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간디학교 등 대안학교 학생들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하고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하려는 건 민주공화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태껏 공공연히 행해져 왔던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이제는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전국 4개 대안(고등)학교 학생들이 국가정보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사건과 관련해 대통령 공식사과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시국선언을 주도했던 경남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회 서정한(19) 부회장은 "참말로 언론이 바로 서지 못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충남 금산 간디학교와 인천 강화 산마을고등학교, 충북 제천 간디학교, 경남 산청 간디고등학교 학생회는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 시국선언은 산청 간디고 학생회가 학생총회를 열어 결정한 뒤 전국 대안학교 학생회에 제안해 이루어졌다. 산청 간디고 학생회는 다른 5개 대안학교에 제안했고, 모두 4개교가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4개 대안학교 학생회는 "고등학생들의 안목으로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경찰이 이를 수사하며 축소·은폐한 것은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며 "국정원장과 대통령이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고등학생들이 시국선언하기는 처음이었다. 서정한 부회장은 30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언론이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서정한 부회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시국선언을 한 뒤 소감은?"처음에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많이 돌렸다. 조중동뿐만 아니라 공중파에도 보도자료를 보냈다. 그런데 진보언론을 포함한 몇 군데만 취재를 왔다. 보수언론들은 한 군데도 취재를 하지 않았다. 언론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실감했다. 참말로 언론이 바로 서지 못했다는 것을 느꼈다."
- 시국선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었는지?"처음에 서울에서 시국선언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의 반대가 있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런데 그날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는 없었다. 우리가 시국선언한다는 소식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미리 알려졌는데, 그 분들은 연세가 있는 분들이라서 그런지 인터넷을 잘 하지 않다보니 정보를 몰라서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 왜 보수 언론들이 취재를 오지 않았다고 보는지?"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 시국선언 계획이 알려진 뒤 교육청 등에서도 관심을 보였는데."교육청 직원들은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위에서 시키니까 실무자들이 알아보고 한 것이라 본다. 결국은 위에 있는 사람들이 문제다."
- 시국선언에 대해 가족이나 주변의 반응은?"부모님께서도 적극 지지해 주셨고, 주변 사람들도 그랬다.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 6개 대안학교에 제안했는데 몇 군데는 왜 참여하지 못했다고 보는지?"시간적으로 촉박했다. 급하게 하더라도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리는 학생총회를 열었는데, 다른 학교의 경우 학생총회를 열지 못해서 참여하지 못했거나 아직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서 그랬다고 본다."
- 산청 간디학교는 6월 24일 학생총회에 앞서 선전물을 만들었는데."학생총회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선전문을 만들었다. 선전물에는 4·19 때 사진 두 장을 넣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고등학생들이라고 못할 것이 없다고 봤다. 배우는 학생들도 의견 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