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가족> 원주 법원씬 촬영 기념사진.
또 하나의 가족 공식 페이스북
촬영에 불가피한 경비 외에 출연료 등은 거의 '외상'으로 했다. 그래도 주연급인 배우 박철민(아버지 한상구 역)씨와 김규리(노무사 유난주 역)씨가 '대본도 좋고 다 좋은데 왜 안 해야 돼?'라고 되물으며 흔쾌히 합류했다고 한다. 충무로 영화판에서 '거물'로 꼽히는 최영환 촬영감독은 지난해와 올해 <도둑들>과 <베를린>을 통해 이름을 날렸지만 편당 1억 원 이상의 개런티를 포기하고 이 영화에 기꺼이 참여했다.
윤 PD는 "나중에 500만 원 주겠다며 영입했는데, 결국 그 돈도 영화에 투자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와 사학비리 등을 폭로한 <도가니>,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6년>, 사법부를 고발한 <부러진 화살>, 고문을 다룬 <남영동 1985> 등 일련의 '영혼 있는 영화'가 나름의 성공을 거둔 덕을 본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영화가 흥행해서 삼성이 잘못을 고치게 되면 삼성 직원들이 가장 크게 득을 볼 텐데, 앞으로 우리 가문에선 3대째 삼성 직원이 없을 것 같네요. (웃음) 영화 제작두레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서도 삼성 직원들이 꽤 많아요."한양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도 '빨간 쫄티를 입고 다니는 날라리'로 불렸다는 윤 PD는 서른 살에 영화 <마린보이>의 PD로 영화계에 입봉했고 지난해 배우 김명민을 내세운 마라톤영화 <페이스메이커>를 제작해 주목받았다. 요즘 <또 하나의 가족>을 만든다는 이유로 자신을 '착한 놈'으로 보는 이들이 생겨 부담스럽다는 그는 영화 속 노무사 난주에게 감정이입이 되지만 삼성의 이보익 실장(김영재 분)에 대해서도 '가족을 위해 현실과 타협하는' 친구들을 보는 듯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영화의 제작두레 참여는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 공식 홈페이지(anotherfam.com)에서 2만 원부터 할 수 있다. 모금된 돈은 영화의 후반 작업인 편집, 음악, 믹싱 등에 필요한 비용과 미지급된 인건비, 장비 대금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또 하나의 가족>은 오는 9월 중 전국 300개 관 이상의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은 250개관 정도로 개봉했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상영관이 400개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