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1일 오후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수차례 벨을 누르며 문을 열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국정원 여직원이 문을 잠근 채 버티고 있다.
권우성
여하간, 저는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 사건이 터졌을 때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영등포 연설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는 "국민행복시대를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었죠. 유세장에서는 "목동 모이세요" 등의 피켓을 든 아주머니들을 목격했지만 "그들은 늘 동원조직이 있는데, 뭐…" 하고 넘겼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국정원 댓글 직원 사건'은 당시 새누리당이 벌였던 수많은 부정선거행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네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선대위 임명장이 수두룩했던 불법 선거사무실·편의제공·SNS 불법 선거운동 등 수많은 것들 가운데 일부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6개월여 검찰 수사가 진행된 지금 당시를 복기해보면,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과 경찰 등 여러 정보라인을 동원해 각 지점마다 플랫폼을 두고 방사형으로 선거조직을 운영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국정원은 국정원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그리고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이명박근혜 정권'이 한몸이 돼 재집권을 위해 필요하면 뭐든 동원했던 것은 아닌가 의혹을 갖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는 새누리당 안에도 율사 출신들이 있을진대 이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불법과 탈법을 쓸 수 있나 싶은 것이지요.
어쩌면 신경민 의원이 27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원세훈 전 국정원장·정문헌 새누리당 의원·권영세 전 새누리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주연의 제1막, 남재준 국정원장 주연의 제2막 그리고 권영세 전 실장과 김무성 의원의 NLL 자기고백으로 이어지는 제3막"이 진행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꽤 오랫동안 준비하고 연구해서, 신 의원의 말대로 "조직적·체계적·광범위하게 준비된 장기 드라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