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 한국에 어떤 영향 미칠까?

금융업계 전문가들, '버냉키 쇼크' 놓고 진단 제각각

등록 2013.06.21 20:26수정 2013.06.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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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버냉키 쇼크'로 국내 금융시장이 이틀째 휘청거렸다.

21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27.66p(1.49%) 내린 1822.83에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9.0원 상승한 1154.7원을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도 전일대비 각각 10bp, 16bp씩 상승하며 트리플약세(증시하락, 환율·국채금리 상승)를 보였다.

국내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외국 자본 유출을 포함해 이같은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단기적 하락 이후 시장의 향방에 대해서는 각각 엇갈린 의견들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도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20일 새벽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축소를 시사했다. 매월 850억 달러 규모로 진행해온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올해 말부터 축소, 2014년 중반에는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양적완화 정책의 축소는 미국 내 금리 상승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중국이나 브라질 한국 등 신규 시장에 나와있던 달러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공급한 달러 유동성은 약 2조3000억 달러에 달한다. 대량으로 들어와 있던 달러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해당국의 주가는 떨어지고 국채금리는 오르게 된다. 지난 이틀간 한국 등 이머징 마켓의 금융시장이 휘청거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시장 과민반응... 단기적 충격 후 회복할 것"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남미 국가 등 지난 몇 년간 경상수지가 적자였는데 자본수지는 흑자였던 나라들이 특히 타격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외국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한국은 환율 급등 등 단기적인 타격을 받겠지만 길지 않은 시간 안에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질적인 경제 체력은 약한데도 유동성 공급으로 버텨온 나라들이야 곤란한 상황을 겪겠지만 한국은 그런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다.그는 "한국은 현재 경상수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흑자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긴 기간 동안) 혼란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이틀간 금융시장의 동향에 대해 "시장이 과민 반응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올해 5월부터 미 연준에서 지속적으로 양적완화 축소 등 출구전략 얘기가 나왔었고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닌데도 시장이 공포 때문에 크게 요동쳤다는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양적완화 축소 얘기는 나왔지만 그 속도는 시장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것이 종국적으로 금리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인데 연준 스스로 금리인상 시기로 실업률 6.5%를 꼽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실업률이 7% 중반이라 본격적인 금리인상 타이밍은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 자본 유출에 대해서도 "(양적완화 조치의 계기가 됐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온 자금 자체가 100~200억 달러 수준으로 많지가 않다"면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냈다.

"유동성 상승으로 올라갔던 주가, 제자리 찾을 것"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시장에 어려운 시간이 지속될 것"이라는 말로 입을 뗐다. 이어 "코스피 지수로는 1800선 지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했다. 그는 근거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먼탈)을 언급했다. 한국경제가 최근 3분기 동안 1%대 성장에 그칠만큼 저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적은 1970년대 오일쇼크나 1990년대 IMF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말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은 상태인데 코스피 지수는 2000 언저리를 유지해왔다"면서 "현재 경제 수준에 맞는 지점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의 경우 6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지난 6~7개월 동안 유동성 공급으로 올라갔던 선진국 주가 상승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최근 해외자금이 다량 몰렸던 채권시장의 경우 외국자금 대거 유출로 가격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센터장은 "한국 채권은 국제시장에서 그다지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라면서 "양적완화 축소로 발생하는 외국자금 유출 부작용을 국내에서 해소시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편 현오석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방침과 관련 적극적인 대응을 언급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필요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버냉키 #채권 #트리플약세 #양적완화 축소 #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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