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필요 없다" 브라질 대규모 시위, 왜?

버스요금 인상으로 시작된 월드컵 반대 시위... 시민들 "민생부터 해결"

등록 2013.06.19 10:52수정 2013.06.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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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라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시위를 보도하는 영국 BBC ⓒ BBC


2014년 월드컵 대회 개최를 앞두고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축구의 나라' 브라질이 축제가 아닌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8일(한국시각) 브라질 전역에서 25만여 명이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과 월드컵 개최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어졌다. 밥보다 축구를 더 좋아하기로 유명한 브라질에서 월드컵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다는 소식에 국제사회도 주목하고 나섰다.

이날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0만여 명이 모인 것을 비롯해 상파울루에서도 6만5000여명이 시위에 가담했고,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는 시위대 200여 명이 국회의사당 지붕에 올라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브라질 군사독재정권 시절 이후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시위다.

버스요금 인상으로 시작된 월드컵 반대 시위

이번 시위는 지난 7일 브라질 정부가 버스요금을 3헤알(1570원)에서 3.2헤알(1670원)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며 시작됐다. 인상 폭이 큰 것은 아니지만 브라질 버스요금은 이미 지난 2011년 1월에도 15.5%나 인상되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상파울루에서 버스요금 인상에 항의하는 일부 젊은 층의 소규모 시위로 시작됐으나 경찰이 고무총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서자 이에 격분한 시민들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브라질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더구나 브라질에서는 지난 16일부터 '미리 보는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이 열리고 있다. 각 대륙에서 우승한 국가들이 모여 우승을 다투는 축제와 같은 대회이지만 축구 경기가 열리는 대도시에서 시위가 더욱 집중되고 있어 브라질 정부는 더욱 곤혹스럽다.


시위가 장기화되자 유엔이 나섰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시위대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브라질 정부도 시위의 권리를 보장하고 경찰의 강경 대응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가 더욱 격화된 터키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일단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여 시위대에 손을 내밀었다. 호세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평화로운 시위는 합법적인 권리"라고 인정하며 경찰의 고무탄과 최루탄 사용 금지를 지시했다. 


브라질 국민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월드컵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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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라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시위를 보도하는 CNN방송 ⓒ CNN


브라질은 가파른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공공요금 인상, 치안 부족, 복지정책 감소 등으로 국민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반면 내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시위대를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브라질이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과 내년 월드컵 개최를 위해 들인 예산은 최소 150억 헤알(7조8000억 원)에 달한다. 더구나 브라질은 오는 2016년 하계 올림픽 개최권까지 따놓았다. 최근 경제 신흥국으로 떠오른 브라질은 대형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를 통해 국제적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그러나 시위대는 정부가 스포츠 국제대회에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정작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분야는 외면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교사 타이나라 프레이타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로 얻는 경제적 효과는 빈곤층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시위는 브라질 국민이 깨어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터키와 그리스 국민이 우리를 깨워줬다. 월드컵에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지만 브라질에는 수많은 사람이 빈곤을 겪고 있다. 월드컵은 브라질에 관광객과 돈을 안겨주겠지만 빈곤층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다."

남미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브라질은 2010년 7.5%의 고성장을 기록하며 신흥국으로 떠올랐지만 성장률이 2011년 2.7%, 지난해 0.9%에 그쳤으며 올해도 2% 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집권 이후 계속 상승하던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처음으로 하락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내년 재선을 노리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2년간 금리 인하, 감세 등 수많은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내수 침체와 물가인상이 계속되는 등 뚜렷한 효과가 없어 고심하고 있다. 월드컵과 올림픽 개최로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돌아온 것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다. 어린 딸과 함께 시위에 참가한 사오 파울로는 정부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월드컵이 아니라 더 나은 교육환경, 병원시설, 치안이다."
#브라질월드컵 #브라질시위 #컨페더레이션스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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