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삼성전자서비스 D센터에서 고객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서비스는 역시 삼성입니다’라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홍보문구였다.
정민규
"서비스는 역시 삼성입니다"홍보문구가 쓰인 깔판이 고객들을 반겼다. 깔끔하고 시원한 삼성전자서비스 D센터 내부는 고장 난 제품을 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월요일인 17일은 다른 날보다 고객들의 방문이 많은 편이었다. 주말 내 수리를 받지 못한 제품이 한꺼번에 몰리는 날이다 보니 직원들의 손놀림이 분주해 보였다. 하지만 바쁜 틈에서도 직원들은 미소를 잊지 않았다.
바쁜 틈 속에서 잊지 않는 미소처럼 삼성전자서비스는 업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해에도 한국서비스품질지수 1위 기업에 선정됐다. 무려 11년 연속이다. '서비스는 역시 삼성'이라는 홍보문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11년 연속 1등을 달성한 직원들은 행복했을까.
"서비스가 1등이면 우리도 1등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어렵게 만난 복수의 삼성전자서비스 현직 수리기사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밀려드는 수리요청처럼, 쏟아진다고 해도 될 만큼 성토가 밀려들었다. 수리기사들은 자신들의 소속부터 분명히 하고 싶어했다. 고객들은 삼성전자 제품을 구매했고 이에 대한 수리를 삼성전자서비스에 맡겼지만 막상 수리를 담당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GPA로 불리는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살인적 노동강도... 북한도 안 이럴걸?" GPA는 'Great Partnership Agency'의 약자. 그냥 파트너십도 아니고, 대단한(Great) 파트너임에도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들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경영과 인사는 개별 협력업체가 책임진다는 이야기다. 협력업체 수리기사들의 코웃음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수리기사 A씨 말이다.
"전국 어딜가나 협력업체 직원들은 명목상의 사장이 '바지사장'이란 걸 압니다. 사실상의 모든 권한은 삼성전자서비스가 갖고 있으면서 노무관계나 법적인 문제를 피해나가기 위해 가짜 사장을 형식상 앉혀두고 있는 겁니다. 사장이라지만 협력업체 사장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보면 됩니다. 대신 삼성전자서비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사장을 움직일 뿐이죠."A씨뿐 아니라 수리기사들은 "동네 단란주점도 아닌 국내 최대 대기업이 어떻게 '바지사장'을 앉혀 놓고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경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수리기사들의 말을 토대로 현직 협력업체 사장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홍보실을 통해 나온 입장이 전부"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하지만 '바지사장'보다 수리기사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스스로가 '살인적'이라고 부르는 업무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