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의 한 장면. 왼쪽부터 '칼튼' 역의 윤형렬과 '루시' 역의 임혜영.
비오엠코리아
- 뮤지컬 <레베카>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관객과 언론의 평가도 좋았고, 여성 팬도 많이 생긴 것으로 안다."다행이다.(웃음) 뮤지컬 <레베카>는 어려운 작품이다. '나'라는 인물이 자칫 '무색무취'일 수 있는 역할이어서 표현하기 어려웠다. 실제였다면 정말 힘든 상황에 놓인 인물인데, 감정을 분출할 수가 없었다. 뮤지컬 <레베카>의 팀 분위기가 좋아서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최근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공연을 앞두고 있다.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도 오르게 됐는데."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인문학적인 작품이다. 노래는 적고 대사는 많다. 초연 때 많이 힘들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관객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삶에 대입할 수 있는 좋은 가사와 대사가 정말 많다. 극중 놓치기 아까운 부분이 많아서 홍보할 기회가 생기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보면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시드니 칼튼' 역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알고 봐야 더 좋은 공연이다."
- 뮤지컬 <레베카>로 상승세에 올랐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재연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큰일 났다.(웃음)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하면서 연기가 점점 재미있어졌다. 그전에는 공연할 때 주로 장면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무대에 오르면서 '실제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통해 스스로에게 그런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더 단단해진 것 같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예를 들어, '루시'는 드레스를 자주 입는다. 드레스를 입으면 풍성함 때문에 팔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팔이 모아지고 전형적인 공주의 팔 쓰임새가 나온다. 이런 세밀한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늘었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 6월 18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연습은 어떤가?"연출가 '제임스 바버'(이하 바버)를 만나면서 또 다른 재미가 생겼다. '바버'가 갖고 있는 생각이 나를 많이 자극했다.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가 한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관객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관객을 궁금하게 만든다. 관객에게 감정을 다 알려주지 않으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바버'는 눈빛을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때로는 어떤 행동이나 대사보다 어떤 눈빛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 '루시'는 만사에 염세적인 '칼튼'도 반하게 할 만큼 따뜻한 심성을 가진 여성이다. 초연 당시 모든 이에게 친절한 '루시' 캐릭터에 대해 '어장관리녀'라고 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웃음)"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함께 출연하는 '칼튼' 역의 윤형렬 배우가 나보다 한 살 어리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도 없는데 요즘은 형렬이가 가끔 귀여울 때가 있다. 얼마 전 형렬이에게 어릴 때 먹던 '꼬마 곰 젤리' 같이 생겼다고 놀린 적이 있다.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혜영이는 형렬이가 귀엽나 봐' 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어장관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차이인 것 같다.(웃음)"
- 재연이라 '루시' 역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됐을 것 같다."극중 '칼튼'이 '루시'를 '예쁜 인형일 뿐'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전형적인 '예쁜'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식상한 표현 말고 다른 것 없을까 하며 계속 찾는 중이다. '바버'가 '루시'는 작품에서 '빛' 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면서 계속 웃어보기도 하고, 닭살을 떨어보기도 하고, 참아보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과하지 않게 적절히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 '루시'를 연기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칼튼'과 '다네이'를 대하는 '루시'의 모습이다. 올해는 '루시'가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친구에게 하는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싶다. 대본에는 그 차이점을 표현할 수 있는 가사와 대사가 거의 없다. 요즘은 실제로 대본에 칸을 쳐놓고 '칼튼', '다네이'를 구분해 보기도 한다. 어렵다."
- 그런 부분에 대해 더블캐스팅된 최현주 배우와 상의해 본 적은 없나."현주 언니와 나는 정말 다르다. 그래서 일부러 그런 점을 상의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싫다 좋다가 잘 드러나는 편이다. 내가 숨긴다고 해도 다들 안다. 그런데 현주 언니는 아니다. 남에게 화를 내 본 적 있냐고 물어봤더니 거의 없다고 하더라. 정말 천상 여자다.(웃음)"
인간 임혜영이 '그렇게 살고 싶게' 하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