네시아언어)로 깔깔대며 즐기던 것을 멈춘 것을 보니 나를 의식한 모양이다. 그리곤 그 말은 속닥거림으로 바뀌었다.

a 사원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부처 중생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인 모습이 아닌 부처의 뒷모습이 와닿는다.

사원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부처 중생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일반적인 모습이 아닌 부처의 뒷모습이 와닿는다. ⓒ 박설화


"저기… 안녕하세요? 혹시, 같이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을까요?"
"안녕? 그래! 학교에서 여행 왔니?"
"네. 학교에서 단체로 여행 왔어요. 그런데 어디서 왔어요?"
"나는 한국에서 왔어. 인도네시아를 여행 중이야. 이곳, 참 아름답지 않니?"
"끼야앗~!"

a 부조 부처의 가르침과 일대기를 그린 보로부두르 사원 벽의 부조

부조 부처의 가르침과 일대기를 그린 보로부두르 사원 벽의 부조 ⓒ 박설화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빠르게 인니어(인도네시아 언어)를 주고받았다. 무엇이 그리 신났는지 흥분이 가득하다.

"어머, 한국에서 왔대!"


한국에서 온 것이 뭘 그리 신날 일일까? 짚이는 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녀들의 흥분을 양념으로 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내 카메라 한 장, 그녀들의 카메라들로 여러 장.

a 트랜스 족자 (trans JOGJA) 족자카르타의 대중교통 버스, 트랜스족자. 유적지들을 이런 대중교통으로도 개별 방문이 가능하다.

트랜스 족자 (trans JOGJA) 족자카르타의 대중교통 버스, 트랜스족자. 유적지들을 이런 대중교통으로도 개별 방문이 가능하다. ⓒ 박설화


"너희들 슈퍼주니어 좋아하지? 이곳에서 인기가 많다며?"
"끼야앗~ 희철이 좋아요. 규현이 좋아요."
"나는 빅뱅이 좋은걸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연예인들의 이름이 친근하다. 호기심 많은 여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들은 보로부두르 사원보다 나와의 대화에 훨씬 더 흥분하는 듯했다.

a 보로부두르 사원 5단의 정사각형 면적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며 3단의 상층부는 원형으로 이루어진 보로부두르 사원

보로부두르 사원 5단의 정사각형 면적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며 3단의 상층부는 원형으로 이루어진 보로부두르 사원 ⓒ 박설화


"뭐 하는 사람이에요?"
"지금은 여행중이고, 난 사진을 찍고 글을 써."

여학생들이 영어를 할 줄 알기에 그녀들의 질문은 지칠 줄을 모른다.

a 2단으로 이루어진 부조들 부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감상해도 시간이 꽤 걸리는 이 곳.

2단으로 이루어진 부조들 부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감상해도 시간이 꽤 걸리는 이 곳. ⓒ 박설화


"사인 하나만 해주세요!"
"으응…?"
"여기요. 펜 여기 있어요."

여학생은 가방에서 노트와 펜을 꺼냈다. 한 명이 먼저 꺼내니 나머지 둘도 가방 안의 노트를 꺼내느라 여념이 없다.

a 9세기의 부조 9세기의 이 부조가 19세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보다 멋있어 보인다.

9세기의 부조 9세기의 이 부조가 19세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보다 멋있어 보인다. ⓒ 박설화


"난 가수도 아니고, 배우도 아냐. 연예인도 아닌데, 내 사인을 뭐하러…."
"여기다 해주세요."

그녀들의 사인 요구는 괜스레 나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난 사인을 해주면서도 그녀들에게 나지막하지만 강하게 얘기했다.

"내 사인 백 장을 가져가도, 슈퍼주니어 사인 한 장과 못 바꿀 거야. 그렇지만 내 사인 받은 것 후회하지 않도록 내가 많이 노력할게."

a 인도네시아 여학생들 내게 사인을 부탁했던 사원에서 만난 여학생들

인도네시아 여학생들 내게 사인을 부탁했던 사원에서 만난 여학생들 ⓒ 박설화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보로부두르 사원을 경쾌하게 맴돈다. 유쾌한 보로부두르 사원이다. 잠깐이지만 난 그곳에서 유명인이 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a 관광객을 기다리는 상인들. 사원을 방문했던 관광객을 기다리는 기념품 상인들.

관광객을 기다리는 상인들. 사원을 방문했던 관광객을 기다리는 기념품 상인들. ⓒ 박설화


덧붙이는 글 이 여행기는 2012년 4월부터 2013년 4월에 걸친 2회의 인도네시아 종단여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지 장소의 표기는 현지에서 이용하는 발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인도네시아 유적지 #보로부두르 사원 #세계최대의 불교사원 #세계여행 #유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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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담은 사진에세이 [same same but Different]의 저자 박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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