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부지 할 말 있어요... 귓속말로 소곤거린 말은?

[하부지의 육아일기5] 사탕 먹이는 것은 늘 고민

등록 2013.06.25 11:11수정 2013.06.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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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지 할 말 있어요."
"무슨 말인데?"
"꼭 사고 싶은 것이 있어요."


귀에 가만히 소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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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사고 싶은 것 있는데요 얼굴 표정이 울 것만 같다. 하은이가 귓속말로 속삭인다. ⓒ 문운주


어린이집 셔틀버스에 내린 하은이가 따라가 보면 안다고 하면서 손을 이끈다. 요즈음 무척 애교가 많아졌다. 눈웃음을 칠 줄도 안다. 전에는 보고 싶거나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눈물을 글썽글썽 흘리면서 눈물로 의사를 전달했다. 하기야 아기 때는 그 방법 밖에 없었기도 하지만…….

오후 4시 반 정도의 시각이면 아직은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다. 장맛비가 스쳐간 금요일의 아스팔트 도로나 아파트 놀이터 등에는 습도까지 높아 흙냄새가 쾌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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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처러운 눈 하은이가 애처롭게 바라모면 하무지의 마음은 너무나 아프다. ⓒ 문운주


그 쾌쾌한 흙냄새가 싫어 빨리 집으로 데려다 주고 싶었다. 그러나 하은이의 눈빛이 너무나 애절하고 슬퍼 보인다. 슬그머니 하은이의 손에 이끌려 마트에 따라갔다. 이미 하부지의 마음을 간파한 하은이.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노래를 부른다. 기분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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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 문운주


"하부지 근데 김지현 선생님이 머리 예쁘게 빗겨줬어요."
"저는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배수연이가 저 땜에 다쳤어요. 근데, 근데 울었어요."


하부지 손을 꼭 잡고 마트에 가는 길에 오늘 하루 일어났던 일을 조잘조잘 이야기해 준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말 하는 것이 아이 같지가 않다. '했어요' 뒤에 '그런데', '왜냐하면' 하고 부연 설명까지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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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1 ⓒ 문운주


마트에는 입구 계산대 쪽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 류가 진열되어 있다. 하은이의 눈길은 그 곳에서 멈췄다. 날씨도 덥고 해서 내심 시원한 음료수를 고르기를 바랐다. 사탕은  이가 썩을까봐 엄마들이 제일 싫어한다.

그러나 어쩌나? 하은이 손은 사탕에 가 있다. 꼭 사고 싶은 것이 사탕은 아니고 다른 것이라고 했는데……. 서서히 하부지를 움직이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 사탕을 먹으면 이가 썩고 이가 썩으면 전번처럼 치과 이모 집에 가서 왕주사를 맞아야 한다. 하은이에게 사탕을 먹어서는 안 되는 '왜냐하면'에 해당한다.

어른이 되어서는 할 수 없는 아이들만의 놀이, 먹거리 등은 무엇일까. 사탕은 입 속에서 단맛과 향을 느끼며 단물을 빨아 먹었던 추억의 과자. 이가 썩으면 어머니는 실을 한쪽은 문고리에 걸고 한쪽은 썩은 이에 걸어 나를 깜짝 놀라게 해서 뽑아주곤 했다. 지금 생각하니 아이러니하게도 간직하고 싶은 추억의 한토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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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 1 ⓒ 문운주


다른 이야기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를 돌보는 경우 아이들이 응석받이가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주들에게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논란은 선행학습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할아버지, 할머니는 사탕이나 사주고 '오냐오냐' 응석만 받아주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그러나 하은이가 마음껏 뛰어 놀고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게 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사탕을 '사줘, 말어?' 오늘도 망설인다. 사탕도 먹고 코도 흘리며 자랐으면 하는 것이 하부지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좀 천천히 갔으면 하는 그런 거라고 할까.

그래 까짓거 오늘은 사주자. 그런데 하은이는 마음이 변했는지 아니면 하부지의 갈등하는 마음을 읽었는지 음료수 한 병을 들고 혀를 내민다.

"메롱!"
#유하은 #아이들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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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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