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건이 민주당에 의한 국기문란? 후안무치"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76번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등록 2013.06.18 15:01수정 2021.01.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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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표창원

새누리당이 최근 국정원 사건을 '민주당 교사에 의한 국기문란'이라고 한 것에 대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후안무치며 아전인수"라며 "설사 국정원 직원의 제보가 순수하지 않다 하여도 범죄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사건의 본질은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불법 여론조작을 해 선거에 개입한 범죄"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지난 14일 발표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표 전 교수는 "원세훈, 김용판 불구속 기소로 그들의 배후를 캘 기회가 사라졌고 실제로 범죄를 실행한 자들에게 기소유예라는 면죄부를 줌므로써 법정에서 그들이 피고인으로 출석해 사건의 전모를 밝힐 기회가 차단됐고 형평성 논란과 권력적, 조직적 범죄에 대한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 것도 아쉽다"면서도 "경찰은 아예 배제시켰던 공직선거법 적용을 관찰한 것은 분명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선 것에 표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은 지난 5개월 동안 국정원 사건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은 커녕 오히려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며 "국정조사에 합의해 놓고 말을 뒤집는 새누리당에 국민 여론으로 압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NS에 국정원 사건을 올리면 반응은 좋았지만 얼마나 공감하는지 몰라 그걸 확인해 보고 싶었고 구심점이 없는 사람들에게 작은 구심점을 마련해주고, 큰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을 제공하고 싶었다"면서 "뻐룬 시간 안에 8만을 돌파했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작지만 의미있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표창원
민주당이 국정원 사건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표 전 교수는 "선거결과에 불복한다는 비난을 받는 등 역풍이 불면 어떻하느냐는 걱정과 불안이 깔려있다"며 "그러나 이 불안과 걱정이 너무 심하고 습관적이기 때문에 국민이 다 알아채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비난을 받고 지지율이 자꾸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배후설을 주장한 것에 대해 표 전 교수는 "정황으로 보나 범죄수법으로 보나 결코 독자적 판단에 의한 단독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고, 김용판의 비정상적인 승진임용,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담한 조작과 자료 파기 거짓 발표 등의 여러 상황으로 볼때 그에게 지시를 내리고 반대급부를 약속한 사람이나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표 전 교수는 "그들에게 적용된 혐의를 벗긴 어렵다"며 "다만 재판기간이 길어지면 세상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언론의 보도가 계속되면 여론의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다음은 17일 서면으로 진행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의 1문1답이다.

- 지난 주에 검찰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어떻게 봤나.
"국정원 압수수색, 서울경찰청 압수수색, 각종 서버 압수수색, 원세훈, 김용판 및 국정원과 경찰 관계자 소환조사 등 치밀하고 방대한 수사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 결과가 너무 참담하다. 원세훈, 김용판 불구속 기소로 그들의 배후를 캘 기회가 사라졌고 실제로 범죄를 실행한 자들에게 기소유예라는 면죄부를 줌므로써 법정에서 그들이 피고인으로 출석해 사건의 전모를 밝힐 기회가 차단됐다. 형평성 논란과 권력적, 조직적 범죄에 대한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 것도 아쉽다. 하지만 경찰은 아예 배제시켰던 공직선거법 적용을 관찰한 것은 분명 의미있고 평가할 만 하다."


- 박근혜 대통령 사퇴와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박 대통령은 지난 5개월의 시간 동안 전혀 국정원 사건에 대한 사과나 엄정 수사 촉구 등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음은 물론, 오히려 황교안 법무장관과 곽상도 민정수석을 내세워 검찰수사를 축소, 왜곡시킨 정황이 드러났다. 1972년 미국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뒤 사건 수사를 무마하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나 닉슨대통령이 사퇴한 것과 비교할 수 있다. 그리고, 국정조사에 합의해 놓고 말을 뒤집는 새누리당에 국민 여론으로 압박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온라인 서명이 가능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청원글을 올린 것이다."

