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주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기대했는데..."

회담 무산에 개성공단 입주기업 '망연자실'

등록 2013.06.12 11:27수정 2013.06.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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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12일로 예정됐던 남북 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급' 문제로 무산되면서 공단 정상화를 기대했던 입주기업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사진은 지낟 5월 30일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앞에서 방북 신청이 불허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와 직원들이 되돌아 나오고 있는 모습. ⓒ 유성호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대했는데…."

문창섭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아래 개성공단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남북 당국회담이 수석대표의 '급' 문제로 무산되면서 공단 정상화를 기대했던 입주기업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문창섭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12일 오전 "지난 4월 북한이 처음으로 공단 통행을 제한했던 날보다 더 마음이 무겁다"며 "입주기업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회담을 재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도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피해기업 보상 등 조업재개 이후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마를 앞두고 설비가 녹슬기 전 조업이 재개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던 업체 관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남북 회담을 손꼽아 기다리며 기대가 컸는데 이렇게 무산돼 굉장히 안타깝다"며 "개성공단 폐쇄 장기화로 설비 시설 등에 문제가 생기면 전면 교체가 불가피하다, 이 경우 새로운 설비투자가 필요해 개성공단 자체가 무용론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히 장마 시작 전, 설비가 더 녹슬기 전에 조업을 재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지켜봐야 한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사업 개발권자인 현대아산은 아쉬운 분위기 속에서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현대아산은 지난 6일 북한이 남북 당국회담을 제의한 이후 남북경협재개추진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하며 인원을 확충하고, 매일 오전 김종학 사장이 주재하는 본부장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여 왔다.


현대아산은 당초 12일 오전 남북경협재개추진태스크포스(TF)회의를 열고 회담 무산에 따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회담이 무산된 이후 회의 개최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등을 위한 실무준비 작업 속도를 조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6월 지나면 재가동 못 하는 업체 늘어날 것"
[인터뷰]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제 곧 장마철이 되면 설비가 망가지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고 남북회담 무산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다음은 정 부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조업재개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텐데,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마치 오함마(대형 해머)로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았다."

- 회담무산 소식이 들리기 전 어제 오후 2시에 비상대책위 회의가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
"남북대화가 재개된다는 기대를 가지고 모여서 회의를 진행했다. 우리도 회담이 하루 이틀 사이, 단기간에 다 끝나지는 않으리라고 봤다. 개성공단 문제만 걸려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도 회담이 오가는 상태라면 우리 정부에서도, 또 북측에서도 기업 인력들의 방북은 허용해 줄줄 알았다. 사실 공단이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재가동되려면 준비기간이 상당히 필요하다. 전력 설비도 그렇고 각 공장의 기계설비 보수 문제도 있어서, 어제 회의에서는 일단 설비 전문 인력이라도 먼저 올려 보내서 설비 점검도 하고 보수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희망적인 대책들이 오갔다. 그러다가 오후 3,4시 되면서 남북 대표단의 수석대표 '급' 문제로 합의가 안 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서 우려는 했었는데, 이렇게 무산될 줄은 몰랐다."

- 이제 곧 장마가 닥치는데, 현재 상태에서 장마철을 맞게 되면 입주기업들 설비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거라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장기간 폐쇄될 거라는 것을 알고 사전에 준비를 했다면 기계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 갑작스럽게 전원철수 결정이 나는 바람에 통보 받은 지 서너시간만에 쫓겨나듯 나왔다. 설비는 고사하고 개인 사물도 제대로 못 챙겨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사태가 오래 갈 줄은 몰랐다. 어떻게 보면 기계설비가 완전히 방치된 상태에 있는 거다. 이런 문제 때문에 기업들이 다급하게 방북 신청을 했던 것인데, 지난 4월 27일 이후부터는 우리 정부가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정말 시간이 없다. 이제 6월마저 지나가면 공단에 들어가도 다시 재가동을 못 하는 업체들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개성공단 #남북당국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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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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