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와 월가시위의 공통점은?

[서평] 이항우 교수가 바라본 '디지털 민주주의' 담은 <클릭의 사회학>

등록 2013.06.20 11:08수정 2013.06.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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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터넷의 시대다. 10년 전 메신저와 미니홈피로 시작된 온라인 속 '나만의 공간' 구축의 유행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더욱 다양하고 간편해졌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이제는 지하철이나 버스, 길거리에서도 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언제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게 되었다. 인터넷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개인의 삶 뿐만 아니다. 최근 벌어진 사건들, 언론사와 은행 홈페이지의 해킹사건 그리고 국정원의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 밝혀지면서 인터넷의 영향력은 사회적인 분야로 확장되었다.


3월에 출간된 책 <클릭의 사회학>은 이렇듯 인터넷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그 현상을 깊숙하게 파고들어 사회학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바라본 여러가지 사건들의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사회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터넷의 지난 10년

a  책 <클릭의 사회학>의 표지.

책 <클릭의 사회학>의 표지. ⓒ 이매진

<클릭의 사회학>은 충북대학교 사회학과의 이항우 교수가 지난 10년간 인터넷 상의 변화와 사건들을 짚어낸 책이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 문화에 있어서 유행의 물결이었던 싸이월드를 통해 공적생활의 확장을 풀어낸다.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SNS의 한국형 모델이었던 싸이월드는,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그렇듯이 자신을 드러내거나 타인을 바라보는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장소였다.

말하자면 개인의 자아를 표현하고, 때에 따라서는 '일촌'으로 한정된 인물들과 공유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공간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과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히 개인적인 측면에서의 분석으로 그치지 않는다. 제목이 그러하듯이, 책 <클릭의 사회학>은 사회적인 측면에서 싸이월드가 보여준 측면도 지적한다.


"그러나 싸이월드의 일부 이용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공적 자아에 관한 관심 또는 '인기'에 관한 집착이 반드시 지나친 '노출증' 또는 '노출 경쟁'으로 귀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중략) 신생아 학대 사진을 올려 사회적 파문을 낳은 '산부인과 간호 조무사 사건'이나 '서울대 도서관 폭행 사건', 그리고 '연예인의 음주 운전 뺑소니 사건' 등은 미니홈피에서 나타난 행위 또는 개인 사이트가 순식간에 커다란 공적 분노와 반감의 표출 대상 또는 범죄 행위의 공식적 증거 자료로 얼마든지 이용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행위의 사적 성격과 공적 성격이 얼마든지 서로 뒤섞일 수 있는 상황은 싸이월드에서 나타나는 자아 표현이 맹목적인 노출 경쟁이 아니라 싸이월드의 사적, 공적 성격에 관한 이용자들의 의식적 조율을 자아 표현의 필수 조건으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본문 75P중에서)


또한 저자는 위키피디아를 통해, 탈중심적인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비전문가들의 지식이 만들어내는 '집단지성'의 사례도 보여준다. 일반적인 개인에 의한 자료등록과 수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서 '학위'가 전문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그리고 개별 편집자가 지닌 다양성을 존중하는 '중립적 관점'이야말로 기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중요한 장치라는 지적이다.

2008년 촛불집회부터 2011년 재스민 혁명... 공통점은 '인터넷'

"2008년 한국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2011년 1월과 2월의 이집트와 튀니지 시민 혁명, 그리고 2011년 9월에 시작된 미국의 월가 점령 시위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사회운동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빼놓고는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점점 더 디지털 미디어를 매개한 저항 운동이 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는 적은 비용으로 정보를 폭넓게 확산할 수 있게 해주며, 비교적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대중들이 손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대중들이 정보에 관한 판단과 해석을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해주며, 지리적으로 흩어진 수많은 개인들을 한데 묵어 집합 행동에 동참할 수 있게 해준다." (본문 193P중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던 한국의 촛불집회, 중동의 민주화 바람을 이끌었던 이집트의 시민 혁명과 미국에서 벌어진 '점령하라' 시위. 이 사건들에서 한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인터넷'이 매개체였다는 점이다.

포털 다음의 '아고라'와 페이스북·트위터의 게시글로 관련내용이 전파되고, 유튜브로 현장의 실상이 영상물로 공개된다. 개별적인 사안에 대한 분석은, 하향적 정보공유와 자발적인 참여가 네트워크 사회운동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물론 약점도 있다. 이런 움직임이 중동에는 독재정권 퇴진에 기여했지만, 미국과 한국에서는 한계에 부딪힌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가 경찰력을 동원해 축제와도같았던 집회와 시위의 장을 원천 봉쇄했을 때, 촛불 시위는 그것을 돌파할 수 있는 그 어떤 물리적 정치적 상상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스러져버렸다는 사실이 이 점을 뒷받침한다." (본문 223P 중에서)

저자는 "촛불 시위 같은 느슨하고도 약한 유대의 네트워크 사회운동은 전문적이고 강력한" 프레이밍 작업이 동반되어야만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사회변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 이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시점이다

앞서 언급한 본문의 사건들처럼, 이제 인터넷은 다양한 활동의 매개체가 되었다. 단순히 신변잡기적 정보들을 늘어놓거나 얻는 공간을 넘어서, 사회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개인에게 그렇듯이 사회적으로도 이제 인터넷은 깊숙히 들어와 자리잡은 현실이다.

그런 변화가 분명하기에, 누군가는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지속적으로 지역차별·여성비하 발언을 하는 모임으로 사람들을 유도하거나 유머사이트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한 댓글공작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그저 편리한 공공도서관 같은 이미지였던 인터넷이 이제는 더욱 활발한 토론의 장과 더불어 오프라인과 연결된 실질적 활동의 기반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온라인 상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서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예를 덧붙인다. 개인정보 처리 시스템의 성격과 내용·목적을 정부에 신고하고, 허가받은 곳에만 개인정보 처리를 위한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근 잦은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잦은 한국에서 참고할 만한 정책이다. 비밀번호 변경이나 공인인증서같은 번거로운 과정을 사용자 개인에게 요구함으로써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더욱 바람직해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롭고, 인터넷 공간에 대한 신뢰가 더욱 확립될 때에 안심하고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사회운동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를 위해서도 투명성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이 IT강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보급률과 전송속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는 인터넷의 변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때, 비로소 한국은 인터넷강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클릭의 사회학>은 그런 고찰을 위한 훌륭한 분석자료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클릭의 사회학> (이항우 씀 | 이매진 | 2013.03. | 2만원)

클릭의 사회학 - 페이스북에서 위키피디아까지 디지털 민주주의 깊이 읽기

이항우 지음,
이매진, 2013


#클릭의 사회학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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