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듯 방마다 책이 숨어 있다.
이승숙
방학에 도서관에서 놀기국민학교(초등학교) 6학년 때, 여름방학인데도 나는 매일 학교에 갔다.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렸는데, 아침밥을 먹고 어정거리다 보면 해가 머리 위에 솟아 있었다. 대지가 아직 열기에 달아오르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땡볕이 내리쬐는 길을 혼자서 걸어가는 건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매일 학교에 갔으니 그것은 책이라는 놀잇감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학교에는 교실 예닐곱 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형태의 단층 목조의 본관이 있었고 그 뒤에 콘크리트로 만든 교실 두 칸짜리 별관이 있었다. 그리고 별관 옆에 또 건물이 하나 더 딸려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도서실이었다.
지붕이 삼각형으로 뾰족했던 도서실 건물은 그래서 천장도 높았다. 크기는 교실 한 칸 반 정도 쯤 되었는데 한 칸은 교실로 쓰였고 나머지 반 칸이 도서실이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했던 나를 좋게 보셨던 담임 선생님이 방학 동안 도서실을 관리하라고 열쇠를 맡기셨다.
도서실에 가면 조각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 책 사이에 머물렀고 시간은 정지된 듯 고요했다. 그곳에서 책과 함께 종일 놀 수 있었으니 도서실은 내겐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그때 읽었던 책들 중에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많지 않지만 책 먼지를 마시면서 도서실에서 놀았던 그 시절을 돌아보면 뭔가 모를 뿌듯함과 든든함이 가슴 속에서 일어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