- 아고라에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서명운동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국민들에게서 잊히길 바랄 텐데...
"국정원 사건에 대해 주로 트위터에 의견을 밝히는데 리트윗도 많이 해 주시고 호응도 좋지만,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확인하고 싶었고, 구심점 없이 흐트러져 감정만 토해내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작은 구심점을 마련해주고, 큰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을 제공하고 싶었다. 이미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천명, 5천명, 만명... 3일 만에 8만명이 서명하자 언론에서도 놀라고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당연히 새누리당과 민주당 및 국회의원들에게도 작지만 의미있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믿는다."

- 한 인터뷰에서 '선거 무효소송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종편의 판례를 보면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선거무효 판정 받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법적인 검토를 면밀히 해봐야겠지만, 공직선거법상 '불법행위' 뿐 아니라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입증해야할 필요가 있다. 일단, 오랜 기간에 걸친 국정원의 여론조작으로 야당과 야당 후보를 의험한 '종북', '좌파'로 잘못 인식하게 된 분이 많고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과 12월 16일 경찰의 허위 중간수사결과 발표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근거없이 허위 사실을 마치 진실인양 내세워 국가정보원을 매도하고 여직원의 인권을 유린했으며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을 음해했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입증하면 승산이 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표창원


- 국정원 사건에 새누리당은 "민주당 교사에 의한 국기 문란"이란 논평을 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일고의 가치도 없는 후안무치 자가당착, 아전인수다.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제보 동기가 순수하지 않다 해도 범죄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이를 알린 것이다. 기밀유출 혐의에 대해 검찰이 기소했고, 논란의 여지가 없다. 사건의 본질은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불법 여론조작을 해 선거에 개입한 범죄다."

- 가장 답답한 것이 민주당의 소극적인 태도다. 문재인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선거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왜 국정원 사건에 소극적으로 하나?
"일종의 패배주의에 빠져있는 듯하다. 국정원 특위 소속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너무도 열심히 문제를 제기하고 제보를 받아 폭로하고 국회 상임위에서 질문공세를 펴며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강한 공격적 언행이나 재정신청 등의 행동, 선거무효소송 시도 등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선거결과에 불복한다는 비난을 받는 등 역풍이 불면 어떻하느냐"는 걱정과 불안이 깔려있다. 그런데, 이 불안과 걱정이 너무 심하고 습관적이기 때문에 국민이 다 알아채 버렸다. 그래서 비난을 받고 지지율이 자꾸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 국정원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론이라 생각한다. 2008년 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 같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전망하나?
'쇠고기는 직접 나와 내 아이가 먹는 문제다 보니 불같이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불법선거는 당장 나와 가족에게 닥치는 피해가 실감이 되지 않다보니 반응이 뜨겁지 않다. 하지만 많은 분이 '도저히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분노는 공유하고 있다. 수사와 재판, 국정조사 등을 통해 법과 제도 안에서 진상이 다 드러나고 정의가 구현된다면 굳이 거리에서 시민들이 고생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태도로 봐서는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답답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아지면서 곧 여름 무더위가 닥치고 전력난에 고통이 가중되고 경제 문제가 이어지면서 대학등록금 문제, 실업 등 이슈들이 어우러지면 다시 2008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 16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김용판 전 청장 뒤에 배후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정황으로 보나 범죄수법으로 보나 결코 독자적 판단에 의한 단독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김용판의 비정상적인 승진임용,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담한 조작과 자료 파기 거짓 발표 등의 일련의 과정 뒤에는 김용판과 공모 협의하거나 그에게 지시를 내리고 반대급부를 약속한 사람이나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 될지 전망 부탁드린다.
"법정에서 공방이 벌어지겠지만, 김용판과 원세훈이 적용된 범죄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기간이 길어지면서 세상의 관심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공판에서 나오는 새로운 진술과 증거 등에 대해,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보도하게 되면 여론의 관심이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의 관심과 요구, 압박이 거세지면 결국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시민들의 관심이나 요구가 크지 않으면 새누리당은 끝까지 버틸 것이고. 수사와 재판, 국정조사로도 다 안 밝혀지는 사실들은 정권교체 후 밝혀지게 될 것이다."

-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께 한말씀 부탁드린다.
"결코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말고, 냉소주의와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고, '정의는 때로 천천히 하지만, 반드시 온다'는 진리를 잊지 마셨으면 좋겠다."
#표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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