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자동차회사 광고 화면을 캡쳐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내 손으로 텔레비전을 켜는 일은 아주 드물다. 워낙 게으른 탓에 그때그때 챙겨보지 못하는 것일 뿐, 텔레비전 보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언제든 다운받아 볼 수 있으니 신경이 덜 쓰여 오히려 놓치는 게 많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이게도, 어쩌다 누군가 켜놓은 텔레비전을 마주할 때면 나는 텔레비전에 굶주리기라도 한 듯 한없이 빠져든다.
특히 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광고다. 어린 시절 <컴퓨터 형사 가제트>나 <맥가이버>를 하기 직전 줄줄이 이어지는 광고는 그야말로 두꺼운 튀김옷과 같았다. 튀김 속 재료를 먹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함께 먹어야 하는. 그런데 요즘 광고는 그렇지 않다. 우선 화려한 영상이 시신경과 청신경을 잡아끈다. 아마도 카메라 성능과 촬영·편집기술이 예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좋아진 덕일 것이다. 여기에 마음까지 자극하는 감성이 양념으로 첨가된다. 인간 심리에 대한 최신 이론은 모두 광고로 집결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광고는 사람에게 '사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을 넘어 '사는 행위'로 이어지게 만드는, 즉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넘어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나는 안다. 남자친구에게 라면 한 그릇 끓이게 하는 것이 얼마나 치사하도록 어려운 일인가를. 누군가를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많은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여기에 피 같은 돈까지 꺼내 쓰도록 하는 것이 광고다. 광고는 우리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온갖 첨단 기술과 심리 이론을 끌어 쓴다. 그래서 거꾸로 광고를 해부하면 이 시대를 사는 이들의 욕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최근, 참 기막힌 광고를 봤다. 처음 얼핏 봤을 땐, 분홍색 꽃잎이 휘날리는 화면과 배경음악이 무척이나 아름다워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마지막에 나오는 명배우의 짧은 내레이션은 지친 영혼을 달래는 듯했다. 이 광고는 영화관에서도 나오는데, 영상이 정면만이 아니라 좌우에서도 함께 나오는, 이른바 '스크린 엑스(Screen X)' 기술을 사용했다고 한다. 시청자가 마치 화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도록 해 몰입도를 높인다는 평가다. 나는 영화관도, 엘시디도 아닌, 브라운관 텔레비전으로 봤는데도, 느낌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