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없는 모내기... 서글픕니다

질매섬 농사일기 네 번째 이야기

등록 2013.06.07 10:00수정 2013.06.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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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위한 다양한 모습니다. 이앙기가 다 심지 못한 곳에 모를 심기 위해 걸어가는 사람, 저 멀리 트랙터가 보입니다. 며칠 후 모내기를 합니다. 걸어다니며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는 이도 보입니다. ⓒ 김동수


시작이 반입니다. 모내기를 했습니다. 옛날 같으면 50명은 심어야 할 논이지만 큰 형님과 동생과 함께 심었습니다. 다 기계 덕분입니다. 이앙기 하나가 50명 몫을 한 것입니다. 우리집 이앙기는 오래되 50명 분을 심었는데 요즘 나오는 이앙이기는 넉넉잡고 100명의 노동력에 해당하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놀라운 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우리 동네에서 이앙기로 심는 집은 없었습니다. 읍내 근처에서 있는 집이 겨우 심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앙기라고 해도 혼자서는 심을 수 없습니다. 함께해야 합니다. 이앙기는 자기 마음대로 심지도 못합니다. 사람이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해야 합니다. 모상자를 올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또 다른 이는 돈둑에 있는 모를 올려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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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는 더불어 함께 하는 일입니다. ⓒ 김동수


모내기는 혼자 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함께 심습니다. 이앙기가 모를 심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사람이 손으로 모를 심는 모습과 똑같습니다. 다른 것은 사람은 천천히 심지만 이앙기는 아주 빠릅니다. 한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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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앙기로 모를 심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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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손가락처럼 생겼습니다. 모내기 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 얼마나 신기한지 모릅니다. ⓒ 김동수


손 모내기를 할 때 10명, 20명, 30명이 함께 심어도 손가락이 한 사람이 심는 것처럼 보입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그때 그 신기했던 모습을 이앙기가 보여줍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앙기는 기계라는 점입니다. 기계는 모내기 노래를 부르지 못합니다. 하지만 손 모내기를 할 때는 모내기 민요를 부르고,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 부르면서 모내기를 하면 힘들지 않습니다. 모내기를 빨리 하긴 했지만, 사람 냄새는 없어 참 아쉬웠습니다. 다시는 그런 때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픈 마음마저 듭니다.

모내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상자를 정리하는 이도 있습니다. 모상자를 정리해 깨끗하게 씻어 내년에 다시 씁니다. 농부들은 농기구와 농기계를 굉장히 깨끗하게 다룹니다. 흙이 묻어면 씻습니다. 모내기를 끝낸 이앙기는 목욕을 시키고 기름칠을 합니다. 농기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10년은 사용해야 합니다. 10년을 사용하려면 씻고, 기름칠하고, 닦아야 합니다. 모상자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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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로 다 하지만 모상자는 사람 손으로 옮겨야 합니다. ⓒ 김동수


어머니 아들들이 함께 모내기하는 모습에 흐뭇합니다. 이제 육신이 약해져 더 이상 모내기를 할 수 없지만 젊었을 때 모내기하던 이야기를 하십니다.


"우리집은 모내기하면 일꾼이 40~50명은 됐다. 새참해가면 바로 점심해야 한다. 점심 먹어면 바로 새참 먹어야 한다. 50명 밥을 하려면 정신이 없다. 그 고생한 것 생각하면 요즘 모내기는 일도 아니다. 비슨등(작은 산등성)을 넘어가면 입안에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힘들었다. 일꾼만 오는 것이 아니라 옴마(엄마) 모심으로 온 아이들도 밥 먹는다 아이가. 그럼 70명이 될 때도 있다. 참 요즘은 기계로 다 심어니까. 그런 일도 없다. 어쩌면 그 때가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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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모내기하는 모습을 보는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편한 분입니다. ⓒ 김동수


어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그때가 더 좋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이앙기로 심어도 마지막은 손으로 심어야 합니다. 전쟁에서 승리의 마지막 깃발을 보병이 꽂는 것처럼 말입니다. 손모를 심어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모와 대화도 하고, 흙과 이야기도 나눕니다. 물과 말을 텄습니다.


"모야 무럭무럭 자라거라. 흙하고, 물도 모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주고."
"알았어요."
"너희 모두를 사랑한다."
"우리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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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손으로 심어야 합니다. ⓒ 김동수


막둥이도 이날(6일) 함께했습니다. 큰 아빠와 삼촌·아빠가 모내기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심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오히려 "나 잘 생겼어"라고 합니다. 흙과 물을 통해 귀한 생명으로 자라는 모처럼, 막둥이가 콘리트가 아닌 흙을 통해 생명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참 행복한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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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잘 생겼어요! ⓒ 김동수


#모내기 #이앙기 #농사일기 #질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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