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 항쟁을 다룬 전시회 <6월의 연가>
고함20
6월 항쟁을 주제로 한 '6월의 연가' 전시회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지난 11일을 시작으로 30일까지 개최된다. 6월 민주항쟁 26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회는 만화와 사진, 영상으로 6월 항쟁 당시의 현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낸다.
지난 12일 오후, 전시회장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옆 전시실의 기획전시를 보러 온 초등학생들과 교사부터 전시 관람 과제를 하러 왔다는 여고생 그리고 중년의 남성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숨죽인 채 전시회장을 눈에 담았다.
그들이 저마다 6월 항쟁을 기억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전시물을 꼼꼼히 살펴보던 직장인 이광영 씨는 87년 6월 항쟁 당시 87학번이었다. 당시 현장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이 그를 전시회장으로 이끌었다. 이씨에게 6월 항쟁은 현재를 살아가는데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다.
"저에게 6월 항쟁은 살아가면서 문득 '다른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구나' 느낄 수 있는 존재예요. 저도 살아가면서 이런 역할을 담당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길을 지나가다 들렀다는 어느 중년의 남성은 6월 항쟁을 '주변에 용기 있는 친구들이 참여한 역사적인 일'로 정의했다.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고된 삶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지낸 세월이었다. 그는 6월 항쟁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6월 항쟁 덕분에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 부분도 있지만, 너무 급진적으로 변화가 이뤄지다 보니까 부작용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자라나는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이러한 측면 외에 또 다른 측면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 것 같아요."전시회가 6월 항쟁의 선두에 섰던 인물들 위주로 구성되었다면 전시회를 보러 온 이들은 그 시간 각자의 방식으로 6월을 함께했던 6월의 얼굴들인 셈이다. 6월 항쟁을 담은 영상이 2번 이상 반복될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던 최기자씨에게도 6월 항쟁의 기억은 생생하다.
"젊었을 때 시위하는 걸 마포 공덕동 노타리(로타리)서 박종철 학생 노제할 때 구경나갔다가 최루탄을 쏴서 죽는 줄 알았어. 31살이었는데 건물로 간신히 기어들어가서 얼굴을 닦고.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내가 이런 걸(전시회) 보면 실감이 나는 거야. 더 생생한 거야."또한 그는 "그때는 (저 시위하는 학생들이) 왜 저렇게 혼란스럽게 하나 이런 생각을 했었지. 지금 살아오면서 생각해보면 젊은이들이 판단을 잘한 거 같다는 생각을 해"라고 말했다.
20평 남짓한 전시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관람객이 늘어났다. 누군가는 만화로 그려진 6월 항쟁에 집중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사진이 담아낸 '6월의 얼굴들' 한 명 한 명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시회 한쪽에 무료로 마련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간행물을 빠짐없이 챙기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그곳엔 6월 항쟁을 쉽게 풀어놓은 간행물부터 영상자료 CD, 그리고 중학생을 위한 5분 수업 엽서 등이 즐비해 있었다. 다음 세대가 더 많이 6월 항쟁을 기억하길 바라는 노력이었다.
역사는 다양하게 해석된다고 하지만 공동의 동의로 정의되지 못하는 역사가 한국 근현대사에는 너무나도 많다. 6월 항쟁에 대한 기억과 생각이 무수히 많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다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방식으로든 6월 항쟁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닐까. 6월 항쟁의 얼굴들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물어본다. 6월 항쟁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그런 의미에서 '6월 항쟁의 연가'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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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에 대한 각자의 기억, 전시회 '6월의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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