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표창원
민주당이 국정원 사건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표 전 교수는 "선거결과에 불복한다는 비난을 받는 등 역풍이 불면 어떻하느냐는 걱정과 불안이 깔려있다"며 "그러나 이 불안과 걱정이 너무 심하고 습관적이기 때문에 국민이 다 알아채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비난을 받고 지지율이 자꾸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배후설을 주장한 것에 대해 표 전 교수는 "정황으로 보나 범죄수법으로 보나 결코 독자적 판단에 의한 단독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고, 김용판의 비정상적인 승진임용,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담한 조작과 자료 파기 거짓 발표 등의 여러 상황으로 볼때 그에게 지시를 내리고 반대급부를 약속한 사람이나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표 전 교수는 "그들에게 적용된 혐의를 벗긴 어렵다"며 "다만 재판기간이 길어지면 세상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언론의 보도가 계속되면 여론의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다음은 17일 서면으로 진행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의 1문1답이다.
- 지난 주에 검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어떻게 봤나. "국정원 압수수색, 서울경찰청 압수수색, 각종 서버 압수수색, 원세훈, 김용판 및 국정원과 경찰 관계자 소환조사 등 치밀하고 방대한 수사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 결과가 너무 참담하다. 원세훈, 김용판 불구속 기소로 그들의 배후를 캘 기회가 사라졌고 실제로 범죄를 실행한 자들에게 기소유예라는 면죄부를 줌므로써 법정에서 그들이 피고인으로 출석해 사건의 전모를 밝힐 기회가 차단됐다. 형평성 논란과 권력적, 조직적 범죄에 대한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 것도 아쉽다. 하지만 경찰은 아예 배제시켰던 공직선거법 적용을 관찰한 것은 분명 의미있고 평가할 만 하다."
-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박 대통령은 지난 5개월의 시간 동안 전혀 국정원 사건에 대한 사과나 엄정 수사 촉구 등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음은 물론, 오히려 황교안 법무장관과 곽상도 민정수석을 내세워 검찰수사를 축소, 왜곡시킨 정황이 드러났다. 1972년 미국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뒤 사건 수사를 무마하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나 닉슨대통령이 사퇴한 것과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국정조사에 합의해 놓고 말을 뒤집는 새누리당에 국민 여론으로 압박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온라인 서명이 가능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청원글을 올린 것이다."
- 아고라에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서명운동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국민들에게서 잊히길 바랄 텐데..."국정원 사건에 대해 주로 트위터에 의견을 밝히는데 리트윗도 많이 해 주시고 호응도 좋지만,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확인하고 싶었고, 구심점 없이 흐트러져 감정만 토해내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작은 구심점을 마련해주고, 큰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을 제공하고 싶었다. 이미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천명, 5천명, 만명... 3일 만에 8만명이 서명하자 언론에서도 놀라고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당연히 새누리당과 민주당 및 국회의원들에게도 작지만 의미있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믿는다."
- 한 인터뷰에서 '선거 무효소송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종편의 판례를 보면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선거무효 판정 받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법적인 검토를 면밀히 해봐야겠지만, 공직선거법상 '불법행위' 뿐 아니라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입증해야할 필요가 있다. 일단, 오랜 기간에 걸친 국정원의 여론조작으로 야당과 야당 후보를 의험한 '종북', '좌파'로 잘못 인식하게 된 분이 많고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과 12월 16일 경찰의 허위 중간수사결과 발표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근거없이 허위 사실을 마치 진실인양 내세워 국가정보원을 매도하고 여직원의 인권을 유린했으며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을 음해했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입증하면 승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