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의 방향과 갑을 문화에 대한 인식

[주장]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면 갑을 문화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등록 2013.06.05 11:10수정 2013.06.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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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치른 직전부터 경제민주화 논의는 정치적·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경제민주화란 용어의 정의는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핵심은 결국, 형평성있는 부의 분배와 공정한 시장경쟁이다. 이 두 가지 핵심쟁점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당과 야당, 재계에서는 정부와 기업 간 다양한 주장들이 펼쳐지고 있다.

즉, 경제민주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측과 정부의 기업에 대한 규제를 좀 더 완화시켜야 한다는 양측의 주장들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 현실이다. 경제민주화 문제는 비단, 정부와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입법은 국내 경제활동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 오너부터 노점상을 운영하는 개인까지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경제민주화 입법을 추진하는 가장 큰 궁극적인 목적은 소득의 공평한 분배와 경제력 집중을 막고, 누구나 공정한 시장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결국 국민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경제민주화 관련 많은 법안들이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많은 진통을 겪고는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민주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이며,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시킬 수 있는 적합한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국민에게 돌아가는 부가 늘어날 수 있도록 많은 정책들이 추진되어야 할 것인데, 현재로선 수 많은 제도적 법리적 검토에 비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실현시킬 수 있는 해법이 명쾌하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어쩌면 경제민주화 해법은 제도적 또는 법리적 측면 외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남양유업 사태와 윤창중 대변인 사태는 재계와 정계에서 붉어져 나온 대표적인 갑을(甲乙)문화의 결과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일련의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우월적 지위의 갑과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을은 우리사회 저변에 존재하고 있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에서 강남의 학교교육에 힘들어 하던 아내에게 남편이 한 대사를 예로 들어보면, "우리나라는 갑과 을만 존재한다, 우리 아이가 을이 되길 원치 않는다, 무조건 힘들어도 여기서 아이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사가 있었다. 이 대사를 접한 사람들은 싫지만 대부분 현실을 공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갑(甲)과 을(乙)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갑과 을이 모두 두 개 이상의 사물이 있을 때 그 중 하나의 이름을 대신하여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두 번째의 사전적 의미로는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갑(甲)의 경우, 첫째를 의미하며 을(乙)의 경우 둘째를 의미한다. 결국, 이 두번째 의미가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왜곡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둘째를 의미하는 을(乙)은 갑에 대응되는 동등한 사전적 의미임에도 우리는 대부분 경제적 또는 사회적 약자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결국 상대적 약자라는 피해의식이나 강자의 우월적 인식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갑을문화는 비단 경제적 관점뿐만 아니라 교육문제, 사회적 조직문제에 걸쳐 우리사회 저변에 확산되어 있다.


이렇다 보니 자본주의에서 부의 평등과 공정한 시장경쟁이라는 경제민주화의 목적과 갑을문화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평등이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갑과 을이 서로 동반자적 관계라는 대전제가 필요한데 현재 우리의 인식이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제도적·법리적으로만 경제민주화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결국, 경제민주화 문제는 정부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정부와 기업 나아가 국민적 인식이 함께 변화해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다. 대기업은 국민경제를 이끌 책임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결코 경제적 약자로서 대할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서의 을(乙)로 인식해야 한다.


나아가 갑을문화는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각종 갑을문화의 폐해가 발생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갑과 을의 인식이 먼저 바뀔 수 있다면, 복잡한 경제민주화 문제가 하나 둘씩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경제민주화 #갑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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